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 신부인 수연씨가 처음밟아봤다는 효성씨의 농장 흙.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 신부인 수연씨가 처음밟아봤다는 효성씨의 농장 흙.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는 종료됐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 시간 뒤로 아픔과 고통을 느끼던 이들도 자신들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 잊은 줄 알았지만, 이 땅은 그 상처를 결코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서 돌이켜 보면, 잊었다고 믿었던 이들도 자신들에게 새겨진 그 날의 상처는 아직도 날이 서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눈물을 머금고 스스로를 응시한다. 그러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상처에도 그들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늘 그 날의 사고와 희생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에 남아있다.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결혼식에서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퍼포먼스를 한 두 젊은이(관련 기사 : [모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두 젊은이의 결혼식). 그 둘의 아름다운 결혼식은 이후에도 지역에서 화제가 되었다. 지난 30일,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이벤트로 화제가 되었던 신혼부부를 다시 만났다.

낮에는 임대농, 밤에는 아르바이트... 일하다 만난 두 사람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의 비닐하우스 중 하나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의 비닐하우스 중 하나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저는 임대농이에요."

김효성씨는 씩 웃었다. 어색하지 않은 웃음을 보이며 "다 힘든 웨딩촬영 덕분"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농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신부를 소개했다. 신혼이라 그런지 둘은 인터뷰 내내 손을 놓지 않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두 신혼부부. 그저 밝고 웃음이 많은 두 사람. 두 젊은이는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어두운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어 보이는 두 부부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은 (신혼)휴가라 쉬고 있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야간 일을 나가야 해요."

농사일만 하는 줄 알았던 효성씨. 그는 임대로 땅을 빌려 짓는 약 1200여 평의 하우스와 밭농사 외에도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야간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농사짓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일하다 다 정리하고 퇴직금 받아서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짓는 농사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했다. 보통 시골에서 서울로 못 나가 안달인데 서울에서 시골로 들어오다니. 그에게 조심스레 그 이유를 물었다.

"사실 아버지가 사업실패로 저한테 온 빚이 있었어요."

어린 시절 고생을 모르며 자랐던 효성씨. 그는 어느 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그 빚을 통째로 떠안았다. 약 8천만 원에 가까운 자신은 구경도 못 한 돈. 20대 초반의 그는 당황했다. 정신을 차린 뒤 사정사정해서 7년에 걸쳐 간신히 기간을 연장해가며 빚을 갚았다. 그 빚을 갚자마자 다니던 회사의 퇴직금을 가지고 광주로 왔다. 그 당시 서울 생활에 지쳐있었던 효성씨는 그저 시골로 내려와 자신의 꿈인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 살고만 싶었다. 그렇게 지내다 그는 신부 수연씨를 만나게 됐다.

"겨울에 노지는 농사가 안 되고 비닐하우스가 4개밖에 안돼서 겨울마다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 재작년 아르바이트 갔다가 만나게 됐죠."

효성씨는 수연씨를 만난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신부인 수연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씨는 효성씨를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는 그녀. 수연씨는 지난 2번의 대선을 그저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효성씨와 대화하며 "'누구를 지지해라'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누구를 선택하고 투표를 할 때 그냥 어른들이 '몇 번 찍어라'는 말보다는 우리가 면밀히 검토하고 합당하고 타당한 사람을 투표하자"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변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며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는 팟캐스트 등을 많이 듣게 되면서 변했다고 자부했다.

세월호 퍼포먼스 "누구라도 했을 것, 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의 세월호 퍼포먼스 결혼식 사진
 ‘세월호 아픔과 304인의 희생자 잊지 말자는 304장의 사진릴레이’ 첫 출발 알린 신혼 부부 김효성(36), 송수연(39)씨의 세월호 퍼포먼스 결혼식 사진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사진 퍼포먼스)그건 누가해도 다 했을 거 같아요. 다른 건 제가 하는 게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라도 하나라도 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다 찬성입니다. 세월호 관련된 것은 앞으로 다 같이 할 생각이에요."

신부인 수연 씨는 그날의 퍼포먼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스팔트만 밟고 살다가 이런 땅을 처음 밟아본다"며 "이 사람이 좋다고 하니까, 하고 싶다고 하니까 같이 하는 것"이라고 남편 효성씨에 대한 믿음과 응원을 나타냈다.

"주변에 다 그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하니까, 그냥 눈물로 살았던 거 같아요. 근데 참 사람인지라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사람 만나고 다시 기억하게 됐죠."

신부인 수연씨는 세월호에 대한 자신의 기억에 대해 말했다. 그녀는 그 당시 너무 힘들었다며 한동안 세월호 때문에 우울증이 왔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남편의 세월호 집회 참석 활동 등에 대해서는 "(낮과 밤에 일하며)시간에 쫓겨서 너무 힘드니까 걱정된다"며 남편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낮과 밤으로 일하는 김효성 씨. 그동안 그는 팍팍한 삶에도 광주지역 세월호 관련 집회 때 마다 참석해 행사진행을 도왔다. 그는 세월호 관련 집회를 참석하면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야간일을 위해 오후에 잠시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을 온전히 내야했다. 그리고 잠시 눈도 붙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야간일을 하러 나가야했다. 그런 그를 보며 신부 수연씨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또한 그런 그를 보고 시간이 없어 세월호집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을 듯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넘어져도 '얼마나 아플까' 하며 일으켜 주잖아요. 근데 세월호 같은 경우에는 너무 어린아이들이 정말 갇혀서 죽은 느낌이 너무 큰 거예요. 그래서 쉽게 잊고 지나칠 수가 없는 거죠."

두 부부는 그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효성씨는 "(세월호)녹슨 선체가 인양된 걸 보면서 일하는 새벽에 눈물이 나서 많이 힘들었다"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세월호 퍼포먼스가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어떻게 계획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광주의 교육포럼이란 단체에서 세월호 304인의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사진릴레이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그 계기를 밝혔다. 또한, 경기광주 교육포럼은 "304명의 희생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희생자 304명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304장의 사진을 올리는 사진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들에서 바라보는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

밝게 웃고 있는 새신랑 김효성(36)씨 뒤로 별쳐진 들판
 밝게 웃고 있는 새신랑 김효성(36)씨 뒤로 별쳐진 들판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수많은 의혹들이 있지만 그런 걸로 다가가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의 생명이라는 건 우리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우리가 쉽게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못 구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같이 가슴 아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죽었잖아요. 지키지 못 해줬다는 거.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못 구한 거. 그게 너무 어린애들이라 너무 속상한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들은 세월호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두 부부는 "차가운 바닷속에서 304명,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며 "사람이 죽은 그것만으로 가슴 아픈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색깔로 싸우자는 것 자체는 정말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지막으로 반문했다.

"사람이 죽었어요. 근데 이게 가슴이 안 아프고 슬프지 않다는 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그 시각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기다리는 시점. 두 젊은 신혼부부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그들 부부는 두 손 꼭 잡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바다인 그들의 들에서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보고 있었다.

힘겨운 삶을 이겨내 왔던 부부 뒤로 펼쳐진 들은 넓은 바다 같았다. 노란색을 가진 넓고 큰 바다. 아이들이 그토록 오기를 기다리던 노란 리본 색을 닮은 바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란 바다에서 아직도 아이들을 기다릴 것이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고 기억할 것이다. 아픔도 기쁨도 상처도 모두.

덧붙이는 글 | 경기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태그:#세월호, #경기광주, #광주교육포럼, #신혼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은 기록이다" ... 이 세상에 사연없는 삶은 없습니다. 누구나의 삶은 기록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p.s 오마이뉴스로 오세요~ 당신의 삶에서 승리하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