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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던 전두환씨가 회고록 아닌 망언록을 내놨다. 광주 5.18민중항쟁을 '광주 사태'로 폄하하며 시민을 폭도로 매도하고, 자신을 씻김굿의 제물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최규하의 간청으로 마지못해 대통령직을 수락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순자 회고록에선, 자신들(전두환-이순자 부부)도 5.18 피해자라는 둥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는 전두환

서점에 나란히 있는 전두환·이순자의 책
 서점에 나란히 있는 전두환·이순자의 책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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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광주 사태의 피해자'? 어처구니없는 망언이다. 그동안 광주시민단체와 5.18 단체에서 주장해 왔던 '5.18 문제 해결 5대 원칙'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 회복, 집단 배상, 기념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탓이다. 발포는 했는데 명령자가 없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전두환 스스로 자신이 피해자라니 기가 막히다.

지난 6일 허탈한 마음으로 광주 금남로로 향했다. 'ㅊ' 서점에 들러봤다.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회고록이 얼마나 팔렸는지, 누가 읽고 있는지,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오후 2~3시경 가보니 학생 몇 명이 책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뒤편 역사·문학 대에 진열된 회고록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판매원 설명에 의하면 출간 이후 서점에서 지금까지 3, 4권 정도 팔렸다고 한다. 비록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사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작년에까지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소행이 아니라고 인터뷰까지 했던 그가 지금 북한군 특수부대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180도 바뀐 전두환, 회고록 당신이 쓴 거 맞습니까).

객관적인 사료와 증거들에 의거 작성된 글이라면 굳이 탓할 이유가 없다. 참회와 반성 없이 거짓과 자기 변명으로 쓴 글이니 문제다. 안 보면 그만이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좌파니 우파니 하면서 세력을 확장하려하는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면 언젠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부부의 회고록을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5.18민중항쟁 당시 충장로에서 가게를 했다는 'ㅇ'씨와 'ㅊ'씨,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리고 피가 거꾸로 흐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법의 심판을 받은 내란 수괴가 참회도 모자라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망언록은 당연 회수되고 폐기되어야 한다."

212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문화전당 천막농성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5.18 최후의 항쟁지 '옛 전남도청 보전을 위한 범시도민 대책위'에서는 옛 도청의 5.18 현장 보존을 위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서명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옛 전남도청 건물의 벽은 단순한 '벽'이 아니라 압축된 시간의 흔적이며 역사의 증거"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아시아문화전당 천막농성장
 아시아문화전당 천막농성장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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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옛 전남도청뿐만 아니라 전남대병원, 전일빌딩, 적십자 병원 등의 건물이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인해 5.18민중항쟁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역사의 흔적이 지워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또한 5.18민중항쟁에 대한 폄하와 왜곡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반드시 5.18 특별법을 개정하여 5.18 비방 및 왜곡에 나선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태그:#전두환, #5.18민중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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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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