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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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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반 년 앞두고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들은 '속도전'을 하는 반면,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단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추진위 단계인 은마아파트는 초고층 '장기전'에 돌입했다. 

초과이익환수제란 조합원 1인당 3000만 원이 넘는 이익분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가령 재건축으로 1억 원을 벌었다면, 3000만 원을 뺀 나머지(7000만 원)에서 최대 3500만 원까지 세금을 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세금폭탄'이라 부르는 이 제도는 올해 말 유예 기간이 끝나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12월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사업시행 인가 받은 단지, 관리처분 신청만 남아 상대적으로 '여유'

현재 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 직전 단계)를 받은 조합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이들은 시공사를 선정하고, 구청에 관리처분 인가 신청만 하면 된다. 지난 24일 서울시 재건축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 조합은 모두 14개다.

강남구에는 개포주공4단지, 청담삼익 등 6개 조합, 서초구에는 서초신동아 등 8곳이 사업시행 인가 단계다. 개포주공 4단지의 경우 지난 2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면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했다. 다른 단지들도 관리처분 신청 준비로 분주하다.

서초구 반포 우성 등 일부 단지는 일찌감치 시공사 선정도 끝낸 상태다. 조합원 반발이나 시공사 재선정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단지들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한 조합총회 등이 남아있는데, 조합원들도 심리적으로 쫓기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총회에서 특별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사업시행 인가 못받은 조합, 사업 진행 '속도전'

서울 잠실 송파 지역 아파트 단지.
 서울 잠실 송파 지역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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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조합이다. 이들 조합들은 서울시의 35층 이하 가이드라인에 맞춰 건축심의를 받는 등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서초구 신반포3차와 경남, 송파구 잠실 진주, 미성크로바 조합이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앞서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와 신반포 13차도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시행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 조합들은 모두 단지 구성을 서울시 가이드라인인 35층 이하에 맞췄다. 강남 은마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단지가 '초고층'을 고집하면서 서울시와 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들 조합들은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시 방침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갈 길은 멀다. 이들 단지는 구청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야 하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쳐야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낼 수 있다.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7개월밖에 없다. 통상 사업시행 인가에서 관리처분인가까지 1~2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론 '무리'다. 하지만 조합들은 낙관적이다.

신반포3차 조합 관계자는 "이르면 6월 달쯤 구청에 사업시행 인가 신청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면서 "앞서 법이 바뀌기 전에 시공사 선정도 했고,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축심의를 마친 조합들이 올해 안에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는 건 쉽지 않지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한다. 구청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처분 인가'가 아니라 구청에 '신청'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사업시행 인가를 못 받은 단지들이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 신청을 하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쉽지 않다"라면서 "물론 관리처분 인가가 아닌 신청 기준으로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조합이 속도를 낸다면 가능은 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35층 이하 층수 규제)을 두고 말이 많았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현재 정비계획변경안 심사가 진행 중이다. 변경안 심사가 통과돼야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관리처분 신청'을 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추진위 단계인 단지들은 '세금폭탄' 불가피, 은마는 '초고층'

반면, 조합 설립도 않은 단지들은 오히려 여유롭다. 이들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 재건축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추진위 설립 단계인 단지들은 모두 28곳이다. 강남구 6곳, 서초구 14곳, 송파구는 8곳이다.

이 단지들이 관리처분 신청을 하려면 정비계획안 승인과 조합설립인가, 건축심의, 사업시행 인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반 년 만에 모두 진행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을 취하는 추진위도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49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설립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했다.

강남구청은 지난 8일 서울시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 심의를 정식 요청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30개동이 새롭게 들어서는데, 이중 16개동이 35층을 초과한다. 49층 짜리 초고층 아파트 4개동도 들어선다.

서울시 2030도시계획에서 정한 35층 이하 층수 규제 가이드라인과 상반되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 심의 절차는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밖에 없고,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고층'을 관철시키자는 의도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비계획안은 구청의 심의로 갈음해, 도계위 심의에 올리기도 하지만 (은마아파트 건은) 심의에 상정할지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라면서도 "35층 이하 층수 제한은 서울시 기본계획에 의해 규정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심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다른 단지들은 올해 안에 재건축사업을 진행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 하지만, 은마아파트는 올해 안에 사업이 진척을 이루기는 어렵다"라면서 "추진위 쪽에선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태그:#초과이익환수,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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