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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동안 고민 들어주는 친구' 필요했었나요

청소년 상담하는 계원예대 '미리내 제작소'
17.06.26 14:27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이었던'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청소년의 상담 프로젝트를 하는 계원예술대학교의 특별한 모임, '미리내 제작소'를 인터뷰했습니다. - 기자 말

미리내 제작소의 프로젝트 포스터. ⓒ 미리내 제작소

2015년 청소년의 10만명 중 7.2명의 사망원인이자, 소아암이나 교통사고보다 더욱 높은 이 원인은 무엇일까. 성인들 역시 이 원인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이로 인해 OECD 국가 중 이 원인으로 인해 사망한 인구 1위를 성인, 청소년이 모두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비관, 학교폭력, 교우관계에서의 문제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방안이 상담, 예방교육 및 보호자 교육 대신 '교실에 철창살'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고 박완서 선생의 작품 '옥상 위의 민들레꽃' 속 배경인 궁전아파트 주민의 자살을 막기 위해 아파트 창문마다 철창살을 설치하자고 진지하게 제안했던 궁전아파트 주민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에 계원예술대학교 광고브랜드디자인과의 '미리내 제작소'가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지난 9일 천호동 로데오거리에서 진행된 가두행사에서 청소년들이 다섯 가지 감정 색깔중 자신이 지금 가지고있는 감정을 선택하여 '미리내' 음료를 고르고, 만들어진 음료를 마시며 상담하는 것. 무겁고 딱딱하게 상담을 여겼던 청소년에게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행한 계기를 듣고, 그 중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앞으로의 플랜을 들어보았다. 안양 인덕원역에서 22일 오후 만난 팀장 박현우씨의 이야기를 싣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인터뷰에 응한 미리내 제작소의 팀장 박현우 씨. ⓒ 박장식

대학 과제로 시작한 프로젝트... 상담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시작

 - 만나서 반갑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계원예술대학교 광고브랜드디자인과 1학년에 재학중인 만 21세 박현우이다. 미리내 제작소는 교수님이 내 주신 학교 프로젝트 과제로 시작했다."

-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청소년 관련 학과가 아니면 대학생이 되자마자 청소년과 이야기를 하는 등의 기회를 접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과제의 주제가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했었는데, 상담을 주제로 키워드를 잡았었다. 상담을 주제로 했던 이유는 내가 겪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과제를 넘어 진지한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청소년 상담을 한다고 PPT 발표를 했었을 때 많은 호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다. 참여해준 팀원들 역시 같이 힘써주었고, 의견도 많이 내주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아이디어를 실현해주는 데에는 팀원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 상담을 주제로 고른 이유가 '경험'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경험 때문인지 궁금하다.
"학창시절 때 대인기피증도 겪고, 학업이나 교우 문제를 겪었던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 지도,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도 몰라서 속앓이를 했었다. 그러다 정신과를 찾았었는데, 의사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상담을 해주셨다. 단순히 상담을 하고 의사선생님의 조언을 들었을 뿐인데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응어리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의 꿈이 있지만,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꿈을 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공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말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감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가장 나에게 가까웠던 상담을 공감의 소재로 삼았다.

또 상담을 부담스럽게만 여기는 친구들이 많다. 카페를 마시며 친구끼리 고민을 나누는 것도 일종의 상담인데, 비싸고 부담스럽고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게 되었다."

미리내 제작소가 거리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미리내 제작소

'별이 하룻 밤 반짝이듯, 반짝친구도 하룻동안 고민 들어주는 친구'

 - 그렇다면 진행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미리내 제작소'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또래상담 등 많은 상담 프로그램을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는 있다. 하지만 어른에게 상담하기에는 공감대를 찾기 어렵고, 또래상담은 진지한 상담이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상담하면 두 상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 컨셉을 잡는데만 한 달 정도를 소모했다. 다른 팀원들은 진도를 쭉쭉 나가는데, 우리는 첫 단계에서 계속 막혔다. 한 달 넘게 막히다보니 '실행도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바텐더가 손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바' 컨셉을 생각했고, 음료를 제작하는 컨셉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게 5월이었다.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색깔을 넣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생각했고, 화남을 상징하는 빨강, 예민을 상징하는 녹색, 행복을 상징하는 노랑, 불안에는 보라, 우울에는 파란색을 사용했다.

미리내 제작소라는 이름도 은하수의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은하수는 하룻밤동안 빛나다가 사라진다. 또 사람이 여러 고민을 하듯 은하수도 여러 별들이 모여 빛나기 때문에 은하수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그래서 스태프 이름도 반짝친구라고 불렀다. 또 별을 보고 고민을 터놓으며 소원을 빌듯 자신의 고민을 풀어달라는 요청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와 함께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청소년 관련 단체라던가 지자체 주관 청소년기관들이 많지만, 우리가 직접 접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의 담당자분께서 TV에 나온 것을 접하고 무작정 조언을 해달라는 이메일 문의를 보냈었다. 다행스럽게도 응해주셔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우리의 계획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와 함께할 수 있었다. 다양한 지역 중에서 호응이 높은 천호역을 가는 이동쉼터에 함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셨고, 그래서 6월 9일에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담당자분께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 6월 9일 캠페인을 진행하셨는데, 이 캠페인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고 싶다. 천호역 로데오거리에 꽤나 많은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호응은 컸는지도 궁금하다.
"시작하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나 긴장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청소년들이 이게 뭐냐고 하면서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법적으로 24세까지여서인지 스무 살 청년들도 와서 상담을 하고 가기도 했었다. 4시에 세팅을 하고, 하교시간대인 4시 15분에 시작을 한 다음 6시와 7시 사이에 끝냈는데, 그 사이에 38명의 청소년들이 찾아서 상담을 해 주었다.

사실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응하냐는 생각을 했었고, 교수님도 '원래 이동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보다는 거리를 지나는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것이 옳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조언이 무색하게 많은 청소년들 찾아주셨고, 상담경험이 없던 스태프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해서 세 시간만에 정리했을 정도였다. 마음같아서는 한밤중까지 하고 싶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겼던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을텐데. 이 에피소드들도 풀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상담을 하던 중에 어떤 분이 오셔서 어떤 것을 하느냐고 물어보셨다. 상담이라고 하니 이런 프로젝트가 너무 좋다, 나도 상담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하셨다. 사실 처음에는 학교의 상담교사라고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지자체의 청소년 상담팀장이셨다. 이후 실제로 연락을 해서 관련 자료들을 많이 주고받았다.

또 팀원들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사실 많았다. 팀원들도 프로젝트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고, 견해도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의견을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마찰이 없으리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래도 열심히 같이 달려와줘서 좋은 프로젝트로 끝날 수 있어 감사한다."

'미리내 제작소'가 천호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입간판. ⓒ 박장식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계속 지속되지 않을까'

 - 그렇다면 첫 프로젝트를 마친 후의 느낌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다. 몇 달을 하나만 보고 달려오신 것이라 소회가 꽤 깊었을 것 같은데.
"끝나고 사실 엄청나게 후련했다. 학점이 걸려있기도 했고, 미운 정이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후련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첫 프로젝트가 이렇게 심도있게, 성공적으로 끝나서 좋았다. 당장은 너무 힘들어서 무리였겠지만(웃음), 다른 곳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면 기꺼이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우리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앞으로 '미리내 제작소'의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프로젝트들을 계획하고 계신지.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경포대에서 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똑같은 프로모션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팀원들의 사정도 있고,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의 사정도 있어서 팀원을 사실상 다시 뽑는다. 미리내 제작소의 팀원이나 팀장은 계속 바뀌어도 미리내 제작소의 청소년 상담이라는 기본적인 골조는 바뀌지 않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누군가의 협력을 받아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긴 하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스태프로, 아니면 상담받는 사람으로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아마 계속 지속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디자이너를 계획한다고 앞에서 질문하셨는데, 공감하는 디자이너 외에 어떤 디자이너를 꿈꾸고 계신지 들어봐도 괜찮을까.
"사실 그 '공감하는 디자이너'의 개념에 대해 찾아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한 곳에 국한되기 어려운 직업이다. 이런 일을 하기 전에 일러스트 전시회를 했었기도 했고, 이번 방학에는 다른 리사이클 디자인 관련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내년에도 일러스트 페어 같은 곳에 출품을 하려고도 한다. 다양한 방법에서 개념을 찾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다양한 활동을 하며 그 개념을 찾아나가려고 한다."

미리내 제작소가 청소년과 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미리내 제작소

단순한 대학 과제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렇게 성공하기에는 상담이라는, 자칫 부정적이었을 수도 있었던 경험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팀장의 생각, 그리고 팀원들의 노고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하였기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었고, 한 번 더 경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미리내 제작소가 어떤 방법으로던 계속해서 이어나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긴다. 단순히 '대학 과제로 시작한 기획'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그간 필요했던 상담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도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기 답답한 세상, 앞으로 미리내 제작소와 같은 청소년 상담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게 된다.

<미리내 제작소>의 단체사진. ⓒ 미리내 제작소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거나 '청소년을 돕는 멋진 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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