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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샷

세상 곳곳에는 상징적인 곳들이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파리 에펠탑, 런던 빅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페루 마추픽추 그 밖에도 많은 곳이 상징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사진과 영상은 추억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오전 6시 안나푸르나사우스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밤사이 내렸던 눈에 길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른 새벽에 출발한 이들이 있었나 보다. 길은 나 있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4130M 사람이 끊이지 않는 곳 ⓒ 정웅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4130m. 롯지가 보였고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었던 장소가 보였다. 에베레스트부터 이어온 안나푸르나는 달라진 모습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법, 배려가, 집착이, 겸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곳이 되었다.

3일간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던 장염과 싸우느라 탈수 직전까지 간 악몽 같은 기억은 숙소 주인에 배려와 따뜻한 몇 마디로 치유되었고, 극기훈련처럼 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길은 빨리 올라서야겠다는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베이스캠프를 앞두고 변화 무쌍한 날씨를 보며 자연 앞에 겸손해질 수 있던 것은 가장 큰 배움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걸어온 순간순간들이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어메이징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 정웅원
 
누군가에겐 버킷리스트. 이곳을 올라오며 생각했다.

'왔구나, 도착했구나, 무사했구나.'

# 하산길은 즐거움도 슬픔도 함께 있었다

그랬다. 이곳은 히말라야. 촘롱으로 돌아와 롯지에서 만난 콜롬비아인 카를로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산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고산병 이야기를 하며 에베레스트에서 직접 안타까운 순간을 눈으로 지켜본 이야기. 삶과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공존하지만 이곳에선 빈도가 잦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에베레스트 지역에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보게 된 것이다. 굳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으나 카를로스, 나, 그리고 이제 트레킹을 시작한 친구가 한 명 더 같은 자리에 있었다. 고산에 대한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궁금해서 물어봤던 것이고 우리는 가이드를 통해 듣고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 그리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고산병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트레킹에서도 이러할진대 저 높은 히말라야 설산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우리의 밤은 그랬다.

# 황금빛 일출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히말라야 산군이 잘 보이는 뷰 포인트 중에 으뜸인 이곳 새벽 일출은 오묘했다.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도 불러일으켰다. 짧은 시간 안에 다녀올 곳을 추천하자면 이곳을 여지없이 알려줄 것이다. 기상상황에 따라 히말라야 산군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임에 틀림없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새벽 일출 ⓒ 정웅원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새벽 일출 ⓒ 정웅원
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새벽 일출 멀리 왼쪽 안나푸르나 사우스, 중간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 정웅원
히말라야 산군이 보이지 않는다면 하루 더 머물 예정이었으나 멋진 아침을 맞게 해준 이곳에 감사하며 담푸스 그리고 페디로 내려갔다. 페디에선 로컬 버스로 포카라 시내로 들어왔으며 트레킹 8일 차에 안나푸르나 사우스 베이스캠프는 끝이 났다. 전보다 빨라진 도시 입성에 적응은 순조로웠다. 이후 보름간 나는 숙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고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준비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1월 12일부터 3월 21일까지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태그:#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오스트레일리안캠프, #고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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