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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가 한진해운 130억 원 손실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최순자 총장이 평일인 13일 휴가를 내고 인천지역 유지들과 골프회동을 주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인하대 교수회와 대학노조, 학생대표기구가 총장 퇴임을 요구한 지 오래고, 지금도 학교 곳곳에는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펼침 막이 걸려있다.

인하대 교수회 등은 학생 2800명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130억 원 손실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교육부에 감사를 청구했고, 대학본부는 감사에 대비해 사전 교육까지 진행했다.

아울러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4월 검찰에 최 총장과 사무처장, 조양호 이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5월 고발인 조사를 마친 후, 6월 피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최근 최 총장이 '한진해운 부실채권 130억 원 손실'에 대해 책임을 교수와 직원에 묻기 위해 지난 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검토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불신과 분노는 정점을 찍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석인하학원 조차 최 총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되는 일이 발생했다. 인하대는 지난 5월 신임 교수 17명을 뽑아 총장 면접까지 마치고 학교법인에 최종 채용 승인을 요청했다. 절차상 최종 교원 임명은 학교법인 권한이다.

통상 총장이 면접까지 마치고 제청하면 학교법인이 승인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은 지난달 3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승인을 거부했다. 정석인하학원이 교수 전원을 임용하지 않은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인하대는 정석인하학원이 거부한 게 아니라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수와 직원들 중 이를 믿는 구성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하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여기다 최근에는 최 총장이 임명한 주요 보직교수 4명이 나란히 사의를 표명했다. 인하대는 "통상 2년을 일했기에 2015년 7월에 임명한 만큼 임기를 채우고 사퇴한 것"으로 해석하지만, 교수사회에선 2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학교가 숱한 난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최 총장이 그것도 평일 휴가를 내고 골프모임을 주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학교 구성원들은 더욱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하대는 총장이 휴가를 내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개인적인 약속으로 휴가를 냈고, 오전에 잠깐 학교에 나오셨다가 (골프)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일정이라 어떤 약속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총장, 휴가 내고 권력 네트워크 '인화회' 모임 진행

최 총장이 평일 휴가를 내고 참석한 모임은 '인화회' 조별모임이다. 인화회 회장은 인천시장이며, 회원들은 교육감, 검사장, 법원장, 경찰청장, 국정원 지부장, 군수ㆍ구청장, 직능단체장, 대학 총장, 병원장, 언론사 대표, 관변단체장, 주요 기업체 대표 약 220명이다.

인화회는 12개 조로 운영되며, 최 총장은 이 중 한 개조 조장을 맡고 있다. 최 총장은 13일 휴가를 내고 골프모임을 진행한 것이다.

인화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6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기관 간 업무조율과 정보공유를 위해 만든 인천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넘게 이어지면서 조직이 확대됐다.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사정 기관, 사회 권력을 망라한 인천 최대 네트워크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기업가들은 지방정부와 사정 당국을 상대로 한 '보험성' 인맥을 구축하고, 각급 기관과 금융권을 상대로 한 '사업성' 인맥 구축을 위해 인화회 가입을 희망한다. 입회비는 500만 원이고, 월 회비는 5만 원이지만 회원 수가 220명으로 제한 돼 있어, 늘리려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인화회는 군·경 위문, 소외계층 위문, 장학사업, 무료검진 등의 봉사를 펼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천유지들의 모임이라고 자평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반응은 전혀 다르다.

특히, 인화회는 사조직이지만 인천시 총무과장이 간사를 맡아 인화회 업무를 맡고 있다. 월례회 때 시정과 관련해 주요사업을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를 취합하고 어떤 사업을 펼칠지도 논의했다.

게다가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유정복 시장이 인화회 월례회에 나타나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기도 했고, 상당수 기관장과 기업체 대표들이 사적인 모임이라면서 판공비로 인화회 회비를 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최 총장이 조장인 조에도 공공기관장과 단체장이 속해 있지만, 이들은 평일 휴가를 내고 모임에 참석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참여를 하지 않았다. 인하대는 사립학교를 공공기관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최 총장이 휴가를 내고 골프를 친 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정석인하학원, #최순자, #한진, #인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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