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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와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와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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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요즘 최정욱 소믈리에가 나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은 '와인'을 의미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와인'이다. 내가 한국와인을 만난 것은 2년 남짓이지만, 한국와인은 내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광명동굴에서 시음하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은 아예 집에다 쟁여놓고 마시게 되었다.

그뿐인가, 대한민국 와인을 널리 알리겠다고 최 소믈리에와 와인기행까지 시작했으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게 확실하다. 물론 돌이키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 끝이 어디인지 끝까지 가볼 작정이다.

예전에 와인은 스테이크나 스파게티 등의 서양 음식에만 곁들여 먹는 것인 줄 알았다. 한국와인도 그렇다고 믿었다. 그런데 한국와인을 마시면서 한국와인이 한국음식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태리 음식에는 이태리 와인이 잘 맞고, 프랑스 음식에는 프랑스 와인이 잘 맞는다. 한식에는 당연히 한국와인이다."

최 소믈리에의 말이다. 한 때 유행했던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을 생각하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 것 같았다. 떡볶이에도, 쭈꾸미볶음에도, 오징어볶음에도, 동태전에도, 잡채에도 한국와인을 곁들이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집에 한국와인을 쟁여놓고 마시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덕분에 엥겔계수가 팍팍 올라가고 있지만, 어쩌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인 것을.

대한민국 와인기행을 시작하면서 최정욱 소믈리에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있는 그랑꼬또 와이너리(그린영농조합)이다.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와 박영화 그랑꼬또 와이너리 이사. 두 사람은 부부로 2004년부터 지금까지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이끌어왔다.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와 박영화 그랑꼬또 와이너리 이사. 두 사람은 부부로 2004년부터 지금까지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이끌어왔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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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로 유명한 대부도, 와인사업 시작

대부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당연히 포도다. 대부도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포도산지다. 대부도는 포도 재배에 천혜의 환경조건을 갖췄다고 일컬어진다.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 일교차가 심하고 뜨거운 열기와 습기를 머금은 기후 덕분에 달고 맛있는 포도가 생산되고 있다. 대부도는 전체 농가의 90%가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포도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와인에 관심을 갖고 와인산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1996년, 대부도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와인사업을 해볼까, 하면서 '그린영농조합'을 설립한다. 와인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그 때문에 한 남자의 인생이 확 바뀌었다. 바로 김지원 대표다. 그 역시 와인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영농조합을 위해 와인사업계획서를 만들어주다가 그만 발목이 잡혔단다.

김지원 대표는 와인사업계획서를 만들다보니 와인에 대해 다른 조합원들보다 많이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이 "포도주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당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면서 떠안기더란다.  영농후계자로 축산을 할 계획이었던 그는 안 한다고 몇 번이나 고사했지만, 결국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설득에 넘어가 수락했다. 그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그의 손에서 시작돼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와이너리는 소규모 농가형이 대부분인데,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연간 1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추고 좋은 품질의 와인을 안정적으로 생산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전시장. 이곳에서 직접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전시장. 이곳에서 직접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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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 '그랑꼬또' 상표로 전 품종의 와인을 다 생산한다. 캠벨 얼리 포도로 레드와인, 로제와인, 화이트와인 뿐만 아니라 아이스와인까지 만든다. 그랑꼬또의 대표 와인은 캠벨 얼리로 만든 로제 와인(M56, M5610)과 청수 포도로 만든 청수 와인을 꼽을 수 있다.

그랑꼬또 와인은 2007년에 <제1회 우리술 품평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랑꼬또 M56 와인은 <2014 아시아 와인 트로피>에서 실버 메달을 수상했고, <2016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 최우수상도 받았다. 청수와인은 2016년에 열린 <대한민국 우리 술 대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정도면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1월 25일, 2월 1일, 2월 11일, 이렇게 세 차례 최정욱 소믈리에와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김지원 대표와 마주앉아 와인을 시음하면서 그랑꼬또 와이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김 대표의 안내로 와인생산시설을 둘러보았다.

그랑꼬또 와이너리가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포도가공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1996년에 그린영농조합을 설립하고, 2000년 와인제조공장을 세웠다. 2001년 9월에 포도를 수매해서 처음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2년 뒤인 2003년 9월에 첫 와인이 출시됐다.

2000년대 초는 와인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수입와인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다. 덩달아 와인 소비량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럴 때 대부도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고 하니 관심이 쏟아져 와인은 날개 돋친 것처럼 팔렸다. 생산량은 많지 않았다. 1톤짜리 탱크 3개를 만들었으니까.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와인을 처음 출시했을 때 김 대표는 세상에 부러울 게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뿌듯했다고 한다.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김지원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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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꼬또 와인이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팔려나가자 김 대표는 와인사업으로 성공하려면 규모를 키워야겠다고 결정한다. 도약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9년,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대출까지 받아 30억을 투자, 공장을 증설해 와인생산 규모를 늘린 것이다. 연간 1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면서 공장 확장 이후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롭게 개발한 로제 와인 M56, M5610과 청수 와인 등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대부도에 연륙교가 설치된 것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고 한다. 대부도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됐고, 이들 관광객들이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찾아와 와인을 사가면서 입소문이 퍼져 판매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금도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M5610은 인기가 높아 병입하는 즉시 판매가 될 정도란다. 새로 출시한 청수와인 역시 인기가 높아 판매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품이 많지 않아 재고량을 조절하면서 판매해야 할 정도란다.

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의 와인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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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레드와인, 아이스와인, 브랜디까지 와인의 전 품종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그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우리나라에서 와인의 전 품종을 만드는 몇 안 되는 와이너리입니다. 좋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과 맛, 향이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 한국와인의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랑꼬또 레드와인 : 캠벨 포도의 향과 맛이 가장 살아 있는 그랑꼬또 레드와인은 삼겹살, 스테이크 등의 육류 요리 뿐만 아니라 구이와 찜 등의 요리와 잘 어우러져 같이 마시면 그랑꼬또 레드와인의 깊은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이 와인은 5년~10년 정도 숙성돼 화사한 과실향이 잘 살아 있다. 깊이가 느껴지는 부케향은 산화에도 잘 견디는 캠벨 포도의 포텐셜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랑꼬또 화이트와인 :  대부분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로 만들지만 그랑꼬또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 품종인 캠벨 얼리로 만들어서 일반적인 화이트와인보다 조금 더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대부도에서 잡히는 쭈꾸미, 대하 등의 해산물이나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린다. 또 도우가 얇은 피자(씬피자), 오일 파스타, 크림파스타 등과 곁들여 마시면 산미와 청량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그랑꼬또 로제와인 :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3종류의 로제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랑꼬또 로제와인은 그 중 가장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맛을 지녔다. 맑은 색과 풍부한 향을 갖고 있어 석화구이, 오징어, 바지락, 문어 등의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M56 : 프리미엄 로제와인으로 산도가 높고 과일향이 풍부한 드라이와인이다. 대하 소금구이, 된장소스로 맛을 낸 쭈꾸미 볶음, 퓨전 한식요리에 품격 있게 잘 어울린다.

M5610 : 프리미엄 로제와인으로 약간의 단맛이 도는 스위트한 로제와인이다. 양념 갈비, 스테이크,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함께 마시면 음식 맛을 살려준다. 특히 와인의 달콤한 맛이 한식 구이요리의 맛을 감싸주면서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해 한식 구이요리에 최적화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랑꼬또 아이스와인 :아이스와인은 포도를 동결 건조해서 만드는데 디저트와인으로 마시기도 하고, 와인 자체를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여성들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며, 여성들이 선물로 받으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다.  

그랑꼬또 브랜디 :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그랑꼬또 브랜디는 와인 맛과 향을 풍부하게 살리면서 높은 알코올의 풍미가 가미된 독특한 고도주(알콜도수 35도)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랑꼬또 청수와인 :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청수포도로 만든 그랑꼬도 청수 화이트와인은 프리미엄 화이트와인이다. 산미와 균형감이 매우 좋고, 약간의 잔당감이 있어 서양 정찬의 아페리티프 뿐만 아니라 한식요리와 잘 어울린다. 

청수와인 :그랑꼬또 청수와인에 비해 드라이한 맛을 많이 지닌 청수와인은 외국와인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맛과 향을 간직한 고품격 화이트와인이다. 청수포도의 향긋한 맛과 향, 약간의 유질감과 산미가 어우러진 청수와인은 한국와인의 특성을 고급스럽게 잘 살려낸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와인이다.

그랑꼬또 와이너리 ②로 이어집니다.


태그:#한국와인, #최정욱, #청수와인, #그랑꼬또,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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