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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쨰 딸이 파마를 해달라고 조르고 졸라 집 앞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다.
▲ 집 앞 미용실 둘쨰 딸이 파마를 해달라고 조르고 졸라 집 앞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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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아이가 부쩍 외모에 관심을 두더니 급기야 파마를 해달라고 조르고 졸랐다. 결국 집 앞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를 마는 롤의 굵기도 제각각이고 파마 이름도 많아 무엇이 좋은지, 어떤 게 예쁘고 어울리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딸아이는 미용실에서 손님들의 대기시간을 위해 마련해 둔 잡지를 뒤적이더니 한 연예인의 머리처럼 해달라면서 설렌 표정이다.

어릴 적 우리 어머니들 머리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짧게 잘라 빠글빠글하게 볶아낸 듯한 머리 모양이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아가씨였을 때에는 찰랑찰랑하는 생머리가 유행해 스트레이트 파마가 대세였다. 언젠가는 여성 탤런트가 물결처럼 구불구불한 파마를 하고 텔레비전에 등장하니 한동안 물결 파마라 부르며 그 파마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품을 해대면서도 미용실에 앉아 파마하겠다며 말아 올려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둘째를 지켜보다가 문득 파마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우선 파마의 뜻부터 찾아보았다.

"'파마' 외래어 표기, '파마'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파마'는 원래 형태인 'permanent'에서 변한 외래어입니다."

파마는 외래어에서 변한 말로 파마는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러 문헌을 살펴보니, 파마의 시작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였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일 강의 진흙을 모발에 바르고 둥근 막대에 말아 태양열로 말려서 웨이브를 만들었다는데 시간이 온종일 걸려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고 한다.

루이 14세 때에는 웨이브 있는 모발이 아름답게 여겨져 남성, 여성을 불문하고 둥그렇게 감아올린 가발이 유행했다고. 이어 1870년에 웨이브를 만드는 기구가 발명되고, 1906년 칼 네슬러라는 사람이 살아 있는 모델에게 처음으로 파마를 하면서 파마가 본격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미용에 대한 관심은 국권침탈 이후 외국에서 신문물을 보고 돌아온 신여성에 의해 시작됐단다. 1933년 일본에서 미용연구를 하고 돌아온 오엽주씨가 서울 화신백화점 안에 문을 연 화신 미용실이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실이란다.

그녀가 처음 파마를 시작하자 내로라하는 여성들이 찾아와 머리를 맡겼으며 파마값은 당시 금가락지 하나 값과 엇비슷할 정도로 비쌌다고. 현재 이용과 미용이 법률상 하나인 나라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따로 구별된 나라가 있는데, 세계적으로는 이 두 분야가 하나로 통일되는 추세란다.

이번에는 파마의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처음으로 머리를 곱슬거리게 하는 파마를 발명한 건 독일 미용사 '칼 네슬러'였다. 최초로 공개된 것은 1906년이지만, 1896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10년에 걸쳐서 연구를 했다니, 그 정성과 노력이 오늘날 파마의 대중성을 가져온 듯하다. 네슬러는 소의 오줌과 물을 섞어서 파마 약으로 쓰기도 했다고 하는데, 머리에서 소 오줌 냄새가 나지는 않았을지 궁금해진다.

칼 네슬러가 고안한 파마기계이다. 사진 속 막대기들을 머리카락에 말아 고온(100도씨)의 열로 6시간 정도 가열하여 파마를 완성한다.
▲ 칼 네슬러의 파마 기계 칼 네슬러가 고안한 파마기계이다. 사진 속 막대기들을 머리카락에 말아 고온(100도씨)의 열로 6시간 정도 가열하여 파마를 완성한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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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이 네슬러가 사용한 파마 기계라고 한다. 오늘날 미용실에서 각종 기계와 약물이 등장한 바탕이 이 기계가 아닌가 추측된다.

위 그림에 막대기들이 둥그렇게 내려와 있는 것들이 보이는데 머리에 수산화나트륨(알칼리성. 그래서 알카리 성분이 있는 소의 오줌도 파마 약으로 사용되었다)을 바르고 머리를 저 막대기들을 둘둘 감는 방법이라고 한다.

아마도 기계의 특성상 머리가 긴 사람들만 할 수 있었을 듯하다. 머리가 다 감겼으면 이제 저 막대기들을 전기로 가열하는데 온도는 무려 섭씨 100도 전후였다고 한다. 파마하는 데 걸렸던 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고.

언니는 라면, 엄마는 배추, 아빠는 푸들이라고 부르는 둘째 아이의 파마모습이다.
▲ 오른쪽 둘째 아이 파마 모습 언니는 라면, 엄마는 배추, 아빠는 푸들이라고 부르는 둘째 아이의 파마모습이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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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고 2017년인 지금도 파마 시간은 짧지 않다. 머리카락이 많지도 않은 어린 여자아이도 4시간이나 걸렸다. 꼬불꼬불한 머리가 맘에 드는지 연신 함박웃음이다. 둘째 아이의 머리카락을 보더니 큰딸은 라면이라며 놀린다. 나는 배추라고 불렀다. 걸그룹 언니들처럼 머리카락이 예뻐졌다며 좋아하다가 언니와 엄마가 놀리자 뾰로통했던 둘째딸이 퇴근한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나 달라진 거 없어?"
"머리했네~. 푸들 같다."
"…."

마지막 보루로 아빠를 믿었건만 둘째 딸아이는 그만 울고 말았다. 며칠이 지난 지금, 언니·엄마·아빠 모두 둘째 딸이 좋아하는 걸그룹 '쯔위'를 둘째의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쯔위가 알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태그:#파마, #퍼머넌트, #칼 네슬러, #네슬러 파마기계, #파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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