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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인 1월 10일 '학생처특별생활비'라는 이름으로 통장에 30만 원이 입금됐다. 대학 학생처는 장학금 처리를 주 업무로 하는 곳이다. '국가장학금 말고는 장학금을 신청한 적이 없는데? 아니 그것보다 특별생활비가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고파스)를 수소문하고 나서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말 그대로 생활비를 지급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소득 1분위에겐 50만 원, 2분위에겐 40만 원, 3분위에겐 30만 원이 지급됐다고 했다.

내가 받은 특별생활비는 고려대가 2016년 1학기부터 시행한 장학금 제도 개편의 결과다. 당시 개편은 '성적장학금 폐지'로 유명해졌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대신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학생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호응도 있었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 대한 보상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비판도 있었다.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면...

 학교 복도에 앉은 학생들. (자료 사진)
 학교 복도에 앉은 학생들. (자료 사진)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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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매 학기, 나는 내가 '저소득층' 학생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장학재단은 나를 가리켜 소득 2분위라고 했다. 2분위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을 가장 많이(학기당 240만 원)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한 학기 등록금 360여만 원 중 3분의 2가 우선 국가장학금으로 지급됐고, 나머지 3분의 1은 학기가 끝날 때쯤 학교에서 면학장학금이라며 돌려줬다.

이렇게 내내 등록금을 내지 않고 다녔으니 제도 개편 소식에도 별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4.5 만점을 받은 적도 있는 터라 성적장학금이 없어진다는 게 괜히 아쉽기도 했다. 그러다 마지막 학기였던 지난학기(2016학년도 2학기)에 처음으로 소득분위가 바뀌었다. 1600원 차이로 소득 3분위가 됐다. 국가장학금은 240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60만 원이 깎여 나갔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푼돈이 가져온 결과가 생각보다 혹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마지막 학기까지 등록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역시 제도 개편 덕분이었다. 제도 개편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학생의 범위를 소득 1·2분위에서 소득 1~5분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지 못한 60만 원만큼을 더해서 180만 원 가량을 학교에서 면학장학금의 명목으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추가적인 증명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외장학금의 경우 장학생이 되려면 각종 지표를 통해 집안 형편을 증명해야만 한다. 성가실뿐더러 자신의 가난을 적극적으로 내보여야 하는 게 심정적으로도 달가울 리 없다.

장학금 지급 기준 등 보완 필요하지만, 제도 발전시켜야

물론 논란이 많은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다. 국가장학금 소득분위가 발표될 때마다 많은 학생들은 소득분위 산정에 불만을 제기한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도 고소득으로 집계돼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연이 넘쳐난다. 고려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정의장학금'으로 부르고 있는데 기준 자체의 정의로움에 의문이 남아있는 것이다.

언론은 혜택을 받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확실하진 않다. 기사에는 구체적인 통계 대신 "성적이 올랐다"고 말하는 익명의 학생만 등장한다. 게다가 고려대는 기존의 성적장학금을 없애는 대신 학생이 직접 연구 프로그램을 설계한 경우 등에 '진리장학금'을 도입했는데, 과거와 비교해 학생들이 제도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학업을 장려하는 돈이 이미 우수한 성과를 내는 학생뿐 아니라 제대로 공부할 시간을 갖지 못한 학생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관점은 분명 바람직하다. 특히, 입시결과를 기준으로 상위에 위치한 대학일수록 저소득층의 비율은 줄어든다. 고려대에 의하면 등록금 전액 혜택을 받은 소득 1~5분위 학생의 비율은 전체 재학생의 12.2%에 불과하다. 소득분위 산정 개선 등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제도를 발전시켜가야 하는 이유다. 빤한 말이지만 '공정한 출발선'은 경쟁의 대전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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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고함20>에도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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