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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익을 위해 타자와 손을 잡는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독일의 히틀러는 슬라브인을 증오했지만 2차 대전을 일으키기 위해 소련의 스탈린과 손을 잡았다. 소련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숨 가쁜 합종연횡이 여의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대선 정국이 열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은 대선 전 개헌을 합의했다. 이는 오히려 적폐 청산을 방해하고 국민의 분노를 키울 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헌은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3당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박근혜 게이트를 만들었다며 이번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헌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30년이 넘은 헌법에 하자가 아예 없을 순 없다. 지난 수십 년간 바뀐 국내외 환경과 앞으로의 혁명적 변화는 헌법 쇄신의 필요성을 깨우친다. 그러나 지금 대선까지 5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헌법은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을 지탱할 등뼈다. 개정을 위해선 당연히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개헌을 하다가 등뼈가 허약해질 수 있다. 또 국정농단 사태는 대통령이 잘못해서 일어난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이 시스템을 존중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

대다수가 대선 전 개헌은 무리수라고 주장하는데도 3당이 국민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개헌을 밀어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 전 대표를 역전할 가능성이 없으니 차라리 그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 뒤에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끔 사전 포석을 하려는 의도다. 분산된 권력을 개헌론자가 나눠 먹을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현역 의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며 유신헌법을 개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시감이 드는 이유다.

물리적으로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선 후로 개헌 논의를 미뤄야 한다. 가장 적당한 개헌 국민 투표 시기는 2018년 지방선거다.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이때가 민의를 가장 잘 수렴할 수 있는 시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의 개헌 논의 기구는 2018년을 목표로 지금부터 민심을 듣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전국을 돌면서 설명회, 전문가 모임 등을 주최하는 게 그들이 할 일다. 세종대왕도 세법을 만들기 위해 30년간 전국의 백성에게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어떻게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할 것인지, 이원집정부제가 나은지 혹은 4년 중임제가 나은지 등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리는 상황이다.

광장의 촛불들은 적폐를 우선 청산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헌은 나중에 해도 좋으니 '뭣이 중헌지' 알라는 일갈이다. 즉 대선에서 올바른 정치인을 뽑는 게 먼저다. 갑자기 튀어나온 개헌 논의는 전혀 민심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다. 헌법은 국민의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약에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주판알을 튀긴다면 여지없이 칼날은 개헌 세력에게 향할 것이다. 우선순위가 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항상 다수가 결정하는 법이다. 그게 민주주의 정신이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 개인 블로그 시사와 함께(http://blog.naver.com/manutd92)에 연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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