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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몰이 들어서자 지역상인들이 반대 시위에 나선 모습
 롯데쇼핑몰이 들어서자 지역상인들이 반대 시위에 나선 모습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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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헛바퀴만 돌았다. 서울 마포 상암동 롯데쇼핑몰 입점이 오랜 기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롯데와 지역 상인간 상생의 문제다. 하지만 롯데에 땅을 팔고, 논란을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서울시도 문제다.

롯데는 지난 2013년 4월 서울시로부터 상암 디엠시(DMC) I3~I5블록(3개 필지) 2만㎡ 규모의 상업 용 땅을 샀다. 땅을 사들이는데 쓴 돈만 1900억원이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롯데쇼핑몰은 문을 열어야 했지만, 아직까지 첫 삽도 못 떴다.

지역 상인이 반발했다. 롯데쇼핑몰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망원시장과 마포농산물시장, 상암동 상가 상인들이 일제히 "롯데가 대형쇼핑몰을 입점해 지역 상권을 말살하려 든다"며 반기를 들었다.

상인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 "지역 상인과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쇼핑몰 부지에 대한 토지용도 승인을 미뤘다. 쇼핑몰을 짓기 위한 인허가 절차가 첫 단계에서 막힌 것이다.

롯데와 지역상인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7월 상생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롯데와 지역 3개 상인 연합회, 서울시 관계자가 참여해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것이었다.

"땅의 30% 문화시설로" vs "1개필지 완전 비워야"...1년 넘은 줄다리기

TF가 설립돼 운영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양쪽은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양쪽은 그동안 쇼핑몰이 들어설 자리에 마트와 SSM(대형슈퍼마켓) 등 지역 상인과 겹치는 업종은 입점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마트와 SSM이 제외되면, 지역 시장 상권과의 충돌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비판매시설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롯데는 전체 부지 가운데 30%를 비판매시설(마트나 백화점이 아닌 문화시설)로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3개 필지 가운데 1개 필지를 비판매 시설로 하라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

고층부를 비판매시설로 하는 것과 1개 필지를 완전히 비판매시설로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게 롯데의 입장이다.

롯데는 "1개 필지를 완전히 비판매시설로 하는 것과 전체 부지 가운데 30%를 비판매시설로 하는 것은 매출과 마케팅, 고객 동선에서 차이가 크다"면서 "1개 필지를 완전히 비우는 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3개 필지 가운데 1개 필지를 비판매시설로 해야 한다는 것이 상인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상인회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생 TF에는 망원시장상인회와 마포농수산물시장상인번영회, 상암동상점가상인회 등 3개 지역 상인회가 참여하고 있다.

망원시장상인회는 강경하다. 서정래 망원시장상인회 회장은 "대형쇼핑몰의 입점은 단순히 하나의 지역 시장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상권 자체를 붕괴시킨다"면서 "그런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1개 필지는 비판매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포농수산물시장상인번영회와 상암동상인회는 서울시 TF가 아닌 롯데와 별도의 협의회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TF에서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를 제외한 별도의 협의회를 구성해 빠른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쇼핑몰 입점을 마포구 차원의 발전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상원 마포농수산물시장상인번영회 회장은 "쇼핑몰 도입도 지역 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롯데와 별도의 협의회를 통해 조속히 쇼핑몰 문제에 대한 협의점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2013년 롯데에 땅 매각한 서울시, 상권침해 등 뒤늦게 문제의식

오랜 기간의 협상, 논란의 근본적인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서울시가 롯데에 땅을 판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애초에 이런 문제가 나오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롯데에 '상업시설'로 용도가 확정된 땅을 팔아 2000억원을 챙겼다. 상업시설 지으라고 땅을 팔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지역 상인이 들고 일어서니, 그제서야 TF를 만들고 챙기기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지를 매각할 2013년에는 대형쇼핑몰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 침해에 대해 크게 문제 의식을 갖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서울시는 롯데쇼핑몰 입점 갈등이 나온 뒤 소상공인지원조례를 만들어, 대형쇼핑몰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 영향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다.

양쪽을 중재해 결론을 내겠다는 노력도 현재로선 실패했다. 서울시가 갈등을 제때 중재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상암동 DMC 상업 부지는 4년째 빈 땅으로 남아있다.

롯데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부지 매각은 물론 서울시에 대한 행정 소송도 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자칫 서울시가 땅 매각액은 물론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있다.

일단 서울시는 2월 중 TF회의를 열어, 합의점을 낸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쪽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외부 상생전문위원 2명을 위촉했고, 이 위원들이 최근 양쪽과 면담을 실시했다"면서 "2월 중 TF회의를 열어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롯데쇼핑몰, #상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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