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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거 때마다 진보적인 정당과 인물을 찍는 사람이다. 찍을 사람은 미리 정해졌기에 기표소에서 5초 이상을 머무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번 대선에서는 많은 고민을 했다. 기표를 할 때 5분 넘게 기표소 안에서 고민을 했고 많은 생각 끝에 힘들게 투표를 하고 나왔다. 진보적 유권자인 나를 고심에 차게 한 사람은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 후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유승민 후보는 자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 등 후보로서 큰 위기를 맞았다. 단일화 요구를 당 안팎에서 받던 유승민 후보는 작심하듯 TV토론 마지막 발언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설명하며 선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후 많은 국민들은 그에게 후원금을 쏟아주며 바른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지지자들과 접촉하며 유세를 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지지자들과 접촉하며 유세를 하고 있다.
ⓒ 빈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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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유권자이지만 유승민 후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유승민 후보가 주목 받은 건 2년 전 국회교섭단체 연설을 할 때였다. 연설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실종자 가족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하며 세월호 인양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했다. 세월호를 이용해 국민을 두 편으로 가르던 새누리당과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에 정반대 행동이라 많은 이들이 관심있게 지켜봤다.

이외에도 연설에서는 박근혜 정부의증세 없는 복지 허구를 말하고 단기부양책에 대한 단점을 말하며 야당 의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승민 후보는 국회법 개정안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고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후보를 겨냥하며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했고 결국 유승민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권고사직'을 받은 다음 원내대표 자리를 내놓게 된다.

그 후 2016년 총선에서공천도 못 받으며 온갖 수모를 겪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를 거두며 새누리당에 복당한다. 지난 박근혜대통령 스캔들 때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며 의원들을 모아 바른정당을 창당해 대선후보로 나섰다.

그는 보수진영에서는 배신자로 평가 받았다. 당 대표 박근혜의 비서실장을했던 사람이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고 대중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그의 모습을 박근혜 지지층에서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유승민 후보에 대해 합리적이면서 말이 통하는 개혁보수라는 평가를 하나, 표를 주는 것은 주저했다.

유승민 후보가 합리적인 보수이긴 하나 본인의 한 표를 진보 진영 후보들에게 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샌드위치 상황이다 보니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침체됐다. 후보의 낮은 인기를 견디다 못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본인들이 버린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촌극을 일으키나 유승민 후보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유승민 후보는 이 책에서 본인이 왜 정치를 하게 됐고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말한다.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저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승민 후보는 이 책에서 본인이 왜 정치를 하게 됐고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말한다.
ⓒ 빈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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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유승민 후보를 두고 고민했을까. 생각해보니 그가 가려던 길이꼭 진보진영의 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수정당 후보가 '소신투표'를 이야기 하는 모습과 쉽게 정치할 수 있는 곳에서 나와 개혁보수정당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의 그것과 남 모를 동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자유한국당이 보수로 평가받는 한국사회에서 바른정당이 개혁보수로서 우파당으로 자리잡고 더불어민주당이 중도당, 진보정당이 좌파당으로 우뚝 서는 올바른 정치형태가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도 작용했다.

물론 나는 사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고 유승민 후보가 내세우는 전술핵 배치 등 큰 흐름에서 생각이 다르기에 유승민 후보를 완전히 지지할 수 없다. 그런 마음이 있음에도 사회문제, 복지, 경제에 대한 유승민 후보의 그간 태도를 보면서 '저런 보수라면 인정할 수 있겠구나' 싶은 태도를 갖고 있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어떤 이들이 예상하듯 유승민과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수구보수권의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가 있음에도 유승민 후보에 기대를 걸고 싶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정치판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나 그의 행보에 기대를 건다. 앞으로 그랬듯 그가 굳게 세우길 바란다.
단일화 압박에 유승민 후보는 끝까지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대선 완주를 선언했다.
 단일화 압박에 유승민 후보는 끝까지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대선 완주를 선언했다.
ⓒ 유승민 후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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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승민, #바른정당, #개혁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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