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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없다면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벌이 없다면 우리는 과일을 먹을 수 있을까요? 벌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은 벌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우리 보금자리에, 마당에, 꽃밭이나 텃밭에, 벌이 찾아들지 않는 삶을 그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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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벌한테서 꿀을 얻기도 합니다만, 꿀보다 훨씬 커다란 선물을 얻습니다. 바로 꽃가루받이를 얻어요. 꿀벌이나 뒤영벌이 없다면, 꿀벌이나 뒤영벌이 신나게 꽃가루받이를 하면서 벌집을 짓지 않는다면, 사람은 아마 굶어죽어야 할는지 모릅니다. 모든 푸나무는 꽃가루받이를 해야 비로소 열매를 맺어요.

1억 년 전! 꿀벌은 적어도 공룡들이 살던 1억 년 전에 지구에 살았어요. 어떻게 아냐고요? 공룡들이 살던 시대의 것으로 밝혀진 호박 화석 안에서 꿀벌을 발견했거든요. (2쪽)

파프리카, 딸기, 석류는 자가 수정이 가능하지만 벌과 바람의 도움으로 수정을 완벽히 해내요. 해바라기와 커피나무도 마찬가지예요. 식물의 수정을 돕는 곤충이 꿀벌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나비, 딱정벌레, 새들도 식물의 수정을 도와요. 하지만 식물 대부분의 수정은 꿀벌이 해요. (16∼17쪽)

양봉가였다고 하는 두 어버이한테 바친다고 하는 폴란드 그림책 <꿀벌>(풀빛 펴냄)을 읽으면서 사람살이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꿀벌하고 뒤영벌 가운데 꿀벌 이야기를 한결 새롭게 깊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양봉가인 어버이는 오랫동안 벌을 돌보는 살림을 지으면서 이녁 아이가 벌 이야기를 빚도록 이끌었다고 할까요. 양봉가 집안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어도 벌 한살이를 비롯해서 벌 발자취를 찬찬히 읽도록 돕는 멋진 책을 쓰도록 이끌었구나 싶어요.

일벌들이 만든 벌집은 여러 개의 방으로 되어 있어요. 꿀과 꽃가루를 모아 두는 방, 애벌레들이 자라는 방, 여왕벌이 알을 낳는 방 등, 수천 개의 방이 필요하지요. 벌집은 일벌이 만들어 내는 밀랍으로 만들어요. 일벌 무리가 아무리 많아도 일벌이 만들 수 있는 밀랍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요. 양이 정해진 밀랍으로 수천 개의 방이 있는 벌집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육면체의 방이에요.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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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꿀벌>은 80쪽에 이르고 판이 매우 큽니다. 370*272mm랍니다. 값은 22000원이지요. 판이나 값이나 쪽수가 만만하지 않다고 여길 만한데요, 이 그림책은 꿀벌을 둘러싼 거의 모든 이야기를 고루 담았다고 할 만해요. 꿀벌이 어떤 목숨인가를 다루고, 꿀벌이 어떻게 집을 짓고 꿀하고 꽃가루를 모으는가를 다룹니다.

벌집을 눈여겨본 사람들이 벌집을 빗대어 건축이나 수학이나 여러 갈래에 벌집 얼거리를 받아들인 살림을 다루고, 꿀과 벌하고 얽힌 오랜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구 여러 나라에서 저마다 어떻게 꿀을 얻는가 하는 모습을 다룹니다.

벌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그림책 하나로 몇 날이나 몇 달을 재미나게 보낼 만하리라 생각해요. 손수 벌을 치고 싶은 아이라면 이 그림책을 찬찬히 머리에 담고서 씩씩하게 벌집을 지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시골에 살지 않더라도 벌집을 지을 수 있어요.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벌집을 둘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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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농업은 벌에게 좋지 않아요. 벌이 살기 좋은 환경은 다양한 작물과 꽃들이 있는 거예요. 하지만 현대식 농업은 넓은 땅에 한 종류의 식물만 길러서 벌들이 좋아할 환경과는 거리가 멀지요. 아무리 벌이 좋아하는 밀원 식물을 기른다고 해도, 일년에 꽃이 피는 몇 주에만 꿀을 딸 수 있어요. 또 다른 문제는 살충제예요. (64쪽)

예상과 달리, 도시는 벌과 곤충들이 살기 좋은 곳이에요. 곳곳에 공원이 있고, 정원에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자라고 있거든요. 봄부터 가을까지 언제나 무엇인가 꽃피고 있어요. 가로수들도 점점 많아졌어요. 도시에서는 밭에서보다 훨씬 적은 살충제를 써요. 문제는 어디에 벌통을 두냐는 것이에요. (66쪽)

그림책 <꿀벌>에서 짚듯이 오늘날 농업은 벌한테 매우 나쁩니다. 오늘날 농업을 이 모습대로 잇다가는 그만 벌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벌이 꿀이나 꽃가루를 모으기 너무 어려운 터전으로 바뀌어요. 이러면서 농약을 끊임없이 뿌려대기 때문에 벌로서는 살아남기 매우 힘들어요.

꿀벌하고 뒤영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바람이나 개미가 꽃가루받이를 해 주기를 바라야 할 텐데, 벌이 맡은 몫을 바람이나 개미가 모두 맡아 주지 못합니다. 이리하여 중국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털 달린 작대기를 손에 쥐고서 하나하나 꽃가루받이를 한다고도 해요.

벌한테 꽃가루받이를 맡기면 아주 빨리 아주 넓은 자리에서 꽃가루받이가 끝날 뿐 아니라, 꿀까지 얻을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오늘날 농업이 드넓은 땅에 한 가지 남새나 곡식만 잔뜩 심는 길로 가면서 농약을 어마어마하게 뿌리는 길을 멈추지 않는다면, 사람살이는 앞으로 어떤 벼랑에 내몰릴는지 무척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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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꿀과 밀랍을 귀하게 여겨서 양봉가들은 대접을 받았어요. 또한 사람들은 양봉가가 정직하고 착하지 않으면 꿀벌들이 죽는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양봉가라면 성품이 좋을 거라고 여겼어요. (36쪽)

양봉가는 단지 꿀을 모으는 일만 하지 않아요. 꿀벌들의 정성스러운 보호자이기도 하지요. 양봉가는 꿀벌들이 바람이 잘 통하는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줘야 해요. 벌 가족이 뭘 하는지 살펴보고, 때마다 남은 꿀을 저장하고, 새 애벌레를 키울 수 있는 새 틀도 제때 마련해 주고요. (42쪽)

예부터 온누리 어디나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이 피고 지었어요. 온갖 꽃이 겨울 막바지부터 피어나서, 다시 찾아오는 겨울을 앞두고 씩씩하게 피었지요. 벌을 비롯한 수많은 작은 목숨붙이는 이렇게 피고 지는 꽃 언저리에서 삶을 이어요. 사람도 꽃이 피고 지는 푸나무 곁에서 마을을 이루어 집을 짓고 살아요.

찻길을 줄이면서 풀숲이나 나무숲을 돌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농약에 기대지 않는 정갈하며 아름다운 살림으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농약이나 살충제로 벌이나 나비나 제비나 작은 새까지 죽이는 몸짓은 이제 그치기를 바라요. 우리가 뿌리는 농약이나 살충제는 고스란히 우리 먹을거리에 스며서 우리 몸에까지 퍼지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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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을 이웃으로 삼으면서 사람들이 일군 발자취를 그림책 <꿀벌>을 곁에 두면서 돌아보면 좋겠어요. 사람들 곁에서 작은 이웃으로 오래오래 함께 살아온 꿀벌이며 뒤영벌을 살뜰히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삶을 짓는 길을 생각해 보고, 즐거운 살림을 가꾸는 꿈을 키워 보기를 바라요. 착한 양봉가 한 사람이 착한 손길로 벌을 아껴서 꿀을 얻는다고 했어요. 이 착한 손길을 고이 이어받아 우리 삶터를 더 따사롭고 넉넉하게 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꿀벌>(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글 / 피오트르 소하 그림 / 이지원 옮김 / 풀빛 펴냄 / 2017.5.25. / 22000원)



꿀벌

피오트르 소하 그림,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글, 이지원 옮김, 풀빛(2017)


태그:#꿀벌,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피오트르 소하, #그림책,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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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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