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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해궁(海宮)인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わたづみじんじゃ)' 뒤편으로 들어갔다. 대나무와 삼나무 숲이 좋은 곳이다. 들어가면서 바로 우측 고목 아래에 바다의 수호신인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의 묘비석이 보인다. 신령스러운 나무 아래 큰 바위가 좌측에 있고, 둥근 모양의 묘비석이 이채로운 곳이다.

도요타마히메의 무덤
▲ 일본 쓰시마 도요타마히메의 무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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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를 본 우리들은 앞으로 조금 더 나와서 각자가 삼나무를 안고 잠시 기도와 명상을 했다. '평안한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나는 일본 신사에 올 때면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정말 고목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라면 절이나 교회를 완공한 다음에 조경수를 심는다. 그런데 이곳은 반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본전 앞의 도리이
▲ 일본 쓰시마 본전 앞의 도리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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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위 및 나무와 강이 좋은 곳에 미리 터를 정하면 나무와 숲 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간 중간에 건물을 짓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신사보다 더 멋지고 오래된 나무도 많고 터도 돋보이는 것 같다.  

바닷 속 도리이
▲ 일본 쓰시마 바닷 속 도리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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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가서 본전을 본 다음, 더 앞으로 나갔다. 바다에서 보면 물 위에 있는 두 개의 도리이(鳥居)가 무척 유명한 곳이다. 바다에서 신사의 본전(本殿)까지 다섯 개의 도리이가 이어져 있으며 밀물이 들 때는 최대 2m나 바닷물에 잠기는 도리이도 두 개 있다.

일본 쓰시마
▲ 바다에서 본 신사 일본 쓰시마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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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다 초입에 한 개 나머지 두 개는 신사 안쪽에 있다. 나는 특히 바다 속에 있는 두 개의 도리이가 마음에 든다. 두 개의 도리이를 보고 있자면 아소만의 잔잔한 파도와 어우러져 해궁과 신화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삼나무를 안다
▲ 일본 쓰시마 삼나무를 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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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때 마침 썰물이라 평소 바다 속에 있는 두 개의 도리이 중에 한 개가 전체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 본다. 너무 신기하다. 기둥을 화강암으로 만들어 조립한 것인데, 정말 견고해 보인다.

다섯번째 도리이 앞에 서다
▲ 일본 쓰시마 다섯번째 도리이 앞에 서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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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바다 속에 있는 도리이는 그냥 눈으로만 보고 돌아왔다. 하지만 고 선배는 신발을 벗고는 마지막 도리이까지 가서 기념촬영도 하고 만지고 나온다. 사실 이곳에는 여러 번 왔다. 그러나 오늘은 운이 좋은지 물이 빠져서 이런 경험을 하게 돼 무척 기쁘다. 만조에 따라 평소와는 다른 도리이의 모습이 더 신비롭게 보인다.  

그리고 다시 신사의 안쪽을 살펴봤다. 이곳에는 음력 8월 1일 오마츠리(大祭)가 열린다. 행사 안에 후나구로우대회(船ぐろう大会, 배의 안전귀환 및 옛것을 기리며 체험하는 기원제와 뱃사람의 아픔을 경험하는 경주대회)가 거행된다.

행사용 거대한 나무 배
▲ 일본 쓰시마 행사용 거대한 나무 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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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좌측 원두막처럼 생긴 나무 집안에 10m는 돼 보이는 배를 포함한 행사도구들이 보였다. 오래된 것들이라 더 멋져 보인다. 정말 오마츠리(大祭) 시기에 꼭 와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작은 배를 타고 저 멀리 아소만으로 나가서 이곳 신사를 바라보는 것도 장관이라고 하니 바다에서 역으로 신사를 보고 싶다. 

이어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는 남섬으로 이동하여 '시라타케(白嶽)'의 '카미자카(上見坂) 등산로'로 향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돌발적으로 당하게 되는 버스기사의 곤조(こんじょうくさり, 根性腐り, 좋은 심성보다는 집요하고 고약한 성질)가 우리를 힘들게 했다.

"당신들 저녁을 북섬의 캠핑장에 불고기로 예약해 두고는, 왜 다시 남섬으로 와서 등산을 하려고 하느냐? 이곳에서 등산마치고 다시 북섬에서 밥 먹고 다시 남섬에서 온천까지 하면 몇 번을 왕복하는지 아느냐?"라는 것이었다.

시라다케의 숲
▲ 일본 쓰시마 시라다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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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전기사의 말에 대부분 동의했지만, 무슨 일인지 고 선배는 "일정상 이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며 강행했다. 내가 중간에서 몇 번 통역하고 하소연을 했지만, 막무가내로 화만 내는 운전기사와 일정을 강행하자는 고 선배 사이에서 애를 먹었다.

일단은 "일을 끝내고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 하지만 쉽지 많은 여정이 돼가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들은 시라타케를 전부 오르지는 않았지만 카미자카 등산로 입구에서 내려 20분 정도 숲길을 걸었다. 나무가 좋은 곳이라 걸을 만했다.

시라타케는 쓰시마의 영산으로 숭상돼온 곳이다. 수련자들의 수련장소이기도 하다. 일본과 대륙계의 고산식물이 혼재하는 원시림이 산 정상까지 분포돼 있어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표고 554m로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니지만, 으뜸 산임에는 틀림이 없는지 방문자가 많은 곳이다. 

숲이 좋은 쓰시마
▲ 일본 쓰시마 숲이 좋은 쓰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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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정도 올랐고 또 20분 정도 삼나무 숲에서 쉬었다. 넓은 마당이 나와서 주변의 숲을 살펴보고는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곳곳에 산돼지의 발자국도 보인다. 새들도 많은지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제 다시 버스를 타고는 이웃의 '카미자카(上見坂) 전망대'로 갔다. 표고 385m의 높지 않은 전망대다.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리아스식 해안인 아소만이 눈 아래에 펼쳐지는 곳이다. 멀리 큐슈 본토와 한국의 산들이 보이는 국경의 섬 쓰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예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군영이 있던 곳이라 작은 평화의 비석이 있고, 막사와 숙영지, 포대의 흔적도 남아있다. 이곳은 원래 쓰시마의 지배자였던 '아비루(阿比留)씨족'을 외지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소(宗)씨의 시조 '소 시게히사(宗重尙)'가 최후의 전쟁을 벌이고 쓰시마 도주가 된 역사적인 결투장이었다.

일본군영
▲ 일본 쓰시마 일본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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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소개(疏開)하여 사방이 열려있어 동서남북으로 쓰시마 전체를 조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공원 전망대에 올라서 보면, 동편 바다가 마치 아기자기하게 손으로 만든 예쁘고 작은 정원같이 눈앞에 점점이 펼쳐져 있다.

아무래도 일본군 주둔지가 있던 곳이라 그런지 지하 방공호도 보이고, 오래된 막사와 정자 도 보인다. 여기에 포대의 훈련장과 창고 겸 숙소도 있다. 부서진 막사의 창과 벽에서 시간의 향취가 나기도 하지만, 전쟁과 피의 냄새도 나는 듯하다. 

조금 먼지가 있어 전망이 별로지만 아소만이 보인다
▲ 일본 쓰시마 조금 먼지가 있어 전망이 별로지만 아소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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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때 만든 주둔지라고 하니 대략 한 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곳이다. 군이 오랫동안 주둔했던 곳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나무들이 무척 많다. 인구가 적은 곳이라 관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숲이 더 좋은 곳이다. 안쪽으로 갈수록 원시림과 같은 분위기다.

이어 우리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는 북섬 초입에 있는 '아소베이파크(淺茅ベイパーク)캠핑장'으로 갔다. 이곳에는 처음 가보았다. 정말 캠핑장다운 규모와 경관이 마음에 드는 곳이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는 전체 면적 56.1ha의 자연공원이다.

고기에 술 한잔
▲ 일본 쓰시마 고기에 술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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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진 곳이라 사계절의 어느 때에 와도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봄에는 현해 진달래, 동백꽃 등이 만발하다. 여름에는 연꽃공원의 수면 위로 수천의 연꽃을 볼 수 있다.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가 방문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겨울에는 설국의 정취를 맛보지는 못해도 삼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진눈깨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기를 굽다
▲ 일본 쓰시마 고기를 굽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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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레저시설로는 텐트 옆에 주차가 가능한 자동차 캠프장, 여름에 쓰는 상설 캠프장과 카누 카약 장, 작은 골프 연습장, 다목적 광장, 전망대, 산책로, 바비큐 장, 야외수도 및 화장실 등이 정비되어 있다. 특히 봄~가을에 많은 방문객들로 붐빈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 둔 덕분에 4시 40분 정도에 도착한 우리들은 직원과 함께 바비큐 장에서 숯불 4개를 피우면서 고기와 채소가 오기를 기다렸다. 며칠 전부터 쓰시마에 와 있던 윤단경 선생이 왕창 음식을 준비하여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했다.

아소베이에서
▲ 일본 쓰시마 아소베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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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이곳의 직원은 두 사람이 입구 안내소와 안쪽 안내소에 나누어서 상근하며 청소는 물론 바비큐 장, 캠핑장 관리 등을 한다고 했다. 숯 세 박스에 식기 및 각종 도구까지 빌리는데 7500엔을 준 것 같다. 생각보다는 싸고 친절해 감동이 컸다.

아소베이의 카누 카약 장
▲ 일본 쓰시마 아소베이의 카누 카약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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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밥과 국 및 술까지 한잔하면서 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7시에 온천 예약을 해둔 탓에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먹고는 다시 차를 타고는 온천으로 갔다. 투덜투덜 불만이 많던 운전기사는 맛난 고기를 먹더니만 조금은 화가 풀린 것 같았다


태그:#일본, #쓰시마, #아소베이캠핑장, #와타즈미신사, #시라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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