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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40여 명은 2일 오후 경북 경산시 중방동 경산오거리에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문명고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40여 명은 2일 오후 경북 경산시 중방동 경산오거리에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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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항의하며 입학식 파행을 겪은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처음 거리로 나와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문명고 학부모와 시민단체 회원 등 40여 명은 2일 오후 7시부터 경산오거리에 모여 '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 국정교과서 철회', '독립운동가 삭제, 친일미화 교과서로 문명고 학생들을 가르치지 마세요' 등의 피켓과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이 단체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건 지난달 17일 문명고가 연구학교 신청을 한 이후 처음이다. 학부모들은 횡단보도를 건너 자리를 이동하면서 1시간 30분 동안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학부모 민아무개씨는 이날 오전 신입생 입학식이 파행으로 끝난 데 대해 착잡하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씨는 "학부모들이 교장을 붙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본인만 옳다고 했다"며 "교장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어 "처음부터 소통이 안 되었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 전에는 학생들 이야기도 잘 들어주던 분이었다"며 "쌀쌀한 날씨에도 우리가 거리에 나온 의지가 교장에게도 분명히 전해지리라 생각한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다른 학부모는 사자와 기린의 사랑 이야기를 예로 들며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부모는 "사자와 기린이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사자는 기린이 사랑스러워 고기를 물어다 주었다. 기린은 사자를 사랑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풀을 사자에게 주었다"며 "학부모와 교장의 대화가 사자와 기린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은 국정 역사교과서가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는데 애들은 배탈이 나는 것"이라며 "교장은 학생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문명고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40여 명은 2일 오후 경북 경산시 중방동 경산오거리에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문명고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40여 명은 2일 오후 경북 경산시 중방동 경산오거리에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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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무개(44) 학부모도 교장의 불통을 보며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오늘 처음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했는데 너무 답답해서 할 말을 잃었다"며 "고구마 100개를 삶아먹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조아무개(65)씨는 "태극기는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의 상징이어야 하는데 태극기 집회에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그런데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친일 미화된 역사교과서를 가르칠 수 있나'라는 생각에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것을 본 인근 가게 주인들은 빵과 음료수를 내주며 용기를 주었다. 한 주민은 "우리 아이가 문명고에 다니지는 않지만 부모 마음은 똑같은 것 아니겠느냐"며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선 학부모들을 보니 안타깝다"고 마음을 전했다.

학부모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함께 나왔다는 교사 최아무개씨는 "맞벌이 하시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이렇게 나오시는 것 보니까 송구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라며 "빨리 끝나 생업으로 돌아가서 자녀 뒷바라지라도 하고 아이들도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구지방법원에 경북교육청을 상대로 '한국사교과서 연구학교지정 취소 본안소송 및 효력정지신청'을 낸 학부모들은 학내에서 시위를 자제하는 대신 경산 시내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도 벌여나가기로 했다.


태그:#문명고,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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