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안희정 지사(이하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바른정당은 물론, 새누리당과도 대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논란이다. 이에 안 지사는 "민주주의 정치, 의회정치의 대화와 타협 구조를 정상화시켜서 시대의 개혁과제를 완성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반응은 분명하게 나뉘었다. 여권에서는 이를 반기는 반면 야권에서는 비판 일색이다. 지지자의 반응도 분분하다. 그래서 여기 비슷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트루먼, 히틀러의 마지막 희망을 뭉개버리다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 시절의 일이다. 당시 프로이센은 사방에서 포위된 상황이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엘리자베타 여제가 사망하고, 표트르 3세가 새로 즉위한 것이다. 친독적 성향인 표트르 3세는 곧바로 프로이센과 평화조약을 맺고 철수했다. 그야말로 기적이다. 이를 '브란덴부르크 가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나치독일의 상황도 똑같았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은 패전에 직면했다. 서부전선에서는 서방연합군이 상륙에 성공해 파리를 해방시켰다. 동부전선에서는 붉은 군대가 동유럽 전체를 석권하고, 베를린까지 진격하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이때 히틀러는 '브란덴부르크 가의 기적'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망한 것이다. 부통령인 트루먼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베를린에서는 환호했다. 트루먼은 철두철미한 '반공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과 협상하여 '공산주의' 소련을 몰아내리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그렇게 믿었다. 히틀러는 환호하였고, 자신에게 기적이 일어났음을 기뻐했다.

그러나 트루먼은 냉정했다. 독일과의 협상은커녕, 연합군을 진격시켰다. 결국, 독일본토까지 연합군이 넘어왔다. 서부전선을 방비하던 독일군 30만은 허무하게 항복했다. 동부전선에서는 소련군이 베를린을 완전히 포위해버렸다.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히틀러는 자살했다.

전후에 트루먼이 강력한 반공정책을 펼쳤지만, 왜 독일과 협상하지 않았을까? 나치의 만행을 알고 있던 트루먼은 '적폐청산'을 위해 나치를 물리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이젠하워, 나치의 협상을 강하게 거절하다

히틀러가 자살한 뒤, 패전은 기정사실화됐다. 해군 원수 칼 되니츠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총리직을 승계해야 할 괴벨스도 자살해버렸기에, 전후처리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즉각적으로 연합군과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은 아이젠하워 원수였다.

되니츠 역시 연합군과 협상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협상의 목표는 이렇다. 서방연합군에게는 항복하되, 그들의 지원을 받아서 소련군을 독일영토 밖으로 밀어낼 생각이었다. 이미 소련은 동유럽 전체를 석권하여 무시무시한 기세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연합군도 위협적으로 볼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서둘러서 교섭단이 아이젠하워에게 향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전선 양쪽에서 연합군과 붉은 군대 모두에게 동시에 무조건 항복'만을 요구했다. 되니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든 연합군을 설득하려 했으나, 돌아오는 요구는 '무조건 항복'뿐이다.

결국, 되니츠는 그 요구를 수락했다. 1945년 5월 9일, 독일은 서방연합군과 붉은 군대 모두에게 무조건적인 항복을 했다. 일설에는 되니츠가 아이젠하워 사령관의 강경한 태도에 이렇게 빈정댔다고도 한다.

"아이젠하워 사령관. 이 사람은 정말로 정치적인 감각이 없군! 종전 후의 상황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잖나!"

아이젠하워는 왜 되니츠의 협상을 강경하게 거절했을까. 바로 나치독일의 실상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참담한 학살현장과 강제수용소 등을 접한 것이다. 아이젠하워 역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독일과는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 것 같다. 나치독일과는 협상할 수가 없다. 나치는 청산의 대상이지,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적폐청산의 대상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든 협상을 해보려던 되니츠. 그에게는 딱 하나 남은 희망이 있었다. 어떻게든 대통령 자리를 보존하고, 정부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 헛된 희망도 사라졌다. 연합군은 정부조직을 해산시키고 되니츠를 비롯한 정부요인을 체포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되니츠, 그는 끝내 전범재판에 오르고 말았다.

그 덕분에 전후 독일은 철저하게 나치 청산에 나설 수가 있었다. 만약에 되니츠를 비롯한 나치 인사들이 협상에 성공했거나, 정부로서 인정을 받았으면. 과연 독일이 현재와 같이 철저하게 나치 청산에 성공할 수가 있었을까? 오히려 시도조차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안 지사는 "저의 연정 제안은 박근혜 최순실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바른정당은 틀림없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당이다.

만약 아이젠하워가 독일과 협상하며 "저의 협상은 히틀러, 나치를 용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누구도 진정성이 있으리라 믿지 않을 것이다.

안 지사께서는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시길 바란다. 부디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지 마시라. 대연정 발언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다. 그들은 적폐청산의 대상이다.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태그:#고충열, #대연정, #안희정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