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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고 있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2월 27일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하고 있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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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얼마나 고대했던 순간인가. 불의한 권력의 대리자는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심판을 받았고,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언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도만큼이나 차기 대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궐위로 치르는 첫 대통령 선거인 점을 고려해보면 지극히 합당한 태도다.

하지만 '장미 대선'을 앞두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주체가 있다. 바로 청소년이다. 적폐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의 시점에서 청소년은 또다시 배제될 위기에 처했다. 선거권 제한 연령을 만 18세로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며 청소년 참정권 실현을 위한 첫걸음을 지연시키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있어 자유한국당은 청소년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하려 든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성립할 수 없는 논쟁이다. 헌법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단어를 통해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국민을 국가 권력의 중심으로 설정한다.

민주공화국의 정당이 '18세냐 19세냐' 따위의 숫자놀음으로 청소년 참정권을 부정하는 행위가 헌법에 대한 기만인 이유다. 따라서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요구는 인정 투쟁이 아니다. 차라리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시정명령에 가깝다. 애초에 보장됐어야 할 주권자의 권한을 도외시해온 국회에 보낸 최후통첩이라는 것이다.

'탄핵 반대 탄원서' 제출 사실을 알리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탄핵 반대 탄원서' 제출 사실을 알리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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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건 청소년이 아닌 자유한국당 의원들 자신이다. 파면 결정 이틀 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60명은 탄핵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자신의 탄원 여부나 탄원서를 제출한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밖에는 달리 형언할 방도가 없을 정도다. 저들은 헌법과 국민의 뜻을 배반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마녀사냥의 그림자' 따위의 표현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폄하하는 모습은 차마 국민 권력의 대리자라 칭하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의 무책임한 태도를 통해 정치적 자격 또는 성숙함의 정도가 절대 연령에 비례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는 이미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격을 잃은지 한참이다. 이들은 국민을 기만하고 기회주의에 영합하는 주체로 전락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서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모순 역시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에 있어 지금은 너무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혹시 늦었다고 해서 아예 전진하지 않을 작정이라면 지금 당장 단념하길 바란다. 변화의 길 한복판에서 멈추기를 선택한 자들의 뒤로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이 쫓아올 것이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은 '적폐의 중심에 선 정당', '척결 대상 정당', '반헌법적 정당'으로서의 죗값을 극히 일부나마 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자유한국당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행동에 나서라.


태그:#투표권, #청소년, #청소년 투표권, #18세 투표권,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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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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