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19일 MBC는 이른바 '반성 동영상'을 올린 막내 기자 등 7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습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YTN 조준희 사장은 자진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세상은 봄에서 벌써 여름으로 바뀌고 있지만, MBC는 아직 '겨울'인 듯 합니다. MBC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까요. 지난 '9년' 동안 있었던 '사람의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MBC 사람들,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말]
여전히 시민들 기억에 생생한 'MBC의 얼굴들'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수난을 겪었던 인물들, 또는 이제 MBC에서 볼 수 없는 얼굴들, 그들을 통해 MBC의 지난 9년을 돌아봤다.

 2009년 4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마지막 방송을 마친 뒤 뉴스센터를 나서고 있는 신경민 당시 앵커.
 2009년 4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마지막 방송을 마친 뒤 뉴스센터를 나서고 있는 신경민 당시 앵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신경민] "희망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2009년 4월 13일, 신경민 앵커는 마지막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쳤다. 당시 신 앵커는 자타가 공인한 MBC의 스타 앵커였다.

신 전 앵커는 민감한 정치적ㆍ사회적 이슈에 대한 '촌철살인' 멘트로 시청자의 호응을 받았다. 지난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디어법이 기습상정 됐을 땐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기습 상정에서 누군가를 위해 몸을 던지는 친절을 보였다"면서 "총 맞은 것처럼 친절했던 배경이 궁금하다"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렇듯 정권에 날을 세우던 신 전 앵커는 "회사 결정에 따라" 물러났다. 당시 엄기영 MBC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MBC 기자회는 반발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이미 오래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 왔다는 것은 이미 보도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항의했다.

그 후 엄 전 사장은 2010년 임기를 마치기 전 사장직에서 사퇴하고 2011년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나갔다가 낙선했다. 현재 한우리통일연구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9년 4월 15일이었다. 김보슬 PD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다룬 MBC 'PD수첩'과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다음 날 수갑을 찬 채 서울 서초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던 모습. 당시 김 PD는 결혼식 준비를 위해 시댁을 방문했다가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됐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보슬] 결혼 나흘 앞두고 긴급체포된 PD

2009년 4월 15일 MBC 김보슬 PD가 검찰에 체포됐다. 약혼자의 집 앞에서였다.

당시 김 PD는 결혼식을 나흘 앞둔 예비신부이면서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만든 제작진이었다. 검찰은 김 PD를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했다.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하고 편집해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1심, 2심 무죄판결에 이어 2011년 9월 대법원에서도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적인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는 완화돼야 하고, 공직자의 행위는 국민의 감시와 언론의 비판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판결이었다.

법원은 제작진을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이후 MBC는 <PD수첩> 제작진을 징계해 논란을 일으켰다. 허위 사실을 방송해 사회에 혼란을 줬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김 PD는 소송을 걸어 사측의 정직 3개월 처분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정직 1개월의 재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2015년 7월 법원은 MBC의 재징계 처분 또한 무효라고 결정했다. 김 PD는 현재 MBC에 재직 중이다. 지난 4월에는 <휴먼다큐 사랑>을 만들었다.

 박성호 기자는 2012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1심, 2심에서 해고무효판결을 받은 박 기자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MBC노동조합

관련사진보기


[박성호] 두 번 해고당하다

1995년 MBC에 입사, 사회부와 정치부 쪽을 주로 담당했던 박성호 기자가 2012년 5월 30일 해고당했다.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퇴근 저지 시위와 보도국 농성에 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기자의 해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첫 번째' 해고는 같은 해 2월에 있었다. MBC 기자회는 PD수첩 대법원 판결 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보도 등이 불공정했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불신임 투표를 했다. 이때 박 기자가 기자회장으로서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재심에서 정직 6개월로 수위가 낮아졌지만, 박 기자는 파업을 주도하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해고를 당한 후 아직도 MBC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박 기자와 함께 해고된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1심에 이어 2015년 2심에서도 해고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MBC는 "2012년 노조가 공정성 훼손이라고 주장하며 강행한 파업이 근로조건과는 무관한 정파적 목적에 다른 불법 파업이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들 6인은 2년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 <제보자>의 모델이자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밝혀낸 한학수 PD
 영화 <제보자>의 모델이자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밝혀낸 한학수 PD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한학수]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 PD가 발령받은 곳은?

한학수 PD는 영화 <제보자> 속 윤민철 PD의 실제 모델이다.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밝혀낸 바로 그 PD다.

MBC 'PD저널리즘'의 전성기를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한 PD는 최근에서야 제작부서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4년 10월, MBC가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면서 한 PD가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MBC는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교양제작국을 외주제작을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 예능국 산하의 제작4부로 쪼갰다. <불만제로>, <원더풀 금요일> 같은 교양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교양 PD들은 비제작부서와 예능본부로 흩어졌다. 사측은 개편에 대해 "조직개편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노조 MBC 본부는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와 PD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며 반발했다.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던 기자·PD들이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부당전보 판결을 받고 제작부서로 복귀하게 됐다. 대법원은 사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각 전보발령으로 원고들이 입은 불이익은 중대한 반면, 이를 정당화할 만한 업무상의 필요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 PD는 대법원 판결 후 "3년여에 걸쳐서 제작 일선에서 쫓겨나 귀양살이를 해왔다. 앞에 어쩌면 또 다른 암초가 있을지 모르지만, 제작 PD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조합원의 1인으로서 꿋꿋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회사를 상대로 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한 MBC예능국 권성민 PD
 회사를 상대로 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한 MBC예능국 권성민 PD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권성민] 3년 차 PD의 '유배' 웹툰... 그리고 사라진 '얼굴들'

2012년 MBC 예능국에 입사한 권성민 PD는 3년차던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MBC 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징계가 끝나고 그 해 12월, 권 PD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받았다. 발령 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현 상황을 '유배'라 표현한 웹툰을 올리는데, 사측은 이를 이유로 권 PD를 해고했다. "정당한 전보조치를 유배로 표현하고, 김재철 전 사장을 비방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근거였다.

해고 무효를 놓고 사측과 소송전을 벌인 결과, 2016년 5월 13일 대법원은 권 PD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 무효 확정판결을 받은 권 PD는 복직해 현재 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건은 또 일어났다. MBC는 지난 4월 26일 보도국 막내 기자인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 총 3명에게 10일 출근정지와 근신 등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MBC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묵인·축소 보도했다'는 내용을 담은 반성문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등에 올렸다는 이유였다. 이 기자의 경우엔 페이스북에 동료 기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사유가 추가돼 유일하게 출근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 본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사규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기자는 징계 결과가 나온 직후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난 19일 원심과 동일하게 징계 수위가 확정됐다.

아나운서 박혜진 "세월호 참사 잊지 않기로 약속해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약속 콘서트'에서 박혜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약속 콘서트'는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가수 이승환, 부활, 한영, 뮤지컬배우 배해선, 시인 김선우와 다시 봄 프로젝트, 4.16 가족 합창단, 평화와 나무 합창단이 출현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가수 이승환은 "세월호 공연에 네 번째 참석하고 있다. 올 때마다 변하지 않고 있구나. 뭔가 바뀌기를 바라지만 변하지 않고 있어 서글프다"라며 "잊혀지는 것을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모인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고 있으니깐 위안이 되고 안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 아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 일을 방조했던 혹은 날조, 이용했던 사람들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아나운서 박혜진 "세월호 참사 잊지 않기로 약속해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뒀던 지난 2016년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약속 콘서트'에서 박혜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스타 언론인도 MBC를 떠났다

한편, 위 다섯 인물 외에도 최일구 전 앵커, 이상호 기자, 박혜진 전 아나운서, 오상진 전 아나운서 등도 MBC 재직 시절 스타 언론인이었으나 현재는 모두 MBC를 떠났다. 최 전 앵커는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등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자 사표를 제출했다. 최 전 앵커는 현재 팟캐스트 등에서 활동 중이다.

이 기자는 2013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회사가 김정남을 인터뷰해 대선 전날 보도하려 한다'는 내용의 SNS를 올렸다가 '회사 명예 실추 및 허가 사항 위반' 등의 이유로 해고당했다. 이후 대법원 해고무효 판결에 따라 복직했던 이 기자는 다큐멘터리 <대통령의 7시간> 연출과 관련하여 취업 규칙 위반 등의 이유로 정직 6개월 징계를 다시 받았다. 이 기자는 지난 해 5월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신 전 앵커와 함께 뉴스를 진행했던 박 전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그는 한 방송에서 "현직에서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수명이 점차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파업 참여 후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오 전 아나운서도 2013년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