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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민주주의당에서 새로운 독일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말이 일종의 비난의 수단으로 쓰이는 한국에서는 과연 이런 정치인을 키워낼 수 있을까요?
 독일 사회민주주의당에서 새로운 독일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말이 일종의 비난의 수단으로 쓰이는 한국에서는 과연 이런 정치인을 키워낼 수 있을까요?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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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그대

독일에서 살면서 나는 많이 변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60~70대의 '친구'가 생긴 것이다.
내 인생에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구'라는 것이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친구들과의 대화가 시작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삼매경이 시작되곤 했다.

어느 날, 그 '나이 많은' 친구들의 모임에 초대가 되어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더랬다. 그리고 며칠 뒤 '추리닝' 차림으로 베를린의 한 아시아 마켓에서 라면을 잔뜩 사오는 길이었다. 한 백발의 할아버지와 몇 초간 눈이 마주쳤다. 순간 서로 눈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머릿속으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라는 생각만 떠오를 뿐이었다.

혹시나 나의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한테 소개받은 또 다른 할아버지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결국 누구인지가 생각나질 않았다. 집에 도착한 뒤에서야 그가 누구인지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그 뒤로 그 할아버지를 3~4번 거리에서 마주쳤던 것 같다.

그리고 2017년 2월 12일, 나와 길거리에서 눈을 마주친 백발의 할아버지는 독일의 16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공장노동자인 어머니와 가구공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흙수저, '노숙자 대한 국가개입'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받은 사람, 사회민주주의자, 트럼프를 반대하는 대표 독일 정치인, 그러나 어쨌든 나에게는 길에서 몇 번 마주친 백발의 독일 할아버지.

드래그 퀸이 국민 대표로서 뽑은 대통령

이번 독일 대통령 선거인단으로 뽑힌 드래그 퀸 올리비아 요네스가 당선 발표후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독일언론 노이에 프레스 화면캡처 이번 독일 대통령 선거인단으로 뽑힌 드래그 퀸 올리비아 요네스가 당선 발표후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Neu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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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2일, 일요일 오후 나른한 몸으로 TV를 켜니 독일 대통령 선출 과정을 생중계로 보여주고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이름이 불리자 환호성이 터졌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요하임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의 축하를 받는다. 극우정당 AFD를 제외한 각 정당의 정치인들이 활짝 웃으며 꽃다발을 전해준다.

수많은 정치인 가운데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 요하임 뢰브도 보인다. 그리고 눈이 안 띄려야 안 띌 수 없는 독일 대표 드래그 퀸(여장 남자) 올리비아 요네스가 주황색 폭탄머리를 한 채 새로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앙겔라 메르켈(기독교민주당)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독일 대통령은 직접선거인 국민투표로 선출되지 않고 간접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5년마다 대통령 선거인단인 연방회의가 소집된다. 선거인단은 주 의회 의원, 정치인 그리고 저명인사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투표에는 녹색당이 독일의 대표적 드래그 퀸 올리비아 요네스를 초대한 것이다.

이로써 독일은 전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인 셈이다. 소수자가 국민의 대표가 되어 대통령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말이다. 또한 독일 기독교인들을 대변하는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과 성소수자가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동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말이다.


태그:#독일_대통령, #드래그_퀸, #프랑크_발터_슈타인마이어, #앙겔라_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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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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