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덕이네 부모님께 새해 인사를 갔습니다. 현덕이는 내가 가르쳤던 제자입니다. 현덕이는 결혼하여 부모님이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를 낳았습니다. 우리와 현덕이네는 교사와 학부형의 인연으로 만났지만, 지금도 수시로 들락거리며 형제처럼 지내는 특별한 사이입니다. 현덕이 부모님은 우리보다 연세가 많으십니다.

새해 인사차 들린 현덕이네

명절에는 잊지 않고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올핸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좀 늦었습니다.

"맨날 올 때마다 이런 거 왜 가져 오셔? 얼굴 보여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현덕이 어머니는 아내 얼굴을 살피더니 의아해 묻습니다.

"아니, 사모님 얼굴이 왜 이래요? 전번보다 많이 안 좋아 보여!"
"뭐가 어때서요?"
"어디 편찮으셨나?"
"네. 그럴 일이 좀 있었네요."

아내가 병원 신세를 진 저간의 이야기를 전하자, 손을 붙잡고 "그만하길 다행이네, 다행이셔!"를 연신 되뇌십니다. 걱정해주는 마음이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는 새해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올해 두 분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소원성취하세요."
"현덕이 내외도 다녀갔죠? 올 설엔 손녀딸까지 함께해 얼마나 좋으셨어요? 백일 지났겠네! 얼마나 이쁘세요?"

"선생님네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건강이 제일이니까!"
"우리 손녀딸이요? 얼마나 귀여운 줄 몰라요! 요새 동네방네 소문내느라 바빠요!"

"우리도 곧 할아버지 할머니 됩니다."
"아! 며느리 해산날이 다됐나요? 기다리느라 고개 빠졌지요! 그나저나 할머니가 빨리 기운 차려서 손주 봐야겠어요!"

덕담을 주고받고, 두 집 손주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지자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가족의 탄생만큼 화젯거리로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현덕이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맛난 밥을 지어주시겠답니다. 아내도 따라 주방으로 갔습니다.

정이 담긴 대접이란 게 이런 것

한참 있다가 밥상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아니! 뭘 이렇게 많이 차렸대요?"
"사모님 편찮으시다니까 떡국 끓이려다 밥을 지었네요. 허물없이 차렸어도 밥이 보약이니까 맛나게 드셔!"

우리는 진수성찬을 받는다며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현덕이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차려준 밥상. 정성이 담긴 대접을 받았습니다.
 현덕이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차려준 밥상. 정성이 담긴 대접을 받았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소갈비에 꽃게 무침, 싱싱한 굴회, 굴비구이, 김치, 풋고추 무침, 전이며 따뜻한 김칫국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입니다. 온갖 정성이 가득합니다.

방금 지은 쌀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아내 밥그릇에도 고봉으로 올려졌습니다.

"아니, 저 이만큼을 다 먹어요?"
"밥 많이 먹어야 금방 회복되는 거니까, 아무 소리 말고 다 잡수셔."

굴회며 설날 부친 전에도 손이 많이 갔습니다.
 굴회며 설날 부친 전에도 손이 많이 갔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아무래도 아내는 밥이 많은지 밥그릇 위로 올라온 밥을 내게 덜어냅니다. 현덕이 어머니는 남은 거나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 당부합니다.

아내와 나는 정말 맛나게 먹습니다.

"우리 입맛에 딱 맞아요. 어떻게 갈비를 재우면 이렇게 부드럽고 맛이 있대요. 숟가락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꽃게 무침 좀 먹어봐요. 싱싱하고 매콤해서 밥도둑이 따로 없네요!"

몸이 성치 못한 아내를 위해 만나게 만든 갈비찜. 아내가 맛나게 먹었습니다.
 몸이 성치 못한 아내를 위해 만나게 만든 갈비찜. 아내가 맛나게 먹었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메꼼한 꽃게무침. 게딱지에 밥을 비며먹는데, 그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메꼼한 꽃게무침. 게딱지에 밥을 비며먹는데, 그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현덕이 어머니는 갈비찜을 아내 쪽으로 옮깁니다. 현덕이 아버지는 나더러는 게딱지에다 밥을 비비라고 주문을 합니다.

밥 반 공기도 안 먹는 아내가 오늘따라 배는 먹는 것 같습니다. 나도 밥그릇을 깨끗이 비웁니다.

현덕이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듣기에 참 좋습니다.

"사모님 잘 드시니 너무 좋네. 아까보다 얼굴이 한결 좋아졌네! 선생님, 안 그래요?"

돌아오는 손에 들려주신 선물. 풋고추 얼린 것을 주어 집에서 볶아먹으면 별미라고 합니다.
 돌아오는 손에 들려주신 선물. 풋고추 얼린 것을 주어 집에서 볶아먹으면 별미라고 합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돌아가는 손에 가래떡, 떡살, 시루떡 등을 바리바리 들려줍니다. 아내 얼굴에 함박꽃이 피어납니다.

우리는 '정이 담긴 대접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고도 남습니다. 그것도 고봉으로 말입니다.


태그:#선물, #설날, #새해 덕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