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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 스님의 에세이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는 짧고 쉽게 스님의 말씀을 구성한 명상집이다. 웰빙 뿐만 아니라 웰다잉, 잘 죽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과제이며, 잘 죽기 위해서는 번뇌와 집착을 내려 놓고, 마음의 진실된 평안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책 전체가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이다. 웰빙이나 욜로 등 살아가는 것에 유독 집착하고 있는 현 세태에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한 조언이다.

스님은 바쁜 생활 가운데에서도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질 것, 신문을 읽지도 말고, 텔레비전을 켜거나 음악을 듣지도 말고, 잡담을 하지도 말며, '본연의 나'와 마주할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즐긴다는 이유로 여가조차도 빡빡하게 일정을 짜서 숨 돌릴 틈 없이 지내지 말라고 한다. 단지 조용히 앉아 주위를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이완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존재 안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스님은 쉬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고 일러 주신다.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 : 월호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 : 월호
ⓒ 도서출판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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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아 휴직을 쓰면서, 정신 없이 달려 온 삶을 되돌아보고 어지러웠던 일상을 정리하며 앞으로 다가올 생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해 보던 중, 스님의 여러 말씀 중에서 휴식과 명상에 관한 구절이 가장 가슴 깊게 다가왔다. 스님의 조언을 좇아 길러 오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번민이 더욱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집안에서 낡은 것을 버리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주위에 나눠주고, 새로 가구를 짜넣어서 보기 좋게 정돈하며, 묵은 먼지를 없애며 쓸고 닦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수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이 인용하신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빌면, '인간은 원래 병을 낫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의사는 내 안에 있는 법이므로, 내 안의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그 어떤 명의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자기 의식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구절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어떤 목적을 두고 살아가지 말고, 삶의 과정 자체를 여유롭게 즐기라는 스님의 조언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시장에 양파를 팔기 위해 앉아 있는 지혜로운 인디언 노인은 단지 돈벌이만을 위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햇빛을 쐬면서 시장에서 북적대는 사람들을 만나 삶을 즐기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양파를 다 사주고 노인의 하루를 끝내주려는 백인 남자의 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소소한 과정을 즐기는 삶의 지혜가 돋보이는 구절이다.

끝으로 스님은 잘 죽는 것에 대해 담백하게 다루고 있다. 웰다잉은 편안한 죽음을 넘어서서 궁극적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깨달음을 얻으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은 완전연소의 삶을 통해 가능하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윤회하는 것이며, 그것은 고통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결국 나 자신에게 있고, 스스로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근심 걱정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괴로움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완전연소의 삶은 물질문명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쉽지 않다.

그러니 단 하루라도 내 몸과 마음, 생각을 푹 쉬며 살아볼 일이다. 그리고 잠들 때 아무것도 거리끼는 게 남아 있지 않도록 완전연소해 볼 일이다. 이런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간다면 삶이 종착역에 이르렀을 때 마음에 불편함이 없이 이 생을 완전연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는 길이며, 생과 죽음에서 고통을 완전히 소멸하는 길이다.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 인생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한 이야기

월호 지음, 마음의숲(2013)


태그:#휴식, #명상, #웰빙,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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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 임학박사, 연구직 공무원, 애기엄마. 쓴 책에 <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사랑, 마음을 내려 놓다>. 연구 분야는 그린 마케팅 및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 연구. 최근 관심 분야는 환경 정의와 생태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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