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됐다. 그의 죽음과 관련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김정남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김정남, 그는 누구인가.

김정남은 김정일과 성혜림의 장남으로 1971년에 출생했다. 성혜림은 1937년 창녕군 대지면 석리마을 명문가 3대 독자의 둘째 딸이다. 6.25 전쟁 시기 부모를 따라 월북했다. 이 후 평양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에 만들어진 북한 영화 '백일홍'에 출현했다. 성혜림은 월북 작가 이기영의 첫째 아들인 이평과 결혼했다. 이평은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였다. 결혼 후 성혜림은 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하고 '분계선 마을'에 출연하면서 북한 최고의 배우로 성장했다.

김정일은 성혜림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성혜림은 곧 김정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월북 작가 이기영은 분을 참지 못하고 절필을 선언했다. 성혜림은 결국 이평과 이혼했다.

성혜림은 1969년부터 김정일과 동거하여 2년 후인 1971년에 김정남을 출산했다. 김정일은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철저히 숨겼다. 아버지인 김일성조차도 한동안 김정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담당 간호사가 이복동생인 김현을 출산한 기회를 틈 타 손자의 존재를 김일성에게 알렸다. 김정일과 성혜림의 관계를 알게 된 김일성은 여전히 성혜림을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정일의 유일한 핏줄인 김경희 또한 유부녀인 성혜림을 달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결국 성혜림은 김정남을 북한에 남겨둔 채 모스크바로 떠났다. 성혜림이 떠난 후 김정일은 김일성의 중매로 북한 청산리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김영숙과 결혼했다.

모스크바에서 성혜림은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우울증에 시달렸다. 불행한 세월을 보내던 성혜림은 2002년 5월 모스크바 인근 병원에서 외로운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혼자 남겨진 김정남은 이모 성혜랑과 외할머니, 외사촌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정남은 북한 최고 권력자의 장손 대우를 받으며 거침없이 성장했다.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에 능통했던 김정남이지만 어머니의 부재와 즉흥적인 성장으로 '망나니'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 2001년 김정남은 일본 나리타 공항에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입국하려다 일본 경찰에 의해 추방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정남은 김정일의 눈 밖에 나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외국을 떠돌며 방황 생활을 이어왔다.

김정남의 장남인 김한솔은 프랑스 대통령을 배출한 파리 정치대학에 다닐 정도로 상당한 수재로 알려져 있다. 김한솔은 학업을 마치고 지난해 중국과 마카오 등을 떠돈 것으로 알려진 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한솔은 2013년 핀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남북통일을 원하며 삼촌인 김정은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김정은에게 독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독침을 맞고 살해됐다. 김정남의 살해 이유에 대해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북한이 가진 정보의 폐쇄성 때문에 쉽게 밝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공항에서 살해됐다는 점을 들어 북한 전문가들은 급박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망명설'과 '대내외 경고'다. 김정남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망명을 타진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루트'가 북한 고위층 탈북자가 자주 쓰는 루트라는 것이 망명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내외 경고 차원에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출신 태영호 공사의 탈북과 맞물려 북한 엘리트 계층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명령을 취소하기 전까지 유효하다는 '스탠딩 오더'가 결국 내부 결속을 위한 신호라는 분석이다.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 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지만 행동범위를 구속받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것이 그 예다. 김정은은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김정남의 돌발적 행동과 발언이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의 시신 부검 결과를 이르면 22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