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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붉은 감이 한 두 개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까치밥이라고 합니다. 감나무에 열린 감을 사람이 다 따먹지 않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까치를 비롯한 날짐승에게 까치밥이라고 남겨놓습니다.

          시가현 오츠시 도 마을에 있는 감나무에 남겨진 까치밥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새 먹이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반은 날짐승이 먹어서 없앴습니다.
 시가현 오츠시 도 마을에 있는 감나무에 남겨진 까치밥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새 먹이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반은 날짐승이 먹어서 없앴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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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감나무에 열린 감을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을 따서 갈무리할 사람이나 일손이 없기 때문에 방치하는 것입니다. 감나무가 많이 있거나 자라는 시골에 사는 사람이 줄어들거나 모두 일자리를 찾아서 도시로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이나 일본 간사이 지방에는 감나무가 많이 자랍니다. 비교적 따뜻하여 감나무가 자라기에 적절한 토양과 날씨가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떫은 감이 많이 자라는데 비해서 일본에는 떫은 감도 있지만 단감이 많습니다.

지난 가을 시가현 비와코 호수 물가에서 자라는 작은 감을 따서 맛보았습니다. 물가에 떨어진 감씨가 자라서 감이 열린 것이니, 당연히 떫은 감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맛을 보니 단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접붙이기를 하지 않아도 단감이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야산에 남은 감입니다. 감나무 키가 너무 커서 손이나 장대가 닿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더기로 까치를 비롯한 날짐승에게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야산에 남은 감입니다. 감나무 키가 너무 커서 손이나 장대가 닿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더기로 까치를 비롯한 날짐승에게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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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이나 마켓에서 파는 감은 대부분 씨가 없는 단감입니다. 가끔 곶감 용 떫은 감을 팔기는 하지만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감이 물러지면 먹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홍시 감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에서 볼 수 없습니다. 감나무에서 익어서 떨어지는 홍시감은 볼 수 있지만 시장이나 마켓에서 파는 홍시감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나무에 있는 감을 완전히 따지 않고, 까치밥이라고 해서 남겨둡니다. 까치를 비롯한 날짐승들이 추운, 먹이가 없을 때 겨울 감이라도 먹게 하려는 배려하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새 먹이라고 합니다. 홍시감을 먹지 않는 일본사람과 우리가 감을 먹는 방법은 다를지 몰라도 자연을 비롯한 날짐승에 대한 배려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호수가에서 딴 야생 감(무게, 20그램 전후)과 시장에서 산 단감(약 200그램)입니다. 야생감은 떫은 감이 많습니다. 야생 떫은 감과 단감은 감꼭지 모양이 다릅니다. 야생 감은 꼭지와 감 몸통이 떨어져 있고, 산 단감은 붙어있습니다. 감은 새로 자란 가지에서 종 모양 꽃이 피어서 감이 열립니다.
 호수가에서 딴 야생 감(무게, 20그램 전후)과 시장에서 산 단감(약 200그램)입니다. 야생감은 떫은 감이 많습니다. 야생 떫은 감과 단감은 감꼭지 모양이 다릅니다. 야생 감은 꼭지와 감 몸통이 떨어져 있고, 산 단감은 붙어있습니다. 감은 새로 자란 가지에서 종 모양 꽃이 피어서 감이 열립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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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재민 외, 한국의 민속식물-전통지식과 이용, 국립수목원, 2013.12
김종원, 한국 식물 생태 보감 1 -주변에서 늘 만나는 식물, 자연과생태, 2013.1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감, #감나무, #까치밥, #홍시감, #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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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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