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6일 홍성의 게스트하우스 '현옥'에서 조현옥 청운대학교 강사를 만났다.
 지난 26일 홍성의 게스트하우스 '현옥'에서 조현옥 청운대학교 강사를 만났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40대에도 소녀감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에게서 수녀님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도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가 찍은 사진에서 '소녀 감성'을 느낀다고도 했다. 충남 홍성군에 있는 청운대학교 영어과 조현옥(49) 강사의 이야기다.

조현옥 강사는 보령시 오천면 효자도리 추도에서 태어났다. 광천여중에 입학할 때까지 그녀는 한두 번 정도를 빼고는 줄곧 추도(섬) 밖을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조 강사가 SNS에 찍어 올리는 사진에는 특유의 감수성이 묻어 있다.

그가 건드린 감성의 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공소(公所)를 마주하게 된다. 공소는 천주교 성당이 생기기 전에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예배를 보던 곳이다. 홍성의 갈산 공소와 예산의 여사울 공소, 당진의 양촌 공소, 청양의 비봉 공소 등 그가 직접 걸어서 찾아간 공소만 열 군데가 넘는다. 물론 자동차를 이용해 찾아간 공소만도 40여 곳이다. 그녀가 공소에 꽂힌 이유를 들어 봤다. 

조현옥 교수가 찍은 당진시 합덕읍에 있는 양촌 공소의 모습이다.
 조현옥 교수가 찍은 당진시 합덕읍에 있는 양촌 공소의 모습이다.
ⓒ 조현옥

관련사진보기


"공소를 찾아 걷다 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걸을 때가 있다. 때로는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먼 길로 돌아서 가기도 한다. 공소를 찾아가는 것도 즐겁고 그 주변에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처음 찾아 갔던 공소는 예산군 신암면 신종리에 있는 여사울이다. 이곳은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이존창 신자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옆에는 여사울 공소가 있다."

그는 청운대학교에 임용된 이듬해인 지난 2015년부터 방학 때마다 공소여행을 떠났다. 조 강사는 공소를 찾을 때마다 "그 옛날 신자들의 신앙심과 그들의 가난이 느껴진다. 공소에 가면 그들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치열한 삶의 쉼표에는 늘 천주교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그는 청운대학교에 자리잡기 전 홍주(홍성의 옛 이름)목의 천주교 성지를 안내하는 자원 봉사를 했다. 조 강사는 홍주성 순례지에 6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전했다.

"홍주목에는 세 곳의 순교터와 세 곳의 신앙증거터 등 6곳의 천주교 성지가 있다. 홍주옥터에선 1792년부터 1868년 병인박해 시절까지 113명의 신자가 순교했다. 대교리에는 천주교 신자를 참수했던 참수터가 있다. 홍주 의사총 맞은 편에는 생매장터가 있다. 신앙증거터도 3곳이 있는데, 천주교 신자들은 홍주성 동원과 진영장에서 박해를 당했다. 특히 홍주 저자 거리에서는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조리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조현옥 강사가 게스트하우스를 연 까닭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에는 현옥에는 조현옥 교수가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놓여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에는 현옥에는 조현옥 교수가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놓여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굳이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당진 출신) 신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홍주목과 천주교의 역사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이다. 조현옥 강사는 최근 천주교 성지인 홍주성 안에 자신의 이름을 딴 '게스트하우스 현옥(어질 현에 집 옥)'을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 '현옥'은 홍성 경찰서장의 관사로 쓰이던 건물로, 1940년대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주교 신자들이 홍주성 성지를 답사하고 난 뒤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단순히 숙박만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게스트하우스를 공소여행의 출발지로 삼고 싶다. 우선 홍동의 운월리 공소나 청양 비봉 공소 등을 하루 동안 걷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특히 청양의 비봉 공소는 천주교 신자들이 항아리를 만들어 팔았던 가마터가 있는 곳이다. 한국 천주교사에서 홍주는 핵심적인 곳이다. 천주교 성지를 걸으면서 그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홍성의 관광지와도 연계한 걷기 프로그램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조현옥 강사는 게스트하우스를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규정했다. 조 강사는 "꿈은 가만히 있으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꿈꾸던 것을 하나 둘 실행으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꿈꾸던 대로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스트 하우스 현옥의 간판이다.
 게스트 하우스 현옥의 간판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태그:#섬소녀 , #조현옥 교수 , #공소 , #천주교 성지 , #추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