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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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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말이 많았다. 그 스스로도 간담회가 끝날 즈음에 "오늘도 1시간가량 혼자 이야기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을 책임지게 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한성대 교수)이야기다.

김 후보자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소신과 향후 공정위 정책 방향 등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특히 재벌개혁을 둘러싼 재계 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한국경제에서 재벌의 특수한 위치와 역할에 대해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도 말했다.

또 "이제껏 재벌 해체라는 단어를 써 본적 없다"라면서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엄격한 법 집행도 다짐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 내부에 기업집단국을 부활하기로 했다. 과거 조사국을 부활하지 않는 대신, 현재의 기업집단과(課)를 국(局)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밖에 공정위가 재벌 문제 이외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리점, 가맹점 등 자영업자의 삶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간담회 끝날 즈음에 '김 후보자가 예전과 달리 우클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웃으면서, "신문을 보니까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지난 2008년이후 세계경제, 한국경제가 많이 변했다"면서 "변화된 환경에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을 찾는 것이 현재의 마음자세"라고 그는 답했다.

김 후보자는 "그럼에도 개혁에 대한 의지는 절대 후퇴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지속가능한 개혁을 통해 말랑말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4대 재벌 대상으로 법을 만들순 없지만...법 집행을 엄정하게 할 것"

우선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김 후보자가 내놓은 재벌 개혁의 방향은 그동안 그가 밝혀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선 공약에 나와 있는 내용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업집단국을 새로 만들거나, 범(凡) 4대 재벌에 대해선 보다 엄정하고, 적극적인 법 집행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순환출자 규제나 지주사 제도 등에 대해서 그는 자신의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오늘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니까 5년 전만해도 순환출자 고리는 14개그룹에 9만8000여개였다. 물론 롯데그룹이 9만5000여개로 가장 많았다"면서 "지금은 7개 그룹에 90개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순환출자 문제가 총수일가의 지배권과 관련돼 있는 그룹은 현대차 한 곳 뿐"이라며 "이렇게 달라진 순환출자 문제를 대통령의 10대 핵심공약에 남길 것인지 캠프내부에 논의했다"고 말했다. 결국 재벌의 기존 순환출자규제는 10대 핵심공약에는 빠졌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집에는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문 캠프 합류한 김광두-김상조-김호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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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벌개혁의 대상 역시 4대 재벌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따랐다. 그는 "범위를 너무 넓게 잡아서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보다 실효성있는 규제를 위해 '핀 포이팅'을 한다는 의미로 봐 달라"고 말했다. '엘지와 롯데 그룹이 4-5위 그룹의 경계에 있다. 4대 재벌을 좀더 구체적으로 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대통령께서 4대 그룹에 2개를 더해 6대 그룹을 말했고, 그렇게 되면 롯데도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4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법을 만들 수는 없다"면서 "공정위는 현행법을 집행할 때도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면서 "4대 그룹 사안이라면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중하위 그룹에 대해선, 당장 경제력 집중 규제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업집단국 신설...재벌개혁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과도적 목표

김 후보자는 "중하위 그룹에 대해서 법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법 집행에 예외는 없지만, 범 4대그룹에 대해 엄정하게 집행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된 환경에 부응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에 새로 만들어질 '기업집단국'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이제 조사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기업집단국이라고 하겠다"고 했다. 조사국은 공정위 내부에 재벌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역할로, 문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돼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재벌의 반발로 지난 2005년 폐지됐다.

김 후보자는 "기업집단국은 공정위 조사능력을 정상화하고, 경제분석 능력까지 포함하려 한다"면서 "해당 국의 인원과 운영 등은 관련 부처와 신중하게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현행대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면적으로 폐지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추후 검토를 해보겠다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들과의 협력이나 양보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에 대해서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재벌개혁은 중간 단계"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과장일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재벌개혁 목표와 대통령의 생각이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재벌개혁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면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공정한 시장질서가 깨졌고, 기업 생태계가 왜곡되면서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생각은 재벌개혁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만들고, 다시 우리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면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재벌개혁을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과도적인 목표로 설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간담회 끝날 즈음에 "아직 이런 말이 생소하지만, '잘 부탁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상조의 공정위'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국민도, 기업도 지켜보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
 한성대 김상조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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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상조 교수, #공정거래위원회, #재벌개혁, #4대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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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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