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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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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 수북이 깔린 산길을 걷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듯, 하얀 찔레꽃 수줍게 인사하고 뻐꾸기도 뻐꾹 뻐꾹 반갑다고 노래합니다. 이 꽃 저 꽃, 이 나무 저 나무에 취해 정신없이 가다 보니 어느덧 산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길가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릅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새들이 무리 지어 날고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산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잠시 벤치 위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폐부 깊숙이 들어박힌 한숨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한껏 기지개를 켭니다. 살랑살랑 솔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힙니다. 부드러운 햇살 속에서 깜박 잠이 들 것만 같습니다.

길을 걸으면 걷는 대로, 또 멈춰 서면 멈춰 선 대로 즐거움이 있으니 산에서는 결코 서두를 일이 없습니다. 인생도 산길을 걷는 것처럼 여유롭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득 조선 중기 문인 송익필의 시 한 수가 떠오릅니다. 제목은 '산길'입니다.

산길을 가다 보면 앉는 걸 잊고
앉아있다 보면 가는 걸 잊으니

소나무 그늘 아래 말 멈추고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네

몇 사람인가
뒤따라 오던 이들 앞질러 가도

저마다 제길을 가는 것뿐이니
다투어 무엇하리오

2017.5.30. 현해당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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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인문기행 작가. 콩나물신문 발행인. 저서에 <그리운 청산도>, <3인의 선비 청담동을 유람하다>, <느티나무와 미륵불>, <이별이 길면 그리움도 깊다> <주부토의 예술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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