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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노동도 아니다" 무권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방치한 교육당국 규탄한다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고객센터특성화고현장실습생사망사건대책회의, 서울청소년노동인권지역단위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울려 퍼진 특성화고 졸업생 당사자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교육, 노동 현실에 경각심을 울립니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나누고 싶습니다. - 기자 말

안녕하십니까? 저는 동대문구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21살 청년입니다. 재작년 11월 군대가 정말 가기 싫어 학교에서 소개해준 방위산업체에 들어가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3년만 죽었다고 생각하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간 산업체의 노동환경은 참혹했습니다. 기숙사랍시고 소개해준 좁아터진 월세 빌라에는 최소한의 주거를 위한 전자제품이나 가구조차도 없었습니다.

먼저 살던 선배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한 냉장고, 전자레인지, 밥상, 이불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기세, 수도세, 인터넷 요금 전부 사비로 부담해야 했고 계약서상 월급은 주 5일 근무에 130만 원이었으나 4년 차 선배 외에는 전부 80~100만 원 정도의 금액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아침 7시에 시작해 하루 12시간 근무를 했지만, 점심밖에 주지 않고, 심지어 점심마저도 기계를 쉬지 않고 돌려야 한다는 이유로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었지만, 제때 먹지 못하였습니다.

하루하루 쓰레기 같은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산업체의 많은 부조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몇 달 후 저는 자진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3일 <"제대로 된 교육도, 노동도 아니다" 무권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방치한 교육당국 규탄한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하는 우리동네노동권찾기의 김도현 님
 지난 4월3일 <"제대로 된 교육도, 노동도 아니다" 무권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방치한 교육당국 규탄한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하는 우리동네노동권찾기의 김도현 님
ⓒ 우리동네노동권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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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곧 군대 갑니다. 기분이 더럽습니다.

안 그래도 군대 갈 생각에 마음이 심란한데 자진 퇴사 후 돌아간 학교에서는 저를 다독여 주거나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한 산업체로 보낸 담임선생님은 정작 저를 교무실로 불러내어 '딴사람들은 다 버티는데 넌 왜 못 버티냐'라며 노발대발하며 크게 꾸짖었습니다.

담임의 꾸짖음에 구시렁 구시렁대며 돌아간 교실에는 4~5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같은 과 학우들이 넋 나간 부랑자처럼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현장실습 나갔다 돌아오면 수업도 안 하고 특별한 교육도 안 하고 졸업까지 버려두는 이 현장실습의 말도 안 되는 실태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1살이 되고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반 친구들과 만났을 때였습니다.

졸업하고 취업처에 남아있는 친구는 40명 중 단 3~4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전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한부 인생처럼 군대를 기다리기만 합니다.

다른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동네 친구들의 대부분도 나갔다가 금방 돌아와 버리더군요. 과연 저희 과 47명 동창이 사회에 적응 못 하는 나약한 사람이라 다 때려치운 걸까요? 저는 단언컨대 학교와 사회와 노동환경의 문제라고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LG유플러스고객센터특성화고현장실습생대책회의입니다. 올해 초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업무를 하는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이 모여 꾸려진 대책회의입니다. 현재 LG유플러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현장실습, #현장실습생, #특성화고, #청소년, #청소년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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