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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인터뷰 중인 박근혜 대통령.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인터뷰 중인 박근혜 대통령.
ⓒ 정규재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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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패러디 그림 논란을 두고 25일 "넘어선 안 될 선을 아무 거리낌 없이, 어떤 죄의식 없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정규재TV'에 출연해 약 1시간 가까이 탄핵정국에 관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직무정지 중인 그가 언론 앞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당초 박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 한 번 더 기자 간담회를 열고자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으나 보다 우호적인 매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월 13일 전까지는 탄핵 심판이 결론 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탄핵 일정이 빨라진 상황에서 여론전을 본격화하려는 제스처로도 해석됐다.

"여성 아니면 비하 받을 이유 없어, 조윤선 구속은 과하다"

한 보수단체 회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곧, 바이! 展'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풍자한 그림을 집어 던지고 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곧, 바이! 展'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풍자한 그림을 집어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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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여성'이란 점을 노려 악의적인 공격들이 나온다고 했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 논란이나 세월호 7시간 문제 등은 "여성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관련 기사 : 민주당 지도부, '풍자 그림 논란' 표창원 의원 징계 착수).

- 국회의 성비하적인 걸개그림, 또 세월호 7시간을 물어보는 일련의 과정들을 일각에선 여성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다. 또는 여성에 대한 비하의식이 잠재해 있는 거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혼자이고, 그런 거에 대한 아주 짓궂은 관심이라고 느끼냐?
"네. 여성이 아니라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여성비하라고 생각한다. 취임 후 여러 나라 다녀봤는데,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나라들도 가봤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동북아의 한국에서 자기들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에 놀라워하고 평가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여성비하에다가 난리도 아니잖아요? 외국에서도 그런 걸 다 볼 게 아니냐? 그동안 한국에 가졌던 이미지가 많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는 또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거나 향정신성 약품에 중독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이런)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냈다면, 탄핵의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게(의혹) 한 번 만들어져 바람이 불면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요청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풍조가 있다"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옛 보좌관인 정윤회씨와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났다는 의혹은 "나라 품격 떨어지는 얘기"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말 민망스럽기 그지없는 얘기들이 요즘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그만큼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박 대통령의 딸이라는 얘기도 "저질스러운 거짓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사실에 근거를 하면 그냥 깨질 일들이 이렇게 자꾸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오해와 거짓말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가를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계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 지원을 축소한 것 역시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증언을 한 유진룡 전 장관을 가리켜 "장관으로 재직할 때와 퇴임 후 말이 달라지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조윤선 전 장관의 구속을 두고는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과하다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두고도 "우발적으로 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기획설'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을 테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했다고 본다"며 "솔직한 심정으로,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배후로 짐작 가는 인물이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도 그런 인물이 없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탄핵 정국 기획설 제기, 촛불 집회 두고는 10년 전 발언 뒤집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종합무역센터(코엑스)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 "박근혜 탄핵 반대한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종합무역센터(코엑스)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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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 찬성하는 촛불 집회와 여기에 맞서는 태극기 집회에 관한 생각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2008년 광우병시위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둘 다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2008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것은 이념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될 일"이라고 한 자신의 말을 완전히 뒤집은 얘기였다(관련 기사 : 박근혜 "대통령은 저와 생각이 다른 듯").

또 태극기 집회로 위로를 받냐는 물음에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촛불시위의 두 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들었다"며 "그분들이 왜 눈도 날리고 날씨는 추운데 계속 나오시게 됐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하고 법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신다는 걸 생각하면 그런 심정"이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두고는 여전히 '전혀 몰랐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최씨는 오랜 시간 알아왔고 저 혼자 지내니까 충실히 도와준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내가 몰랐던 일들이 많았구나 했다"며 "잘 몰랐던 불찰에 마음이 많이 상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과 최씨가 '경제공동체'로 얽혀있다는 주장은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이라며 "그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특검에서 철회했을 정도로 말이 안 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라 안팎의 정치 상황에 관한 생각도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북관계도 그렇고 경제를 비롯해 제가 딱 24개 정해서 계속 체크하며 심혈을 기울였던 일들이 있었다"며 "그것을 뿌리를 내려서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 답답함이 있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나빠진 한중관계 역시 "제가 손발이 묶이지 않았다면 힘을 썼을 것"이고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에 잘 대응해나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될 때인데 정치권의 성찰이나 노력이 안 보여 걱정"이라는 말도 남겼다.

새누리당 분당 사태를 두고는 "정당은 신념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만들 수 있는 결사체인데, 이념을 같이 하는 결사체가 돼야 국민들의 신뢰 속에 오래 갈 수 있다"며 당의 화합과 결속을 당부했다. 또 "지금 새누리당에는 대선 후보도 없다"는 질문에 하하 웃으며 "그런 결사체가 된다면 대선 후보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냐? 우선 둥지가 튼튼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정한 탄핵심판 바란다"면서 억울함만 호소한 60분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1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규재TV'와 1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 정규재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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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두고는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은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 그 이상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출석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며 특검 조사에는 임할 계획이나 시기와 방법 등을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들께서 이런 와중에도 지지를 보내주셔서 힘들지만 힘이 난다"며 "철 들 때부터 어떻게 하면 나라에 도움이 되고 국민이 더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나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앞으로도 그것만이 제 생의 목표라 생각하고 살아가려 한다"는 인사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단 하나의 탄핵 사유도 인정하지 않은 채 억울함만을 호소한 60분이었다.


태그:#박근혜, #세월호, #정규재, #탄핵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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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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