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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삼성언론재단에서 열린 팩트체크에 대한 언론 컨퍼런스 현장.
▲ Back to basics 팩트체킹 컨퍼런스 현장 지난 28일 삼성언론재단에서 열린 팩트체크에 대한 언론 컨퍼런스 현장.
ⓒ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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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론사 및 관계자들이 모여 팩트체크에 대해 논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팩트체크라는 단어에 덴 적도 있고, 다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라 염려하니 이런 자리도 생기는구나 싶었다.

악의로 가짜 정보를 퍼트리는 행태에 대한 사후 팩트체크에 초점을 맞춰 발제가 이뤄졌다. 가짜뉴스를 거르기 위해 언론사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소개(라고 적고 자평이라 읽는다)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떻게 팩트체크 연합체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뭔가 찜찜해서 질문시간을 기다렸다.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기성 언론사들이 여럿 모여 경쟁적으로 팩트체크 하는 기구를 만든다 하셨는데 어떻게 '경쟁적'으로 만들죠? (언제나처럼) 다 같이 안 해버리면 어째요.

둘째, 사실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의혹보도만 내놓은 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도 가짜뉴스에 가까운데, 그런 것에 대한 사전 팩트체킹은 어찌하죠?"

컨퍼런스가 늘 그렇듯 대답은 원론적이었다. 그나마 기성 언론들이 뭉쳤을 때 생기는 기이한 안일함에 대한 경각심은 있는 듯했다. 그마저도 '저널리즘 본령의 의식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답변을 들으니 솔직히 헛웃음이 나왔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의식이었다면 애초에 한국 언론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언론사끼리 모여 '외부, 일부의 악한 세력이 생산 및 유통하는 가짜뉴스를 밝혀내야 한다'고 다짐하는 광경은 참을 수 없는 순진함, 혹은 그런 이상으로 포장한 위선에 가깝다 본다.

일부러 가짜 정보를 만들어 퍼 나르는 것 외에 알맹이 없이 의혹만 내놓은 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한 가짜뉴스라 생각한다. 예컨대 'GD-설리 열애?'라고 던져놓거나, 베껴 쓰기 해놓고 "아님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것도 가짜 뉴스란 말이다.
지난 28일 여러 언론인이 모여 팩트체크에 대한 고민과 현황을 나누고 있다
▲ 팩트체크에 관한 발제를 듣는 언론인들 지난 28일 여러 언론인이 모여 팩트체크에 대한 고민과 현황을 나누고 있다
ⓒ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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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이런 식의 보도가 적지 않다. '충격!'으로 시작되는 충격적인 제목이 아니더라도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제목인데 까놓고 보면 별거 아니거나 극히 빈약한 근거로 물음표를 달아 의혹, 논란을 다룬다. 연예인 이름이나 선정적 소재가 아니더라도 말초신경을 자극할 어뷰징은 꾸준하다.

이런 가짜뉴스는 언론의 먹고 사는 구조적 문제와 얽혀있어 더 뿌리 깊은 위험요소다. 사실관계를 확인도 안 하고 핫이슈를 끌어오는 걸 넘어 사실 별다른 맥락이 없는 걸 알면서도 의혹이라느니 논란이라느니 표를 달아 장사하는, 다른 성격의 '악의적' 가짜뉴스이기 때문이다.

그런 '베껴 쓰기'가, 조회 수 장사가 기성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걸 보며 가짜뉴스를 우려내는 건 언론사 본인이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하필 왜 인제야 팩트체크가 중해진 걸까, 왜 외부 가짜뉴스에 대한 사후 팩트체크는 강조하면서 늘 중요했던 '사전 팩트체크'는 언급도 없는가.

정말 팩트체크가 중요하다면 자신들이 내놓는 제작물부터 돌아봐야 할 일이다. 비정상적인 타자가 악의로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는 시각이야말로 가짜 '뉴스'다. 언론사끼리 모여서 자기 자랑이나 성토 대회를 하기 전에 어째서 유독 한국 언론이 수용자에게 외면당하는지 분석했으면 한다.

답이야 뻔히 콘텐츠 정글에서 도태될만해서지만. 위기의식 없이 기존 출입처 권력 부여잡고 기자 갑질 하며 대중이 당연히 자신들의 콘텐츠를 얼씨구나 받아먹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이하다 못해 무지렁이인 거 아닌가.

덧붙이자면, 한국 사회 특유의 기작이 무서운 게, 당장 (말단이라도) 그 일부에 속해있으니 나도 똑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 잘못을 인지하고도 왜 곧바로 뼈아프게 변화하지 못하는지도 방증하고 있다.

그래서 "똑같이 놈이 무슨 자격으로 지적질이냐"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겨왔던 유구한 역사인데 나 같은 먼지가 뭘 하겠느냐마는, 한국 사회에서 반성이 힘든 건 '너도 똑같은 놈' 만드는 환경 때문일까?



태그:#언론, #팩트체크, #가짜뉴스, #자정작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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