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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앞. 명함 몇 장이 휴지 조각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명함하면 이름, 직업, 연락처 등을 적어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을 알리는 인쇄용지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나 광고 홍보용으로 주로 건넵니다. 선거 때는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건 무슨 명함일까? 상대방에게 건네주거나 서로 주고받는 명함이 아닌 것 같습니다. 슬그머니 흘린 명함이지 싶습니다.

첫 문장이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게 눈에 꽂힙니다.

"많이 힘드시죠?"

사채업자의 명함. "많이 힘드시죠?"라는 말이 생경합니다.
 사채업자의 명함. "많이 힘드시죠?"라는 말이 생경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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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함에 적혀 있는 다음 문장까지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우리네 서민들의 아픈 감성을 건들인 글귀가 구구절절합니다.

"돈 쓸데는 많고 돈은 없고,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 사업을 해볼까 해도 여유자금이 있어야 말이죠. 어디 손 벌릴 데도 없고 은행권 대출은 신용이... 그러시다면 어떠한 조건이라도 맞춰드릴 테니 갚으실 의사만 있으시다면 걱정은 그만하시고 전화주세요.^^"

첫 문장만큼이나 큼직하게 전화번호가 밝혀 있습니다.

나는 명함을 보고나니 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습니다. 사채업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자를 받아 돈놀이를 하는 사람입니다.

명함 뒷면에는 대출금과 100일을 빌렸을 때 불입해야 돈을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든 조견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연 27.9%라는 작은 글자의 숫자가 보이는데, 대출이율인 것 같습니다.

사채업자의 명함 뒷면. 대출이자가 27.9%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채업자의 명함 뒷면. 대출이자가 27.9%라고 적혀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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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서민경제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요즘 우리 경제사정을 대변합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미 1300조원이 넘어섰다고 합니다. 버는 돈보다 빌려 쓰는 돈이 더 많은 가구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서민경제의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였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3개월 만입니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는 0.25∼0.50%포인트로 좁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두어 차례 더 이뤄지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도래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 우리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금리인상의 여파는 높은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이 많은 서민들은 허리가 휠 것입니다.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경기는 어려워질 게 뻔합니다. 우리 경제의 암담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당장 우리 아들네도 돈을 빌려 집을 샀는데, 앞으로 늘어날 이자 부담이 걱정이라고 합니다. 전셋집에 살지 말고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랐는데, 큰 낭패입니다.

사채업자 명함에 찍힌 전화번호에 솔깃한 관심을 갖게 될 우리 서민들의 답답함이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며 꼬인 우리 경제를 살려낼 누구 없을까요?


태그:#미국 기준금리, #금리인상, #사채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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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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