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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현재 의학기술로는 발별 원인을 모른다.
 2014년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현재 의학기술로는 발별 원인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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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2학년 여름, 그러니까 2014년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진단받았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이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현재 의학기술로는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시스템의 고장으로 자신의 몸의 면역시스템이 자신을 공격하는 병이다. 쉽게 표현하면, 외부의 병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백혈구와 같은 것들이 내 몸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은, 15세 이하 소아에게 6주 이상 지속되는 관절염이 한 개 이상의 관절에서 나타나는 경우에 진단내릴 수 있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2주 이상 고열이 관절염에 더하여 나타나는 경우에는 전신형, 발병 후 3~6개월 동안 침범되는 관절이 4개 이하인 경우에는 소수형, 5개 이상인 경우에는 다수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14살 여름부터 갑자기 이유없이 왼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하고,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자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같으니 소아청소년과로 가라고 말씀해주셔서 우리나라에서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유명하시다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의 김광남 교수님에게 갔다.

진료를 받자마자 바로 입원해서 검사를 시작했고,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다양한 검사들을 받았다. 결국 나는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소수형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난 그냥 손목이 아플 뿐인데 왜 희귀난치병이라고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퇴원하게 되었다.

백혈병 환자용으로 개발된 약을 먹다

몸에 생긴 통증은 진통제로 어찌 해 본다지만, 상처를 주는 말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몸에 생긴 통증은 진통제로 어찌 해 본다지만, 상처를 주는 말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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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백혈병 환자들 약으로 개발되었던 MTX(메토트렉세이드), 엽산, 각종 진통제를 처방받아서 주기적으로 먹었고, 그 과정에서 약이 몸에 맞지 않아 두통과 복통부터 심하게는 잇몸에 궤양이 생겨 잇몸을 잘라내기도 하였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더 많이 아프고, 여름보다 겨울에 더욱 많이 아프다. 사실 이렇게 나눌 수 없이 갑자기 생활하다가 통증이 오는 병이다. 정말 심하게 아플 때는 '손목을 끊었다가 다시 붙이면 덜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얘기를 하면, "건강해 보이는데 그렇게나 큰 병이 있어요?"라고 말하거나 "결국엔 그냥 관절염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할 때에는 아프지 않아 보인다며 수행평가 점수를 최하점을 준다고 말씀하셔서 결국엔 진통제를 먹고 무리하게 체육, 음악 등의 수행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름은 '관절염'이지만 감기로 인해 백혈구가 많이 생성되면 다른 곳에 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다. '포도막염'이라고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이 합병증으로 생길 수도 있다. 관절염이지만 전신에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관리가 정말 많이 필요한 병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진료를 받으려면 소아청소년과를 가야 하고, 매번 갈 때마다 피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약 부작용으로 인해 최근 1년간 약을 끊고 지내 완치되었나 싶었던 나는, 지난주에 오른쪽 엄지 손가락 통증으로 인해 병원에 들렀다가 재발 판정을 받았다.

사실 나도 내 병이 어떤 병인지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별로 안 아픈데 오진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아닌 남들이 나의 병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 "별로 아프지도 않아 보이는데 뭘."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병 때문에 몸이 아픈 것은 진통제를 먹으면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저런 말을 들으면 마음에 큰 상처로 남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살아간다. 내가 보기에 튼튼하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사람을 대하더라도 그 사람의 기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심코 던진 한 표가 지금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듯,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상대방을 상처받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태그:#희귀난치병, #소아류마티스관절염, #관절염, #자가면역질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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