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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과 추모객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안준호씨
 세월호 유가족과 추모객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안준호씨
ⓒ 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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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석 잔이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2일 오전 10시 목포 신항 세월호 유가족 텐트 옆에서 만난 안준호(47)씨의 손은 인터뷰하는 내내 분주했다. 그는 준비해온 원두를 일일이 갈고 손으로 한잔 한잔 커피를 내려 유가족과 추모객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삭막한 아스팔트 위가 카페로 변했다.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안씨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다정한 때를 보냈다  

"오늘 새벽 4시에 출발해 다섯 시간을 달려왔다"고 말한 안씨는 일산에서 카페 '커피마을'를 운영하는 바리스타다. 하루 영업을 포기하고 목포까지 달려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게 문을 닫고 나왔다"는 그는 예가체프, 콜롬비아 등 고급 원두 200인분을 준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내려온 걸까.

"카페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사 현장으로 달려가자, 달려가서 커피 한 잔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참사를 계기로 커피 차를 마련하고 (옮기기 좋게) 작은 기구들로 바꿨다"고도 말했다.

커피가 주는 위로의 힘, 연대의 힘

세월호 유가족과 추모객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안준호씨
 세월호 유가족과 추모객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안준호씨
ⓒ 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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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커피 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생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하며 멘토 역할을 했던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유가족과 교류하며 커피 교육을 해오고 있다. 작년부터는 안산에 있는 4·16 기억전시관에서 월요일마다 세월호 유가족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을 하는 중이다. 안씨는 "엄마들이 웃을 일 없으니까 강의하는 동안 '아재 개그'도 날리고 손도 잡아드리고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위로의 힘이다.

"2014년 10월 진도체육관에 가족들이 있었을 때 두 달간 내려가 있었어요. 그때 오랜만에 커피를 보니까 엄마들이 '커피다'라고 하더라고요. 와플도 나눠드렸는데 커피와 와플을 먹는 20분간은 엄마들이 고단한 현실을 잊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는 커피가 단순히 사람을 위로하는 데 그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안씨는 "프랑스 시민혁명이 카페에서 일어났다. 카페에서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가 시민혁명의 발단이 됐다"며 "커피는 사람을 일깨운다. 제 생각에 커피엔 연대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옆에 평생 있을 것, 나중에 안산에 카페도 차리고파"

안씨는 앞으로도 유가족 옆에 꾸준히 지킬 생각이다. "위안부 할머니 옆에 정대협이 있었듯이 나도 유가족 옆에 평생 있겠다"는 그는 나중에 안산에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도 밝혔다.

"엄마들이 현장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서로 위로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그런 카페를 차릴 거예요(웃음)."

'매주 오실 거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씨는 "매주는 힘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오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 얘기를 듣던 한 어머니가 "사장님, 자주 오세요"라고 말하자, 안씨는 "자주 오시라면 자주 와야겠네요"라며 웃었다.


태그:#안준호, #세월호, #세월호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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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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