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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고, 후보단일화 없이 자력으로 당선되었다는 게 큰 의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른바 'DJP 연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뒤에 깨지기는 했지만 정몽준씨와 단일화를 했다. 이번에는 오히려 상대 후보들이 단일화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경남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큰 성공을 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63.1%를 얻었고, 당시 문 후보는 26.79% 포인트가 낮았다. 홍준표 후보는 2014년 6월 경남지사선거 때 득표보다 이번에 21.6% 포인트가 낮았다. 그런데 이번에 홍 후보가 1위를 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과 차이는 0.51% 포인트다. 경남도 많이 변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허정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허정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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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경남선거대책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한 말이다. 정당인이 아닌 허 위원장은 시민사회진영에서 '선대위'에 들어가 뛰었다. 건축사인 허 위원장은 한국YMCA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허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깊은 인연이 없다. 허 위원장은 "1980년대 지역 노동자 등을 위해 무료 변론을 많이 해 후배나 동료를 통해 이름은 들었지만, 얼굴을 본 적이 없었고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전화통화가 첫 인연이었다.

"그해 이맘 때쯤이었다. 차윤재 전 마산YMCA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가 전화가 걸었다. 받아보니 '문재인입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깜짝 놀랐다. '선거 준비하는 거 아시죠. 도와달라. 잘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차윤재 전 사무총장과 의논하기도 했다. 그 뒤에 연락이 다시 와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중앙선대위'를 꾸리는 데 참여해 달라 했고,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첫 회의를 서울 여의도 어느 식당에서 한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몇 분이 와 있었고 조금 있으니 문재인 후보가 와서 첫 인사를 했다. 누군가 저를 그때 소개했던 것 같다."

허 위원장은 당시 창원에 살면서 1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서 열리는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여는 중앙선대위 회의를 아침 6시에 했다. 하루 전날 밤 12시 창원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 사우나에 갔다가 회의에 참석했다. 처음에는 회의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기자들이 있는 가운데 공동위원장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하는 자리였다. 처음에 저는 그런 자리인 줄도 모르고 제 차례가 되어 내부 결속을 다져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말했던 것 같다."

허 위원장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하기 전 박원순 서울시장을 도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하며 인연도 있고 해서, 이번에 경선에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고민했다. 그래서 문 후보측에 이번에는 어려울지 모르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2012년에는 문재인 선거운동 하다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함께 했다."

시민운동하다 정치를 돕는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그는 "대통령 바꾸는 게 세상을 바꾸는 첩경"이라 설명했다.

"시민운동하다 정치에 들어가는데 대해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심하게 태클은 걸지 못했다. 그런 분들한테 시민운동을 왜 하느냐.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 바꾸는 게 세상 바꾸는 첩경이다'고 했다. 창원지역 시민단체가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마산만 가포신항 개발과 해양신도시 사업이다. 선거대책위에 들어가서 토의를 통해 이 문제와 관련된 공약을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마산 유세를 왔을 때 '난개발에 마산만 수질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전 과정을 철저히 평가해서 정부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확실하게 책임지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행되기를 바란다."

"연령과 지역에 따라 맞춤형 연설했다"

허정도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거리에서 유세했다. 허 위원장은 "일반적인 사항인 탄핵이나 경제 이야기는 다른 연설자들이 하기에 하지 않았고, 청중의 연령이나 지역에 따라 맞춤형으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역 공약 발표회에서 정영훈 경남도당 위원장, 허정도 경남선대위 공동위원장과 함께 서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역 공약 발표회에서 정영훈 경남도당 위원장, 허정도 경남선대위 공동위원장과 함께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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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대목을 들어봤다. 연세 드신 분들이 주로 모여 있으면 3당합당 하기 전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여러분들이 청년시절에 지지했던 야당을 지금은 아들딸과 손자들이 지지하고 있다. 여러분보다 못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자식이나 손자들과 한번 대화를 해보시고, 설득시키거나 설득을 당하는 것이다. 무조건 특정 정당을 찍는 것은 옳지 않다."

또 허 위원장은 농촌지역에 가면 '복지'와 관련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함안시장 앞 유세를 떠올렸다.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 부자의 자식들한테 왜 공짜밥을 주느냐 하고, 가난한 사람한테만 공짜밥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돈을 내고 먹을 정도로 부자냐, 자식들이 밥을 공짜로 먹을 정도로 가난하냐. 여러분은 돈을 내고 밥을 먹겠느냐 돈을 안 내고 밥을 먹겠느냐. 공짜밥을 먹으려면 여러분 자식들은 '가난증명서'를 학교에 내야 한다. 손자손녀가 가난증명서를 냈을 때 그 아이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부자라서 돈을 내고 급식을 먹었다고 해도, 친구인 누군가는 가난증명서를 냈다면 그 아이의 마음은 어떻겠느냐."

허 위원장은 "시장 앞에서 그런 말로 유세를 하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걸음을 멈추고 듣는 것 같더라. 그래서 더 기운을 내서 연설하기도 했다"며 "나중에는 숫자도 많아지고, 한 할머니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라며 박수를 치고 가시더라"고 소개했다.

"유세 차량에 침 뱉는 사람도 있더라"

허정도 위원장은 이른바 '가짜뉴스' 때문에 가장 힘들었다고 소개했다. 유세 현장에서 노골적으로 '빨갱이'라거나 '종북좌파'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서부경남 쪽 유세에 일들이 많았다. 반기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빨갱이' '친북좌파'라며 '어떻게 찍어주느냐'고까지 했다. '북한에 나라 갖다 바친다'는 말도 했다. 저는 지금까지 '종북 타령'이 언론 보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 현장에서 그런 말을 듣고, 고민이 깊었다. 왜 이런 분들이 허위 정보를 갖고, 사실인 것처럼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인이나 정치인은 많이 배운 사람들인데, 국민들을 대상으로 왜 허위정보를 제공하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허 위원장은 유세 때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후보 지원 유세 장면을 보고 더 그랬다는 것.

"우연히 자유한국당 유세 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연설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자세히 보니 제가 아는 사람이었고, 교회 장로로, 평소에는 점잖은 분이었다. 그런데 '친북좌파' 이야기를 하면서 '김정은을 추종하는 세력한테 정권을 넘길 수 있느냐'고 했다. 그 광경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 페이스북을 보니 난리더라. '나라가 큰일 났다'거나 '삶의 의미를 잃었다', '앞으로 텔레비전 뉴스 보지 않겠다', '결국은 미국이 한국과 상의 없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다' 등이라는 댓글이 올라와 있더라. 참으로 안타깝다. 가짜뉴스가 공공연하게 활자화 되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진짜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허정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허정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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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허 위원장은 "밀양에서 가서 유세할 때였다. 어떤 분은 유세하는 우리를 노려보더니 유세차량에 침을 뱉고 가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한국당의 선거운동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측은 이번에 '이런 것이 좋기에 홍 찍어 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기들 장점은 없고 문재인 공격을 하면서 그렇기에 홍준표 찍을 수 밖에 없다는 식이었다. 2012년 대선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박정희한테 잘 배웠을 것이고, 가족도 없으니 부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도 박근혜를 알리는 말은 있었다. 이번에는 홍준표 알리는 말은 없고, '빨갱이'보다 '막말'하는 사람이 낫다는 식이었다. 과거에 비해 더 나빠진 선거운동이었다."

허 위원장은 "거리에서 유세하는 국회의원이나 경남도의원 등의 말을 들어보면 내용이 비슷했다. 중앙에서 그날마다 유세 내용의 메시지를 받아서 그대로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허정도 위원장은 "이것도 민주당의 정치적 과제"라 했다.

"그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보수가 필요하다. 보수다운 정책으로 싸워야 한다. 정책은 없고 네 편 내 편으로 나눠 싸우는 것은 안된다. 무조건 찍어주는 정치 속에서는 자기 능력을 인정받아 정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허정도 위원장은 오는 16일 오전 7시 마산YMCA에서 '대선, 경남의 민심은...'이라는 제목으로 하는 '아침논단'에서, 대선 기간 동안 경남 전역에서 경험했던 현장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태그:#문재인, #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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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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