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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을 사러 갔다. 판매중인 떡국은 거의 수입 쌀가루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떡국은 설 고유의 명절 음식이고 밥 대신 새해 첫날 먹는 음식인데 수입 쌀가루라니 기분이 씁쓸했다. 수입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지배하더니 이제 주식인 쌀마저 넘본다. 쌀값 공약을 지키라고 올라와서 물대포를 맞고 생명을 잃은 백남기 농민이 생각나서 마음이 더욱 언짢다.
 
설날 오후에는 광화문 광장에 나가 합동 차례와 합동 세배를 드렸다. 연대 밥 차인 <집 밥>에서 떡국 500인분을 준비해 광화문 광장에 나온 시민들, 외국인들과 나누었다. 광장에서 펼쳐진 '밥상공동체'를 보니 공동체 회복의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
 
공동체의 기본은 밥상에 있습니다. 너나없이 모여 앉아 밥을 먹는 일, 즉 '밥상공동체'의 회복이야말로 모든 공동체의 출발점이에요. 패스트푸드와 같은 기업식 먹을거리가 장악한 외식에서 벗어나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먹으면서 이웃과 그 먹을거리를 나눈다면 어떨까요? 농사 경험은 그 자체로 삶에 충만함을 가져다줍니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직접 느끼고 땀 흘려 일한 보람도 찾을 수 있었어요. 가족 간의 대화가 늘고 이웃과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합니다./ 47쪽
 
철학교수에서 농부가 되어 변산공동체를 일궜던 윤구병 선생은 '도농공동체'와 젊은이들이 귀농해 농촌을 살리는 길만이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갈 대안이라고 말하곤 했다. 농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우치고 자연의 이치에서 삶의 고갱이를 읽어낸 철학자다운 사고다.
 
젊은이들의 귀농을 말하지만 실상 귀농을 해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은 극소수다. 농촌에서 농사짓는 이들 연령은 나날이 고령화되는데 뒤를 이어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없다. 농업의 위기다. 우리나라의 쌀 식량 자급율은 겨우 절반을 밑돈다. 그나마 쌀 소비량이 줄어서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식량의 외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서 식량 대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농민이 아니더라도 농사와 먹을거리에 대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식량 주권을 지켜내고 우리 농산물을 지켜내는 밥상공동체의 회복이 없이 지속가능한 삶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 텃밭 가꾸기가 일상화 된다면 밥상공동체 정신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생태적 삶을 가꾸는 도시 농옵과 건강한 먹을거리
▲ 10대와 통하느 ㄴ농사 이야기 생태적 삶을 가꾸는 도시 농옵과 건강한 먹을거리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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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는 생태적 삶을 일구는 도시 텃밭을 통해 알아보는 농사 이야기다.
 
동네텃밭, 텃밭 보급소, 어린이청소년 농부학교 등 농사와 생태, 도시 텃밭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저자가 글을 썼다. 1장,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농사, 2장, 순환의 고리를 잇는 생태 텃밭, 3장, 농부의 눈으로 세상 보기 등 총 3장에서 농사, 생태,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주 이야기는 도시 텃밭 가꾸기다. 텃밭농사는 누구나 손쉽게 생명을 가꾸고 살리는 지속가능한 도시 농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생명의 소중함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다. 생명을 키우다보면 자연스럽게 생태의 순환과 생명의 가치를 알게 된다.

고도의 과학이론과 인터넷이 발달한 미국 대도시 빌딩에서도 채소를 가꾸어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고 실험적으로 채소를 가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식량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농사도 대규모 산업 농사가 아니라 자급을 위한 소규모 분산 농업이다. 도시 근교 텃밭 농사와 집안에서 가꾸어 식탁에 올리는 쌈 채소나 방울토마토까지 생명을 키우며 생명의 소중함과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알아가자는 것이다.
 
도시농업의 목적은 생산량 증대가 아니라 '자급'에 있습니다. 내가 먹을 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지요. 자기가 직접 키운 채소를 오늘 식탁에 올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에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멀리 해외에서 들여올 수입 농산물의 양이 줄어들겠지요. 우리 땅에서 나는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더욱 커지고요/ 39쪽
 
바로 이것이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의 고갱이다. 농사의 소중함, 생명과 생태의 가치를 아는 것,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말이다. 혹시 베란다에 상추나 방울토마토를 심어 봤다면 마트의 상추와 토마토가 예사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지렁이가 농사에 더 벗이 소중한 고마운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음식물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마음이 생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 햇빛 바람과 비 모두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어 생태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도시 근교에 텃밭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 집안에서 지렁이를 이용해 채소를 길러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식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 곽선미. 박평수. 심재훈, 오현숙, 이상수, 임현옥 지음/ 철수와 영희/ 13,000원



10대와 통하는 농사 이야기 - 생태적 삶을 일구는 도시 농업과 건강한 먹을거리

곽선미 외 지음, 철수와영희(2017)


태그:##농사 이야기, ##도시 텃밭, ##생태 ,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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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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