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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妄想)

17.05.30 10:3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날마다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절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어제 낭보를 보내왔다. "홍 작가, 축하해 주쇼! 나 로또복권 5만 원에 당첨됐슈."

마치 내 일인 양 반가웠기에 냉큼 답신을 보냈다. "와~ 대박! 난 또 꽝이었거늘." 오랫동안 안 하던 짓거리(?)를 시작했다. 그건 매주 로또복권을 사는 것이다. 1등 당첨이라는 한 올의 희망을 지니며 복권방에 들어서면 흡사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어쩜 하나같이 진지하게 숫자에 집착하는지 혹여 말이라도 붙였다간 단박 귀싸대기라도 맞을 기세로 그렇게 등등하다. 반면 나는 복권방 주인이 주는 대로 받는 '자동 시스템'에 의존할 따름이다.(그래서 그렇게 늘 꽝인가?)

연초 정부가 지난해 술과 담배, 도박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산업에 매긴 일명 '죄악세(sin tax)'가 무려 2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여기에 로또복권과 기타의 복권판매 수익금 등이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복권 판매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로또복권은 지난해 3조 5500억 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따라서 이는 대부분의 국민(서민)적 기대와 희망이 지금의 상황으로선 도무지 삶의 질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며 체념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어쨌거나 복권에의 당첨은 행운이자 '경품'에서의 대박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1억 원을 호가하는 전기차 '테슬라'가 백화점 경품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이르면 머리가 더워지는 느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6월1~25일 동안 신세계 제휴카드인 신세계 신한카드를 발급받거나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리곤 1등에겐 1억 2000만 원인 테슬라 전기차를 주기로 했단다.

지난 2009년엔 롯데백화점이 3억 5000만 원 상당의 우주여행 상품권을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당첨자는 여행 대신 해당 금액만큼의 상품권을 선택하는 '실리'를 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류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그 해당자는 과연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지지리 운도 없는 나 자신을 새삼 책망하기도 한다.

석미경은 <물안개>라는 자신의 히트곡에서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당신은 내 가슴 속에 살며시 피어났죠 ~"라고 했지만 현실은 마치 자욱한 물안개에 휩싸여 한치 앞조차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한데 이처럼 자탄을 금치 못하는 건 나 역시도 하다하다 안 되니까 급기야는 노골적으로 대놓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속적 범부로 늙어간다는 방증 아닐까. 하긴 선떡부스러기(어중이떠중이가 모인 실속 없는 무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불과한 이 곤쇠(나이는 많아도 실없고 쓰잘 데 없는 사람)에게 어떤 행운의 여신이 미쳤다고 그러한 행운의 화살을 쏴줄까.

구독하는 신문에 끼어들어온 광고지가 눈길을 끈다. 어떤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오면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단다. 마침맞게 내일은 쉬는 날인데 그렇다면 '노느니 염불' 한다고 거기나 가볼까? "차라리 그 시간에 현실적인 알바를 해라!" 평소 바른 말 잘하는 또 다른 친구의 지청구가 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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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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