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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틀기만 하면 사드사태로 인한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령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서울 명동과 제주도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실이다. 지난 2월말부터 제주 관광예약을 취소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지난 3월 15일부로 중국 내 한국관광상품 전면 판매금지령이 실행되었다. 사실상 개별 관광객이 아닌 단체 중국 관광객은 제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13일 제주항 하선을 거부하고 쓰레기만 버리고 간 중국크루즈선
 지난 13일 제주항 하선을 거부하고 쓰레기만 버리고 간 중국크루즈선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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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제주도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중국 여행객들의 도에 넘친 행동들로 피해를 입어온 면세점, 유명 관광지 주변 거주민들의 경우 오히려 중국인이 사라진 것에 적극 환호하는 분위기다. 거리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관광객이 사라짐으로써 피해를 보고 있는 도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역시 관련 관광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제주도내에서 중국을 상대로 영업중인 관광업계의 속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제주도에 온 중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중국인들이 소유한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기에 결국 제주도에 남는 것은 쓰레기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인데, 대표적으로 최근 휴업을 검토하다가 어렵사리 영업유지를 택한 뉴화청국제여행사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업체는 제주도 내에서 중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인바운드 여행사 10여곳의 사실상 소유주다.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예약의 약 70% 이상을 뉴화청 계열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사실상 독점 체제인 셈이다.

이 뉴화청 등 중국계 여행사를 이용해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중국자본과 관련이 있는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결국 관광매출이 다시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내 관광업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이라 봐야 대기업 계열의 면세점 매출과 중국인 관광객의 동선에 위치한 자영업자들의 매출 정도가 전부다. 사실상 제주 관광업계에 큰 도움이 못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중국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더렵혀진 제주공항 출국장
 중국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더렵혀진 제주공항 출국장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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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건 대기업뿐이니 괜찮네'라는 마인드로 접근하기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먼저 해당 여행사와 숙박업소, 음식점 등에 고용된 내국인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문제다. 해당 업체들이 휴업이나 폐업, 인력감축을 택할 경우 이들의 직장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중국인을 주 고객으로 삼아온 바오젠거리 등의 자영업자들도 문제다.

최근 만나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의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제주도에서 자활의 의지를 다지던 수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들 장애인 노동자들 상당수가 호텔 메이드나 세탁업 등 중국 관광업계와 관련된 곳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고용이 해지될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재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특성상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들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국여행 금지령은 분명 제주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또 다른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인이 줄어들자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인 사라져 쾌적해진 성산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유채꽃 향기에 취해있다
 중국인 사라져 쾌적해진 성산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유채꽃 향기에 취해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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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인들의 한국관광 예약취소가 본격화된 지난 3월 1일부터 13일까지의 제주도관광협회 데이터를 살펴보면 동기간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만여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33%가 줄어들었다. 반면 동기간 내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37만2천317명을 기록, 전년대비 12%, 숫자로는 4만명이 증가했다. 이에 동기간 국내외 관광객의 숫자가 총 43만2천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42만3천명 대비 2.5%가 증가했다. 중국인이 줄어들었지만 전체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5년 메르스사태 당시에도 일어난 일이다. 당시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80% 가량 급감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며 관광업계 전체 규모가 150% 이상 성장했다.

이에 대해 국내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관광업계 담당자들을 만나본 결과 다음과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었다.

- 성산일출봉, 제주올레7코스 등 중국인으로 가득 차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제주 관광지를 제대로 즐기고 싶어하는 국내 관광객들의 요구
- 비행기 좌석 부족으로 제주여행을 포기했던 국내 관광객들의 예매가 수월해진 영향
- 마찬가지로 중국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비행기와 전세버스, 숙소 예약이 힘들어서 행선지를 다른 곳으로 정했던 일선 학교들의 수학여행 요구

이 외에도 몇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들로 이 세 가지 사항들이 꼽혔다. 즉, 중국인들 때문에 예약이 힘들던 비행기에 여유가 생기고, 그동안 중국인들로 가득 차서 포기했던 제주도내 여행지들을 한적할 때 가보고 싶은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월정리와 세화리, 함덕, 중문 등의 해변가 상권과 해안도로 상권 등은 3월 중순부터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아직 제주의 봄축제가 시작되지도 않은 3월 중순임을 감안하면 확실히 지난해와는 다른 풍경이다.

 금능해변에서 셀프웨딩샷을 촬영하고 있는 신혼부부. 그 뒤로 비양도가 보인다
 금능해변에서 셀프웨딩샷을 촬영하고 있는 신혼부부. 그 뒤로 비양도가 보인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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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과 성산일출봉 등 중국인들로 가득 찼던 유명 관광지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국내 관광객들이 대신 메워 인파로 북적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사라져 썰렁해진 곳은 제주공항 국제선 게이트와 면세점, 바오젠거리 등 극히 제한된 곳에 불과한 셈이다.

덕분에 국내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음식점과 카페, 게스트하우스, 리조트 등은 인력확충에 나서며 늘어나는 손님 맞기에 한창이다.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계에서 빠진 매출이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계로 전이된 셈이다.

 전세버스가 자취를 감쳐 한적한 용두암 대형차 주차장
 전세버스가 자취를 감쳐 한적한 용두암 대형차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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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용두암 소형주차장은 내국인 렌트카로 평일에도 만차인 상태다
 반면 용두암 소형주차장은 내국인 렌트카로 평일에도 만차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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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이 사라진 용두암 일대에 국내 관광객이 가득하다
 중국인이 사라진 용두암 일대에 국내 관광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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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암 포토존 역시 평일 오전임에도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용두암 포토존 역시 평일 오전임에도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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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도민들의 생계를 위해 이번 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하지만 얼마전 원희룡 지사가 언급한 '엎어진 김에 집수리' 하는 마음으로 이번 사태에 접근하길 기원한다. 당장 눈앞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의 갑질에 굴복하기보다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내국인 및 기타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애초에 정부의 헛기침 한 번에 모든 상황이 180도 급변할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에 관광업계 전체가 의존해온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한 전략이었다.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제주의 봄이 시작된다

사실 제주의 봄은 벌써 시작되었다. 지난 2월 10일경 큰 눈이 한 번 내린 후 꾸준히 상승한 평균 기온 덕에 2월 말부터는 봄옷을 꺼내 입고 살아가고 있다. 3월초가 되자 제주도 이곳 저곳에 유채꽃이 피어 오르고 있다. 매화는 2월부터 이미 만개한 상태였고, 성질 급한 왕벚꽃들도 벌써 개화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제주의 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표선 해안도로를 가득 채운 유채꽃 향기
 표선 해안도로를 가득 채운 유채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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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제주도 중문에서는 유채꽃 걷기 대회가 진행된다. 곧이어 3월 말부터는 제주시와 애월읍 등지에서 왕벚꽃 축제가 시작되고, 서귀포 일대에서는 유채꽃 축제도 준비되어 있다. 제주의 벚꽃이 3월 21일경 개화하고 중산간의 유채꽃이 4월초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니 벚꽃과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진 녹산로의 풍경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는 제주 동쪽 하늘에 렌즈구름이 생성됐다. 오랜만에 보는 장관이다
 어제는 제주 동쪽 하늘에 렌즈구름이 생성됐다. 오랜만에 보는 장관이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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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내내 동백꽃 향기*에 취해 살았더니 유채꽃과 벚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단언컨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른 봄이 찾아온 지금이야말로 제주를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된다면 제주의 봄을 다 함께 즐겨보길 추천한다.(*동백꽃은 흔히 향이 없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백꽃 군락지에선 아주 은은한 특유의 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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