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 최주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지 23일 만에 '신년인사회'라는 명목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에는 출입기자와 등록기자가 있는데, <데일리한국>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만 간담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불통 논란을 촉발했다. 이렇게 사전예고도 없이 언론이 반은 통제된 상태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기자들의 필수품인 카메라와 노트북의 소지도 금지시켰다. 낮 1시 30분에 시작된 간담회는 1시간여 진행됐고, 간담회가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난후에야 청와대가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처음부터 비밀로 할 것이면 그대로 공개를 하지 말던지, 공개를 할 것이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생방송으로 할 것이지, 반강제적 보도통제를 하고 청와대 편집본을 공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그리고 인사회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기자들 앞에서 박 대통령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는 푸념의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

방송과 공개된 간담회 전문을 봤지만 대통령의 언어 사용 방식은 여전했다. '박근혜 화법'은 여전했다는 이야기다. 나라 안팎이 어렵다며 위기상황임을 강조하고, 지시어와 대명사의 과도한 사용과 주술관계의 호응이 맞지 않는 등, 여러번 읽고 분석하고 해석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박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전문을 해석하면서 요약하다 보니 '내가 이러려고 이 글을 읽고 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1월 1일 청와대 기자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기자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의혹들에 대해 왜곡,오보를 들먹이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엄청난 문장의 길이지만 단 두문장이다.
 1월 1일 청와대 기자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기자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의혹들에 대해 왜곡,오보를 들먹이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엄청난 문장의 길이지만 단 두문장이다.
ⓒ 청와대 제공 / 그래픽 최주호

관련사진보기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의 자신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최순실과의 공모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삼성 합병 지시와 관련해서도 "완전히 엮은 것이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적극 반박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올바른 국가의 정책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차은택이 청문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장관과 수석이 됐다는 증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추천은 누구가 할 수 있고 검증을 거쳐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 비선 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도 전면부인했다. 헌재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자세한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대통령 변호인단이 자료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게이트 의혹 적극 부인... 연루자들에게 가이드 제시 의도?

박 대통령의 이번 간담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첫째, 특검과 헌재에 출두하는 이번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비공개 기습 간담회였음에도 청와대가 해당 영상을 편집까지 해가며 언론에 공개한 것은, 현재 구속되거나 수사대상인 연루자들이 이 영상을 TV 등을 통해 보고 그대로 실행할 것을 주문한 것일 수 있다. 지난번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문회에 나와 일관되게 보여준 '모르쇠' 전략지시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지세력인 친박단체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독재자들이 흔히 보이는 전략이다. 김정은도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제제에 핵과 미사일을 통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고조 시키겠다는 메세지를 대내외에 내보냈다.

박 대통령의 3차에 걸친 담화가 친박단체를 결집시키고 탄핵반대 집회로 이어지게 했음을 상기할 때, 1일 박 대통령의 간담회도 그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 변명 하려거든 헌재와 특검에서 말하라

3차로 이어진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 나라 최고 권력자로서 공인임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검찰의 수사에 응했다고 해서 사생활이 얼마나 침해되는지도 의문이고,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더욱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다.

벌써부터 헌재에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일 간담회에서 특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이 또 나왔다. 검찰의 수사에도 응하지 않았는데, 특검의 수사라고 응할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대통령의 직무가 유지된 상태라도), 자신이 수사받는 사건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부인한 점은 특검과 헌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월권행사로 보인다.

이에 대해 1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만나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라고 언급하며, "탄핵 방어 차원이라면 대리인을 통하거나 직접 헌재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의 뇌물죄와 세월호 의혹 등에 관한 발언은 청와대라는 공공 시설에 참여하고 있는 출입기자단을 활용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행위"라고 말했다. 또 "검찰과 특검,헌재가 핵심적으로 보고 있는 법상의 직무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위헌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박 대통령의 1일 청와대 기자 간담회가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1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박 대통령의 1일 청와대 기자 간담회가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도 성추문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적극적으로 특검의 수사에 임해 혐의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도 기자들을 모아 놓고 그렇게 하소연할게 아니라, 당당하게 특검과 헌재에 나아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반박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혐의를 변명하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특검의 수사와 헌재의 재판에 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 성실히 임할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 #범죄 피의자 박근혜 , #1일 청와대 기자 간담회 , #박근혜 의혹 전면 부인 , #박범계 의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