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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탄센트사의 줴이가 일본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우승 장면
▲ 일본 바둑대회에서 우승한 탄센트 줴이 중국 탄센트사의 줴이가 일본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우승 장면
ⓒ 탄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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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폐막한 보아오포럼은 최근 급박해진 국제 갈등으로 인해선지 비교적 조용히 끝난 행사였다. 중국에서는 상무위원 중 제일 뒷자리에 선 장가오리 부총리가 참석했고, 원래 초대됐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초청이 취소되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크게 부각되는 단어는 중국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었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은 2000년대 유행하던 IT벤처, 닷컴 열풍과 비슷한 느낌이다.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과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 비슷하게 들리는 것도 그원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중심 기술을 통해 정리가 돼서 비교적 정확히 읽힌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물인 슈밥은 중심 기술로 드론 같은 무인운송수단, 우주선의 부품부터 인간의 장기까지 만들어내는 3D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 등을 말했다. 디지털 기술로는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 3개를, 생물학 기술로는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바이오프린팅 등을 말했다.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산업이 발전한다고 보고 있다.

그간 중국은 이 부분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있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기업은 서구기업이 많다. GE나 지멘스, 보쉬, 우버, 테슬라 같은 회사가 선두주자였다. 패션에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2주일만에 유행 패턴을 바꾸는 스페인기업 자라 등이 부각했다. 국가로 보면 미국이나 독일, 일본이 강세였고, 중국은 존재가 없었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검색하면 해당 페이지도 상당히 초라하다. 목표가 '공장 지능화'로 써 있고, 특징도 '자원생산 효율을 높이고 오염을 줄이자' 정도다. 대표적 산업도 VR이나 인공지능, 양자통신으로 써 있는 것을 보니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바로 나온다. 존재감이 있는 분야라면 중국기업 DJI가 주도하는 드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다. 이번 회의에서 추융 칭화대 총장은 칭화대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연구의 한 축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왕샤오촨(王小川) 소후닷컴 최고경영자(CEO)도 AI가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AI가 중국 사회에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두도 중국과 미국에 약 1300명의 AI 기술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다른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기업 인수합병전에 뛰어들기는 마찬가지다. 그 결과도 나오고 있는데, 최근 일본 전기통신대학(UEC) 주최로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텐센트의 AI 프로그램인 '줴이(絶藝)'가 일본의 '딥젠고' 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중국 AI 시장 규모는 239억 위안(약 3조8833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295억9000만 위안, 2018년에는 381억 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를 제외한 다른 분야도 급속히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미국은 과거 가전업체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항공정비 등에서 실적을 올리는 GE같은 기업이 강하고, 일본은 생산용 로봇을 만드는 공장이 강하고, 독일은 제조업에 '인더스트리 4.0'을 도입해 성과를 봤는데, 이게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다. 전체적으로 아직까지는 미국, 독일, 일본이 강하지만 중국은 드론이나 공유경제,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자율주행차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럼 왜 중국이 4차산업혁명에 관심을 보일까. 중국은 이제 세계 생산 대국에서 소비 대국으로 간지가 한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기법이나 유통에서 혁명적인 시대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경우 각종 물건들은 최소한의 이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야한다. 그럴 때 지금의 중국이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특히 이동통신을 비롯한 5세대 통신 시대에는 네트워크 안에서 모든 것이 콘트롤된다. 이미 세계적인 실적을 내는 이동전화의 경우 중국은 세계적인 기술 표준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역할을 가질 수 있을까. 맥킨지 등이 내놓은 한중간 혁신기술의 우위 차이를 보면 한국은 ICT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이나 클라우드에서 강세가 있고, 중국은 모바일 인터넷이나 통신 인프라에서 강세가 있다고 본다. 콘텐츠에서는 한국이 아이디어 IP나 제작에서, 중국은 발행이나 후반제작에 강세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강세인 부분이 있는데 문제는 각 분야에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가 흐름을 읽고 잘 나가야 하는데, 그간 한국은 창조경제니 하는 지극히 말초적인 외양에 치중했다. 앞으로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부 등이 이 분야를 놓고 논쟁을 할 텐데, 뼈를 깎는 논쟁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도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창의적인 부분에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콘텐츠산업 등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은혜와 원수에 철저한 중국인

지난 24일 광주 서구청에서 한국사마천학회의 포럼이 있었다. 학회의 신임 회장을 맡은 사마천 연구가 김영수 작가의 강의는 사드 문제를 놓고 일어나는 한중 갈등을 읽는 중요한 이해를 보여준 강의였다. 이날 강의 주제는 중국인의 은혜와 원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강의에서 직접 연결하지 않았지만 사드 문제 등 당면한 문제를 볼 때, 중국 사람들의 이런 은원관을 놓고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기자 역시 섬득하게 들은 이야기여서 중요한 몇가지를 이야기를 전한다. 은원관의 경우 개인이나 가문의 사례가 많지만, 결국 국가 간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김영수 작가는 중국에서 복수를 세가지로 구분한다고 말한다. 우선 종법복수는 개인이나 집안의 복수를 말한다. 자신이나 부모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가령 오자서가 죽은 부친과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초평왕을 무덤에서 꺼내 채찍질을 하거나 '동양의 햄릿'으로 불리는 복수 이야기 '조씨 고아'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음은 선비들이 자신들의 단체를 조직해 복수하는 사림복수다. 선비가 보은과 인격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하는 건데, 진시황을 살해하려는 형가 등 많은 자객들이 이런 복수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문화복수인데, 문화적인 방식으로 복수를 행하는 차원 높은 복수다. 사마천의 경우 한무제에게 남자의 생식기를 자르는 궁형을 당했는데, 사기의 저술을 통해 한무제를 교묘하게 깎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일반일들도 중국인들도 이런 성향이 강하다. 중국 말에 '일반필상 애자필보'(一飯必償, 睚眦必報)라는 말이 있다. 밥 한끼 얻어 먹은 것도 반드시 상을 주고, 길거리를 가다가 째려본 사람도 반드시 복수한다는 말이다. 길거리에서 째려보는 것을 기억해 보복한다는 말이 좀 살벌한데, 그만큼 중국 사람들은 주고 받는 감정의 관계가 확실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드 문제를 볼 때 우리나라는 그저 국제 관계를 이야기하거나 곧 지나가면 잊을 거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한다. 요즘 사드를 놓고, 중국에서 군자의 복수는 10년이어도 늦지 않다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데, 좀 더 심도깊게 중국인들의 감정을 살필 필요가 있어서 이 이야기를 전한다. 사드 문제는 잠시 지나가면 잊혀질 문제가 아니라, 중국은 한국이 자신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반드시 근원부터 풀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거리에 나타난 금루옥의

시안의 골동품 시장에 나타난 금루옥의(金缕玉衣), 중국어로는 진루위이가 잠시 화제가 됐다. 금루옥의는 금실로 옥 조각을 연결해 만들어 시신에 입히는 중국 한나라 때의 유명한 부장품이다. 중국에서 십여개가 출토됐고, 베이징 국가박물관이나 상하이 박물관, 허베이박물관에도 있다. 그런데 이 귀한 금루옥의가 골동품 거리에 나왔으니 주목을 끈 것이다.

물론 이 금루옥의는 가짜다. 문물국에서 조사를 했는데 금실이 아닌 구리실이고, 옥 조각이 아니라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이 업자는 이것을 5만위안, 우리돈 800만원 정도에 팔고 있었는데, 이 가격에 장난감을 살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산화 전에 위문제 조비(魏文帝曹丕)의 묘에서 금루옥의가 출토됐는데, 안타깝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이후 서한시대(西汉) 중산정왕(中山靖王) 유승(刘胜)의 묘에서도 금루옥의가 나왔다. 유승의 옥의는 2498조각의 옥을 1100그램의 금실로 연결한 옷이다. 1994년에도 쉬저우 사자산에서 초왕(楚王) 유무(刘戊)의 옥의가 발견됐는데, 4248개 옥 조각을 1576그램의 금실로 연결한 옷이었다.

이런 중국 고대 문물은 어떻게 유통될까. 원래 골동품으로 유명한 곳은 베이징의 인사동이라 할 수 있는 류리창이다. 청나라 말기부터 황실이 망하면서 수많은 보물들이 나와서 거래됐다. 하지만 가짜 문물이 너무 많아서 악명도 높았다. 대신에 시내 남동쪽에 있는 판자위앤이 골동품 시장으로 이름을 얻었다. 기자의 지인 가운데도 중국 골동품에 조회가 깊은 분이 있는데, 이분은 20년간 주말마다 판자위앤을 갔는데, 괜찮은 것을 건진 것은 10번 이하라고 할 정도로 좋은 제품 만나기가 힘든 곳이다.

판자위앤 시장도 일반인들이 많이 가는 가게는 별 것이 없다. 판자위앤 시장의 건물로 된 전문 상가에 가면 좀 귀한 게 있다. 문제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 우리나라 호사가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더 귀한 물건은 소수의 유통업자들이 비밀리에 거래하고 있다.

기자도 그런 거래업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베이징 고급 아파트 몇채에 수천가지의 골동품을 보관하게 이너서클에서 거래하는 것을 봤다. 그 아파트가 50~100억원 정도 하니, 그 안에 보관된 물건들도 진짜로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중국 문화재의 가격은 워낙에 높아서 일반은 범접하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국민라디오 민동기 뉴스바(http://www.podbbang.com/ch/6645)에서 매주 화요일 방송하는 <달콤한 중국>의 뉴스 버전입니다. 팟빵에 가시면 방송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태그:#보아오포럼, #금루옥의, #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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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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