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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만난 한 정신병동에서 만난 적광 스님(운정 스님).
 4년만에 만난 한 정신병동에서 만난 적광 스님(운정 스님).
ⓒ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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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정신과 병동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려가면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이 있었다.

"나는 도살장 끌려온 한 마리 짐승... 1200만원 돈 봉투에 영혼 팔 수 없었다"

매일 정신과 약 한 주먹씩 털어 넣으며...

4년여 전, 조계종 총무원의 호법부(조계종 내의 사법기관-경찰, 검찰격) 스님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그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나고 나서 쓴 기사였다. 그 뒤 잊고 지냈다. 최근 한 지인이 그의 근황을 귀띔했고, 이날 경북의 한 병원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경북 포항 자장암의 전 주지 적광 스님(55). 병상에 앉아서 기자 일행을 맞은 그는 요즘 우울증과 불면증세가 심해졌단다.

"매일 한 주먹씩 정신과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는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아직도 4년 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그를 이해하려면 아래 충격적인 동영상을 한번 보아주셔야 한다.



백주대낮에 조계사 앞에서 벌어진 납치 사건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당시 적광 스님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의 비위 사실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총무원 호법부 소속 스님 등 13명에게 납치됐다. 그가 사전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했지만 스님들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그를 개처럼 끌고 갔다. 경찰은 끌려가는 그를 보고만 있었다.

납치, 폭행, 회유...

이야기를 나누는 적광스님(운정스님).
 이야기를 나누는 적광스님(운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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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힐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조계사 경내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으로 끌려가면서다. 그는 "승복이 갈기갈기 찢겼고 팬티만 입은 채 창문도 하나 없는 고문실 같은 방에 갇혔다"면서 "스님들은 그에게 '환속제적원'(자진해서 승복을 벗겠다는 내용의 문서)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강제로 그 문서에 지장을 찍은 뒤 풀려났고 일산 동국대 병원에 입원해서도 호법부 스님들의 회유가 계속됐다"고 당시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호법부 스님은 1200만 원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일반 편지봉투보다 약간 큰 흰 봉투 2개에는 5만 원권 신권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봉투의 겉면에는 '총무원 재무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영혼을 팔지 않겠다면서 그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4년 동안 정신병원을 전전한 까닭

그 뒤 4년 만에 정신과 병동에서 다시 만난 그에게 병원에 입원한 이유를 묻자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조계종단의 구조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인 게 괴롭습니다."

당시 총무원측은 <오마이뉴스> 기자의 폭행과 회유 사실 확인 요청에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2명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 홀로 소송'을 통해 폭행 혐의를 입증하면서 힘겹게 이겼지만 그가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이중 한 명인 법원 스님은 폭행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조계종단의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까지 그에게 한 사찰의 주지를 맡겼다. 또 다른 한 명인 이세용씨는 총무원의 직영사찰인 조계사 종무실장을 맡고 있다. 조계사의 주지는 자승 원장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법원은 호법부 스님들의 폭행죄를 인정했지만, 조계종 호계원(조계종의 사법기관-법원격)은 폭행 피해자인 적광 스님의 승적을 박탈했다. 납치폭행 가해자들이 고문실 같은 방에서 피투성이가 된 그에게 강요해서 받아낸 것도 '환속제적원'이었다.

사실 그가 4년 전에 지장을 찍은 환속제적원은 무용지물이었다. 총무원의 폭행과 강압의 증명서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장을 찍으면서 일부러 환속제적원에 그의 피를 묻혔다.

도살장에 끌려온 한 마리 짐승... 그 악몽의 기억

오마이뉴스와 만난 적광스님(운정스님)은 "사는 게 너무 괴롭다"고 했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적광스님(운정스님)은 "사는 게 너무 괴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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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한 그는 4년 전의 적광 스님이 아니었다. 2015년 4월에 <선학원>으로부터 '운정' 스님으로 계를 받았다. 운정 스님은 최근 증세가 악화됐다고 했다. 그는 '도살장에 끌려온 한 마리 짐승 같았던' 치욕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아직도 악몽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순간순간 살아가는 게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한때는 저를 끌고 갔던 스님들을 골목으로 데리고 가서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총무원은 공식적으로 저에게 사과한 적은 없지만, 일부 스님들은 '윗선에서 시켜서 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미안하다고 했죠."

그는 여전히 그 윗선이 자승 총무원장이라는 의심을 품고 있다. 그는 2명의 호법부 관계자들과 함께 자승 총무원장을 폭행교사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는 "내가 폭행을 당할 때 지켜봤던 종로경찰서 경찰관들도 사법처리를 받았어야 했는데,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고 정신 상태도 좋지 않기에 내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불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스님은 절대적 존재이고 불교를 기복신앙으로 떠받드는 것은 문제입니다. 제가 봉변을 당한 것도 부조리한 불교 체제를 보여주는 겁니다. 사실 종단 내에서는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즘 재가 신도들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깨어 있는 신도들의 움직임에서 30년 후 불교의 희망을 봅니다."

토끼의 뿔과 거북이의 털

그와 오랫동안 마주앉아 인터뷰를 할 수는 없었다. 4년 전에 만났을 때에도 폭행 후유증을 앓고 있었지만, 그때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소진해 있었다. 그는 대부분 단답형으로 답변을 했다.

- 괴롭고 힘이 들 때 마음을 다잡으면서 떠올리는 부처님의 말씀은 무엇인가요?
"관세음보살이라는 염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전에는 부처님 말씀을 직접 전해주시기도 했는데...
"지금은 무엇인가를 깊이 있고 길게 생각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몸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 몸이 좋아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요?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적광 스님(운정스님) 병상 앞 소파에 있는 짐.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적광 스님(운정스님) 병상 앞 소파에 있는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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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병상 앞 소파에 놓인 운정 스님의 단출한 짐이 눈에 들어왔다. 밀짚모자와 헝겊으로 만든 가방, 손목시계, 칫솔과 치약, 일회용 면도기, 그리고 동전 260원.

'스님, 혹시 이게 전 재산입니까?'라고 물으니 그는 웃기만 했다.
 
토각귀모(兔角龜毛). 토끼의 뿔과 거북이의 털이라는 뜻이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불교계에서 사용하는 비유 중의 하나다. 이렇듯 불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토각귀모'의 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그를 4년 동안 옥죄고 있다. 그를 이런 상황으로 내 몬 사람들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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