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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 중 만작 동작. 배운대로 다양한 자세를 취해본다
 활쏘기 중 만작 동작. 배운대로 다양한 자세를 취해본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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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다녀와~"
"주말 동안 재밌게 지내. 올 때 맛있는 거 싸올게."

집으로 가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학생 한 명이 바삐 어디론가 향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학교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며 떠들썩했던 터전이 조용해진 것이 허전하기도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새로운 배움과 만남에 빠져든다. 생동중학교 주말학교(9월 1주-12월 3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체험을 넘어 꾸준한 연마로

생동중학교는 2011년에 강원도 홍천 서석에서 문을 열어 이제 여섯째 해를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평소에는 밝은누리움터 생활관에서 함께 지내다가 주말이면 저마다 집으로 돌아간다. 해날 저녁까지 이틀 정도 학교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학교를 신청한 학생들은, 주말에도 학교에서 지내면서 주중에 함께 지냈던 일상 흐름을 깨뜨리지 않고, 평소의 줄기 배움과는 다른 새로운 배움과 만남도 해가고 있다.

주말학교는 시간표를 빡빡하게 짜지 않으면서도 관심 있는 주제들을 재미있게 그리고 꾸준히 배울 수 있도록 꾸렸다. 처음 얼마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을 이해하고자 찾아다니면서 배우기도 하고, 흥미와 필요에 따라 음악이나 손놀림, 운동을 배우면서 격주로 진행했다.

체험이나 놀이 정도의 설정이 아니라 정말 실력 있게 연마하려면 더 꾸준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한 달에 세 차례씩 주말학교를 여는 것으로 기획했다.

얼개를 짜고 틀을 잡아주는 것은 주로 선생님들이 하지만, 학생들도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배우고 싶은 주제를 제안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추천하거나 친구가 배우면 좋겠다 싶은 것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스스로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고, 이후에도 꾸준히 배워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체성을 기를 수 있고, 나에게 부족한 점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다.

반죽하고 숙성시켜 구운빵 만든다. 단호박소와 팥소는 거둔 것들로 만들었다.
 반죽하고 숙성시켜 구운빵 만든다. 단호박소와 팥소는 거둔 것들로 만들었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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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학기에도 이런 바탕에서 주말에 여섯 가지 수업이 열렸다. '활쏘기' 수업은 우리 고유의 무예인 국궁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몇 해 전 여름에도 재미있게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시간이 짧아서 다들 아쉬워했다.

오랜만에 다시 초대한 선생님도 안정적으로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셨고, 활과 화살을 터전에 두어 평소에도 연습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과녁판과 설치대는 학생들이 머리 맞대고 지난번 단점을 보완하여 직접 설계해서 만들었다. 선생님도 보시고 실력이 나날이 발전한다고 놀라워하셨다.

'드럼' 수업에서는 열정적인 선생님을 새롭게 만났다. 그 덕에 수업시간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선생님은 드럼을 오래 가르쳐온 경험을 토대로,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추었다면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곡을 연주하면서 실력을 쌓아가도록 하셨다.

학생들도 신나게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양한 주법을 익히는 기회가 되었다. 학생들 안에서 서로 가르쳐주고 끌어주는 것, 실수할 때 격려하기 등 학교에서 만들어온 좋은 점들이 잘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연주는 악보 보는 법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이 직접 그려 오신 드럼 악보를 보니 이해가 더 빠르다
 연주는 악보 보는 법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이 직접 그려 오신 드럼 악보를 보니 이해가 더 빠르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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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시간 쓰는 힘도 길러

선생님과 학생들이 도란도란 풀어가는 그리기와 요리 수업도 있었다. '그리기'에서는 우리 전통 색인 오방색 물감으로 공들여 고운 빛깔을 만들어 냈고, '요리' 수업은 자연과 가까이에서 얻은 것을 주재료로 삼았다. 조리도 살림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는 방법으로 담아냈다.

여러겹 덧칠해가며 조심스럽게 고운 색을 입힌다. 예쁜 모란꽃이 피어난다
 여러겹 덧칠해가며 조심스럽게 고운 색을 입힌다. 예쁜 모란꽃이 피어난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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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말고도 소소한 재미들이 많이 있다. 생활관 선생님과 평소 못 나누던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 한 끼는 밥상에서 다함께 먹지 않고, 생활관마다 자기들끼리 차려먹는다. 동아리 모임을 가거나, 선생님 집에 초대 받아 놀러가기도 한다.

자기 시간 계획하고 쓰는 것, 쉬고 공부하는 것 모두 스스로 꾸려가는 시간이 되었다. '집에 다녀오면 피곤해서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다', '주중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었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배우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이번 주말학교 돌아보며 학생들이 남겨준 말들에서 주말학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더 분명해진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아름다운마을신문 73호(2016년 12월)에도 실렸습니다.(http://admaeul.tistory.com/)
* 정재우 - 밝은누리움터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다. 함께 지내는 청소년들이 지닌 힘과 열정을 느끼며, 이들이 마음껏 꿈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태그:#생동중학교, #밝은누리움터, #주말학교, #홍천 서석, #가을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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