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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지난 12월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 탄핵반대 집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김진태-변희재 탄핵반대 집회 참석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지난 12월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 탄핵반대 집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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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조작은 내란음모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무려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원회' 발족했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가 공동 대표를 맡고, 김기수 변호사, 도태우 변호사,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은 "탄핵 정국의 핵심인 태블릿PC 조작 문제를 간과하고서는 검찰, 특검의 수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와 일간베스트(아래 일베) 등 일부 극우보수 단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인 셈이다.

더욱이 지난 11일, 최순실씨의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는 공판에 앞서 이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 중 한 명인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를 태블릿 PC 관련 전문가 증인으로 신청하는 촌극을 벌였다. 졸지에 극우 매체 전 대표이자 지난 2015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인사가 '태블릿 PC' 전문가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변 전 대표는 작년 말부터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일베 등이 제기한 '<JTBC>가 입수해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주장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인물이긴 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씨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9명 중 태블릿 PC 증거 능력 규명을 위해 신청한 변씨 등 2인은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신년간담회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태블릿 PC'의 진위를 논했고, 이후 보란 듯이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원회'란 조직까지 결성된 때문일까. 결국 사건 당사자가 되어 버린 JTBC <뉴스룸>이 지난달 8일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보도한데 이어 다시 한 번 조작설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그것도 제시된 조작설에 하나하나 대응해가면서까지 말이다. 

최순실이 직접 나선 '태블릿 PC 조작설'에 대한 손석희의 대응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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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물론 오늘은 특검까지 공식 브리핑을 통해 JTBC가 제출한 태블릿PC의 입수 경위와 증거 능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친박단체 등 일각에선 사실을 왜곡하고 가정에 근거한 조작설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여론의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오늘(11일) 뉴스룸에선 이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구체적인 팩트를 하나하나 공개하겠습니다."

'팩트 체크'에 나서기 전,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와 표정엔 깊은 우울과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8일 이미 작년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사과를 이끌어낸 최순실씨 소유의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상세히 보도했던 터다. 그리고 이날 박영수 특검이 실물까지 공개한 제2의 태블릿 PC까지 나온 마당에 다시 세세하게 확인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심정이 오죽했을까.

이렇게 <뉴스룸>이 강경하게 나온 데는 앞서 언급한 대로, 진위 논란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두 사람과의 진실 공방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그라지기는커녕 극우보수단체의 집회가 계속되면서 태블릿 PC 조작논란 역시 지속돼 왔고, 급기야 진위 여부가 재판정에까지 오르는 상황이지 않은가. 더욱이 박사모 집회에는 '포승줄에 묶인 손석희 사장'의 사진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이날 <뉴스룸>은 입수 경위를 다시 한 번 조목조목 짚었다.

▲ 작년 10월 13일 국정감사 보도자료 통해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의 연계 의혹 최초 제기 ▲ 더블루 K 회사 등기 추적, 최씨 측근 고영태씨 이름 발견과 함께 추가 취재 ▲ 18일 오전 7시 JTBC 특별취재팀 단체 카톡방에 비덱스포츠에 대기업 돈 유입 정황 관련 경향신문 보도 올라옴 ▲ 18일 오전 9시 취재기자 서울 청담동 더블루 K 사무실 도착 ▲ 관리인 허락 통해 사무실 출입 후 각종 서류와 태블릿PC 발견 ▲ 오후 3시 30분 논현동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태블릿PC의 충전기를 구입 후 국정 개입 단서 파일들 촬영 ▲ 18일 저녁 JTBC 보도국에서 촬영된 파일들 분석 ▲ 19일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수정한 정황과 관련한 단독 보도

이날 <뉴스룸>은 이후 증거 인멸 가능성을 우려한 JTBC 취재진이 20일 오후 더블루 K 사무실을 다시 찾아가 태블릿PC를 확보했고, 이후 추가 확인과 파일 확보를 거쳐 24일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보도 직전, JTBC는 검찰에 태블릿 PC를 제출했고, 다음날인 10월 25일 박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을 인정하고 1차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뉴스룸>은 이후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듯, 근거 없는 의혹들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그에 관한 팩트를 7가지 제시했다. 일베 등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취재진이 파일을 조작해 옮겨 담았다'와 '정윤회씨나 고영태씨 등 제3의 인물이 (태블릿 PC를)줬다', '최초 보도한 10월 19일보다 일주일 앞선 12일에 태블릿PC를 입수했다'로 정리된다.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 <뉴스룸>은 훨씬 더 독한 '팩트 체크'를 마련하고 있었다.  

7가지 팩트 체크로 조목조목 반박한 <뉴스룸>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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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특검이 모두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JTBC가 제출한 태블릿PC가 최순실씨 소유물이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친박단체들은 조작설을 끊임없이 유포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들이 이렇게 보도해드려도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은 끝까지 안 믿겠습니다마는, 아무튼 지금부터는 심수미 기자와 함께 이들이 제기하는 7가지 주요 주장을 팩트체크로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안 믿을 테면 믿지 마라. 한데 어쩌나. 이것이 사실인 것을.' 아마도 손석희 앵커의 이날 자세를 요약하면 이쯤 될 것 같다. 이날 <뉴스룸>은 기자들의 '단톡방'과 검찰에 제출할 필요가 없었던 태블릿 PC의 커버까지 화면에 비추며 말 그대로 '끝장'을 보고 있었다. 좀 더 자잘한 7가지 루머까지 고스란히 반박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일베와의 전쟁'이라 할 만 했다.

거칠게 요약해 보면, '첫 보도 당시 태블릿 PC가 아닌 데스크톱에서 자료화면이 나간 것'이란 주장에 대해 <뉴스룸>은 최씨가 가진 200여개 파일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취재진이 대형 모니터에 연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씨 소유가 아니란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미 태블릿 PC의 캐시 정보를 최씨의 출입국 기록과 비교해 맞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반박했다.

'최순실 태블릿PC라면서 보도한 화면에 JTBC 취재 모음 폴더가 있기 때문에 조작된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 <뉴스룸>은 앞서 설명과 마찬가지로 보도국 데스크톱에 연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베 등은 '태블릿PC를 최초 개통한 김한수 행정관을 JTBC가 일부러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작년 10월 26일 <뉴스룸> 보도에서 이미 김 행정관의 실명을 거론한 바 있다.

'검찰과 특검, JTBC가 서로 짰다'는 주장에 대해서 <뉴스룸>은 "만일 JTBC가 누군가에게 (태블릿 PC를)받았다, 검찰과 짰다고 한다면 이 위치 정보를 확인해서 최씨의 것이라고 확인한 검찰과 특검은 물론 건물 관리인, 통신사 모두 거짓말을 해야 맞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순실씨의 주장과 부합하는 '태블릿PC 입수 과정이 불법이기 때문에 증거 효력이 없다'는 의혹 역시 "취재진이 태블릿PC를 확보해 검찰에 임의제출했기 때문에 불법 수집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일축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항에 따른 '독과독수 이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씨의 변호인까지 되풀이하고 있는 '최순실씨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른다'는 주장은 "소형 승용차는 몰 수 있지만 대형 승용차는 운전할 줄 모른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상식적으로, 태블릿 PC는 화면 크기만 큰 스마트폰이 아니던가. 심지어 최순실씨는 스마트폰을 여러대 사용한 능력자(?)였다.

유출 경위로 호도됐던 '정윤회 문건', 태블릿 PC도 같은 꼴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2월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탄핵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비선실세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하고 보도한 JTBC 손석희 사장이 포승줄에 묶인 사진이 등장했다.
▲ 'JTBC 손석희' 비난하는 박근혜 지지자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2월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탄핵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비선실세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하고 보도한 JTBC 손석희 사장이 포승줄에 묶인 사진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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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손석희 앵커는 "이것도 한 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런다면 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라거나 "그래도 조작설을 주장하는 분들은 안 받아들일 확률이 크지만 일단은 알겠습니다"라며 거듭 조작설을 제기하는 입장을 구태여 상기시켰다. 반대로 팩트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그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반증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반면 박영수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의 "JTBC가 제출한 태블릿PC의 증거 능력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특검에서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습니다"는 발언을 제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특검과 검찰이 이 태블릿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 이상의 근거없는 조작설은 거절하겠다는 듯이. 결정타는 또 있었다.

"일단 갖가지로 주장되어 지고 있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오늘 답을 한 것인데, 오늘 저희는 태블릿PC 입수 경위, 그밖에 다른 사실관계에 대해서 전해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의혹 제기에 저희 JTBC는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또 내일도 저희가 최초 보도한 태블릿PC 관련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손석희 앵커의 단호한 마무리 멘트였다. 조만간 국민들은 이와 관련해 '태블릿PC조작 진상규명위원회'와 JTBC 간의 송사를 지켜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와는 관계없이, 이 태블릿 PC 조작설의 명쾌한 정리가 중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언론보도의 진위 검증을 떠나, 검찰과 특검까지 인정한 증거 능력을 훼손하려는 '검은 시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말이다.

증거 자체보다 증거 유출 과정이 중요시되면서 사건의 중심 자체가 흔들려버린 사건을 우린 기억한다. '정윤회 문건' 사건 말이다. 이번 태블릿 PC 조작설도 엇비슷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산하 청와대가 움직이면서 사건 자체가 호도된 전례를 반복하고 싶은 세력이 분명 존재한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과거 '정윤회 문건' 사건만 제대로 조사됐어도, 또 보도됐어도 국정농단 사태의 일단은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자성의 목소리가 한동안 얼마나 일었던가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뉴스룸>의 단호한 대응도, 태블릿 PC 조작설과 이를 이용하려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변호인 측 주장에 헛웃음을 짓는 국민들의 심정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또 한번 그러한 진실의 호도와 자성을 겪을 것인가, 말 것인가 말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들과 공범들이 범죄의 진상과 여론을 흐리려는 훼방책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과 공범들이 지시하고 박사모와 일베 등 일부 극우보수 인사들이 따르는 이러한 호도책을 이제는 끊어낼 때다. 다행인 것은, 그러거나 말거나 박영수 특검팀이 제2의 태블릿 PC까지 증거로 확보하고 공표했다는 점이리라.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던가.


태그:#손석희,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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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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