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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
대구 북구 침산로31길 13-14
(침산네거리 옥석타운 정문 쪽)
책방지기 : 김정희 님
여는 때 : 평일 아침 10시 30분 ∼ 평일 낮 4시 30분
누리집 :
http://blog.naver.com/kuki00

저물녘 책방 앞 모습. 마을에 동그마니 자리한 <서재를 탐하다>입니다.
 저물녘 책방 앞 모습. 마을에 동그마니 자리한 <서재를 탐하다>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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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7일 대구 침산동 골목 한켠에 마을책방 한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작은 마을책방이기에, 이곳이 문을 열 적에 신문사나 잡지사나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오지 않습니다. 마을책방 한 곳은 조용히 문을 열고서 이웃님하고 떡접시를 나눕니다.

수십만 권이나 수백만 권에 이르는 책을 갖추려고는 하지 않는 마을책방입니다. 수십 권이어도 좋고, 수백 권이어도 넉넉하며, 수천 권 즈음이면 좀 넘칠 수 있구나 싶은 마을책방입니다.

마을책방 한 곳은 '책방지기가 하나하나 가리고 살펴서 솎은' 책을 갖춥니다. 그래서 마을책방에는 '그 흔한 아무개 소설'이나 '그 이름난 누구 소설'이 없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마을책방은 모든 책을 다 갖추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을책방은 오롯이 이 마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살림을 살뜰히 살피는 책숲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 열었습니다"
 "문 열었습니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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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김정희 님은 씩씩하게 마을책방을 엽니다. 곁님도 아이들도 김정희 님이 마을책방을 여는 일에 힘을 보태어 줍니다. 그리고 여러 해에 걸쳐 인문책 모임으로 책벗이 된 '우주지감' 모임 사람들도 즐거이 힘이 되어 줍니다. 한길이 아닌 골목길에서, 이 골목에 깃든 이웃들이 마을에서 책을 즐기고 나누는 아름다운 살림을 찬찬히 마주하기를 꿈꾸는 숨결로 마을책방을 잇습니다.

대구 침산동에 문을 연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는 한 가지 더 재미있습니다. 두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가 꾸리는 마을책방인 터라, 책방을 열고 닫는 때가 다른 책방하고 사뭇 달라요. 아침 열 시 반에 열고, 낮 네 시 반에 닫습니다.

누구는 이런 '영업시간'을 보면서 묻겠지요. "아니, 아침 열 시 반부터 낮 네 시 반 사이에 어떻게? 주말에는?" 하고요. 누구나 깃들 수 있는 마을책방이면서 아무나 깃들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마을책방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마을책방에 얼마든지 사뿐사뿐 걸음을 할 수 있어요. 마을책방에 나들이를 하려고 일부러 여느 날 낮에 햇볕을 쬐면서 찾아갈 만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낮밥을 먹는 때에 가볍게 들를 수 있습니다. 대구 바깥에 계신 분이라면 대구로 볼일을 보러 오가는 길에 찾아갈 수 있지요.

마을책방에 모인 오붓한 이웃님들.
 마을책방에 모인 오붓한 이웃님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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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바닥을 넓게 쓰면서 '책읽기 모임'을 누리는 마을 어린이들.
 책방 바닥을 넓게 쓰면서 '책읽기 모임'을 누리는 마을 어린이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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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는 대구라는 고장에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을 심는다고 느낍니다. 커다란 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을 심어요. 대구도 무척 커다란 도시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 대구에서조차 '서울바라기'를 하는 젊은 사람이 많아요. 대구사람으로서 대구지기가 되어 이 고장을 알뜰살뜰 가꾸어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일구려는 뜻을 접고서 서울로 가려는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 젊은이한테, 또 대구에 조용히 머물면서 이 고장에서 조그맣게 꿈이나 뜻을 키우려는 젊은이한테, 또 이웃 여느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누구보다 마을 아이들한테, 책 한 권이 우리한테 베푸는 기쁜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씨앗을 <서재를 탐하다>라는 작은 마을책방이 심습니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마을책방을 지켜보면서 어른이 되면 저마다 가슴에 어떤 이야기를 품을 만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곧잘 마을책방에 들러서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읽고, 또 시원하거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 자랄 수 있으면, 이 아이들 마음밭에는 어떤 씨앗이 무럭무럭 클 만한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ㄱ책방이나 ㅇ책방처럼 커다란 책방이 전국 곳곳에 새끼가게를 열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저마다 즐겁고 이쁘게 마을책방을 조그맣게 열 수 있으면 됩니다. 더 많이 팔아야 할 책이 아닌, 더 즐겁게 읽을 만한 책을 알맞게 가누고 살펴서 갖출 수 있으면 됩니다.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더 커다랗게 책방을 열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에서 쉼터가 되고, 마을에서 이야기터가 되며, 마을에서 놀이터가 되다가, 마을터에서 꿈터나 사랑터로 거듭나는 작은 책터라는 씨앗으로 피어날 수 있으면 되어요.

책꽂이 한켠
 책꽂이 한켠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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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모습
 책꽂이 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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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틈틈이 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를 가꾸는 김정희 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을 말씀하신다면?
"집에서 200m 걸어와 책방 문을 엽니다. 여덟 평 남짓 아주 작은 공간의 서재가 열리지요.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책들이 있으니 좋고,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손품·발품 팔아 들여오는 재미도 쏠쏠해요. 책방을 열고 오히려 책 읽을 시간보다 책등을 바라보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책으로 둘러 쌓여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에요. 그저 책만 보는 바보여도 좋고 책에 갖힌 바보여도 좋으니 책방지기가 되었나 봅니다. 조용한 날은 작업실처럼, 북적대는 날은 동네 사랑방처럼 지내요. 책으로 만나지는 인연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니 이곳을 지키는 일이 날마다 새롭습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 한 두 분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방을 열고 얼마 안 되어 앞 아파트에 사시는 할머님이 오셨어요. 처음에 김소월 시집 초판본을 찾으신다는 방문으로 두세 번 뵌 후로 부탁을 해 오셨어요. 22살 시집갈 적에 친정어머님에게서 받은 습작노트를 요즘말로 풀어서 책자처럼 만들어 보관하고 싶으시다고요. 받기는 60여 년 되었지만 어머님이 쓰셨을 당시는 그로부터 20년 전이라 하시니 대략 8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겉 종이에 '여자의 행실'이라 적혀 있었는데 여자로서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것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쓰여 있더라구요. 한 개인의 삶은 그 시대의 역사라 하잖아요. 지금은 사라진 그 시대의 말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걸 보고는 기분이 묘했어요. 도중에 다시 만류하셔서 아쉽게 중단이 되었는데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주인집 할머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책방이 주인집과 붙어 있거든요. 이 곳에 40년 둥지를 틀고 계셨으니 골목의 토박이이신 셈이지요. 무엇보다 월세가 25만 원이에요. 큰 도로만 나가도 열 배 이상을 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책방을 꾸려 볼 용기가 생겼고 할머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손님이 없어 조용할 때엔 내다 보시며 어느 때는 심각하게 걱정해 주셔요. 가게 앞부터 건너편 담벼락까지 늘 비질을 하시며 깔끔하게 내 집 앞을 가꾸십니다. 이웃살이의 정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길가를 바라보는 쪽은 통유리입니다. 햇살이 잘 들어와서 책방을 고루 비추어 줍니다.
 길가를 바라보는 쪽은 통유리입니다. 햇살이 잘 들어와서 책방을 고루 비추어 줍니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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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10년째, 20년째, 30년째 우리 책방 앞모습은?
"감히 앞으로 책방은 이래야 한다고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수도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서 수십년 째 이어오고 있는 헌책방 사장님들은 아마 아실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내일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 외에는 장담할 수가 없어요. ^^;"

ㄹ. 대구이웃, 대구 바깥 이웃한테 <서재를 탐하다>를 소개해 주셔요.
"대구 침산동 한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책방이에요. 저는 느릿느릿한 성격을 가진 책방지기예요. 이곳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손수 내리는 커피랑 오래 머물러서 볼 수 있는 헌책과 새책이 있어요.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한 그림책과 문학, 인문책, 사회 관련 책들이 주로 꽂혀 있어요.

<서재를 탐하다>의 간판에는 '책과 삶을 잇다'라는 작은 글씨가 써 있습니다. 저마다 삶이 있는데 나는 제대로 가고 있나 고민하며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지금 이곳의 아이들과 책을 읽고, 어른들과 책을 읽으며 함께 삶을 나누는 중입니다. 책방인데도 지나시다 자주 물으십니다. "여기 책 파는 곳이에요?" 네, 다 파는 책들이고요. 들어오셔서 오랫동안 보고만 가셔도 됩니다. ^^"

ㅁ. 책이란, 책방이란, 마을책방이란 무엇일까요?
"책은 오롯이 나의 시간과 수고로움을 들여야 하는 행위이잖아요. 방송도 짤방만 보고, 책도 누군가 올려놓은 짧은 글귀로 대신하는 일이 많아진 걸 보면 우리 삶도 효율성을 많이 따지게 되는구나 싶어요. 그럴 적에 마을책방을 찾는 사람이나 그 곳을 꾸려나가는 사람은 세상의 속도와 반응에 둔감하다기보다 거리를 둘 줄 아는 이들이 되겠지요.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여기서부터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에 오랜 시간 묵혀둔 시공간을 넘나드는 책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을책방이 곳곳에 자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을 어린이하고 '책읽기 모임'을 하는 모습
 마을 어린이하고 '책읽기 모임'을 하는 모습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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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린이들이 <행복한 청소부>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을 어린이들이 <행복한 청소부>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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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인문책 모임'을 비롯해 여러 책모임을 열고 나누는 즐거움을 말씀해 주세요.
"독서모임을 하는 자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요. 처음에는 이름과 얼굴로 만나지던 분들이 지금은 각각 한 권의 사람책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5년째 함께 나눈 시간이 쌓이니 삶이 읽혀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나이와 사회의 지위 그리고 지식이 많다거나 자산이 많아서 인정받는 곳이 아니잖아요. 오로지 '나'라는 알멩이 하나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나를 발견하다 보면 삶이 달라지리라 믿어요.

책방을 열면서 만들어진 모임에는 동네사람들과 책을 읽고 만나는 '서재에서 삶읽기'가 있구요. 아이들 독서모임 '어린이 함께읽기'를 하고 있어요. 순수한 앎의 즐거움, 삶이 있는 책읽기에 뜻을 두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요. 네모난 교실과 학원을 오가는 바쁜 아이들에게 책방이란 곳이 휴식처이자 추억을 쌓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곤 해요.

'교육 함께읽기'는 현재 몇몇 엄마들과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성공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한줄 세우기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일일까 생각해요. 그래서 함께 알아차리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요. 불안함을 내려놓고 엄마부터 삶은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 시작일 테지요."

ㅅ. 책방 이름을 지을 적에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방 이름을 지은 이야기)
"며칠째 의기소침해져 그날은 혼자 조용한 앞산을 찾았어요. 소소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없을까 하며 내 안의 것들을 다 쏟아내어 끄적이고 있었어요. 조금 어두운 한 구석에 아기엄마로 보이는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두세 권을 쌓아놓고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반가웠지요.

아, 잠시라도 짊어진 역할을 내려놓고 '나'로 돌아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막연하게 책으로 연결된 일을 하고 싶었고 공상하며 적어 내려간 이름들이 있었어요. 노란 공책을 펼쳐 가장 처음에 적었던 말이 '엄마, 서재를 탐하다'였어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동네에 값싼 임대공간이 생겨서 덥석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책방 이름을 지어 본다고 고심하는데 노트를 보았던 남편이 '서재를 탐하다' 좋다며 이야기해 주었고 원점으로 돌아와 그 이름을 가져왔답니다. 모두의 서재가 되길 바라며."

'개업'을 앞두고 책을 제자리에 꽂으려고 책상에 올려놓은 모습.
 '개업'을 앞두고 책을 제자리에 꽂으려고 책상에 올려놓은 모습.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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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문을 여는 첫 날. 책을 갈무리하고 책방을 치우고 하면서 밤을 새고 맞이한 새벽빛.
 책방 문을 여는 첫 날. 책을 갈무리하고 책방을 치우고 하면서 밤을 새고 맞이한 새벽빛.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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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 김정희 님(왼쪽). 오른쪽에는 마을이웃이자 책방이웃인 <읽다익다 책방> 지기님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 김정희 님(왼쪽). 오른쪽에는 마을이웃이자 책방이웃인 <읽다익다 책방> 지기님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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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책을 읽고 팔며 책모임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 책마을(출판계)에 한마디 해 보신다면?
"책 한 권을 짓고 파는 일을 두고 자본에 휘둘리는 개인이나 출판사들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돈을 들여 광고해서 잘 팔리는 책은 소모품처럼 소비되고 버려지기도 쉬우니까요. 책방지기가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 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출판사나 글쓴이들의 책들을 눈여겨보려 해요. 그 책을 소개하고 읽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책마을의 삭막함을 조금 벗지 않을까 합니다."

ㅈ. 대구가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저는 유년 시절을 충청도에서, 청년 시절을 서울에서, 결혼 이후부터 대구에 처음 와 살게 되었어요. 그러니 이방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처음에는 각박함 없이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어요. 그것은 뭔가 활기차지 않고 머물러 있음에 가깝다는 의미가 맞을 거예요.

대구 인구가 250만명이라는데 공부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 청년들이 가장 많다고 들었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게 저도 한때 '어디에 사느냐'가 참 중요했어요. 윤택해지길 바라는 나의 생활전선에 많은 영향을 줄 거라 믿었으니까요. 그리고 지역에서 먹고살 수 있는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으니 당연히 도시로 몰리는 거겠지요.

서울에 살지 않음으로 나쁠 것도 없고 대부분이 추구하는 한줄서기에서 빠진다고 도태되거나 비주류가 되지 않아요. 내가 가고 싶은 삶의 길을 가면 되는데 사회의 시선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부추겼던 어른들이 이제는 진심으로 청년들을 지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있을 곳에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쳐 볼 수 있게 판을 깔아 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어떻게 사느냐'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할 때이니까요."

여러 가지 모임을 알리는 글판을 손수 뽑아서 마련합니다.
 여러 가지 모임을 알리는 글판을 손수 뽑아서 마련합니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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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책방으로 스미다.
 햇살이 책방으로 스미다.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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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이란 것이 나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도 하고 때에 따라 관심이 옮겨가기도 해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늘 새로워요. 보람도 없이 쳇바퀴 도는 직장을 다니며 일주일에 한 번씩 퇴사를 꿈꿀 때에 서점에서 눈에 띈 '이 따위 회사 그만둬 버릴까'라는 제목으로 위안을 받은 적도 있었구요.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이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박정희 할머니나 타샤 튜더 할머니를 만나 엄마로서 여자로서 삶의 자세를 배우기도 해요. 역사를 허투루 배워 의식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정치가 내 삶에 깊숙이 영향을 줄 때에 공부하고 싶은 책들을 찾아 옆에 두고 읽기도 해요. 나들이나 여행이라도 가려면 짐은 빠뜨려도 읽을 책을 담는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어요.

요즘 주인장을 닮은 다양한 마을책방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여행책, 요리책, 그림책, 환경책 들을 전문적으로 갖추어 놓거나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 심야독서나 술을 먹으며 책을 보는 곳처럼요. 또 오랜 세월을 견딘 지혜의 소산 헌책방 거리가 있어요. 내가 지금 끌리는 곳을 골라 여행을 떠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만으로도 설레입니다."

책방 유리문에 붙인 글씨. "책과 삶을 잇는 작은 동네책방"
 책방 유리문에 붙인 글씨. "책과 삶을 잇는 작은 동네책방"
ⓒ 서재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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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마을책방, #서재를 탐하다, #대구, #책방, #책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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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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