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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농가주택은 주민들의 도움으로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농가주택은 주민들의 도움으로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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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만 취재하다가 파산해서 내 코가 석자인데, 또 일을 벌였습니다. 졸지에 이재민이 된 다섯 남매를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칼바람을 피할 임시거처라도 아이들에게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 때부터 취재기자와 구호활동가 사이를 오갔습니다. 주변에선 기자가, 그것도 빚더미에 허덕거리면서 누굴 도와 주냐고 말리기도 했지만... 기자도 사람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8일 오후 6시 15분경 충남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 635-1번지 농가주택에 불기둥이 솟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밥을 짓던 아기 엄마는 보일러실에 순식간에 불이 붙자 내복만 입고 놀던 다섯 아이를 업고 뛰어나왔답니다. 처음 제보를 받고 찾아갔을 때 다섯 남매 일곱 식구 가장인 아빠는 잿더미 위에서 얼큰하게 취해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온갖 고생을 다 하는데 하는 일마다 뒤틀렸습니다."

그는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합니다. 가난한 서른아홉 가장이 겪어야 할 고통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눈, 겨울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뼈가 드러난 아빠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의 장난에도 폭풍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넷째 아이는 어디에서 주워 왔는지 그런 아빠의 눈물을 양말로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옷가지들을 가져다 주웠는데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요. 저희야 길거리에서 자도 되는데 아이들이 눈, 비만이라도 피할 공간이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갈라진 입술로 마름 침을 삼키며 어렵사리 입을 연 엄마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손톱 밑을 잡아 뜯던 아빠는 사춘기에 접어든 12살 큰 딸을 안아줬습니다. 질투가 났는지 귀퉁이에 모여 있던 세 남매도 아빠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취재수첩을 잠시 내려놓고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다시 취재수첩을 들고 다섯 남매 일곱 식구가 거처할 컨테이너라도 지원할 수 있는지 지난 9일 공주시를 찾았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던 주방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지경입니다.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던 주방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지경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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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찾아간 복지과는 우리 업무가 아니라며, 사회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사회과 담당자는 적십자사를 통해 재해 긴급구호 물품이 전달됐으며 '긴급재난 생계자금'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재난업무를 총괄하는 재난안전과를 찾았습니다. 미리 연락은 받은 팀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습니다. 서류를 뒤적이며 국가재난이 아닌데 컨테이너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다섯 남매의 사정을 조목조목 설명했고, 임시 숙소라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사정했습니다.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안경 위로 올려다보면서 '무슨 관계인데 이러느냐'고 의심부터 했습니다.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혹시나 길거리에 나앉은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몰라서 참았습니다. 공주시에 놀고 있는 컨테이너를 숙소 구할 동안이라도 대여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사정하고 나왔습니다.

멋진 대리석으로 포장된 시청 건물이 그날따라 유독 높게 보였습니다. 현관을 나오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일부러 불을 지른 것도 아닌데 국가재난이면 가능하고 단순실수면 불가능하다는 법의 논리, 공무원 논리에 기가 찼습니다. 기자가 찾아도 저토록 안하무인인데 민원인이 찾을 때에는 어떨 수모를 당할까 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오시덕 공주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인구 늘리기 범시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공주시는 '정주여건으로 살기 좋은 희망도시 건설'이라는 비전을 내걸었습니다. '지역의 안정된 고용창출', '출산 및 보육환경 조성', '귀농·귀촌사업 강력 추진 등 4대 전락을 설정했습니다.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인구 늘리기 중점추진 시책 25개를 선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홍보도 하고 있습니다.

공주시는 주요 시책으로는 우량기업 유치, 대학생 전입지원금 지원,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금 상향 지원, 예비 신혼부부 건강검진비 지원, 혼인 및 출산 축하이벤트, 귀농·귀촌 생활불편사업 지원, 인구늘리기 캠페인 월 2회 실시, 대학생 전입을 위한 이동민원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달콤한 시책에도 인구는 2014년 2748명, 2015년 2360명, 2016년 1330명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는 공주시에 찾아올 이주민은 없을 겁니다. 화재로 길거리에 나앉았는데도 먼 산 불구경만 하듯 바라보는 공주시에 희망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계룡면사무소 직원들이 도움 덕분에 그나마 다행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안의 세간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안의 세간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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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민모금을 제안했습니다. 다섯 남매 일곱 식구가 거처할 최소한 조립식 주택이라도 만들어주려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아래 참여자치)가 나섰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모금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립식 주택에 들어가는 자재비 3천만 원을 모으면 회원들과 시민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집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천원, 만원, 백만 원까지 지금까지 자발적 참여로 모인 성금이 2천만 원가량입니다. 그러나 조금은 부족합니다. 이번 주 설계가 끝나면 허가를 받아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 서둘러 집을 지어줄 예정입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희망의 나무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기자가 구호활동가로 나선 이유, 여기까지입니다. 4대강 취재를 하면서 파산기자로 늘 손만 내밀어야 하는 저 또한 괴롭습니다. 그러나 일곱 식구가 웃으며 지낼 보금자리를 위해 다시 한번 '시민모금'에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길거리로 나앉은 다섯 남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언제 재난이 닥칠지도 모를 나와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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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남매, #화재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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