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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수선분(水仙盆) 특별전(2016.12.10-2017.3.26)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선분 여섯 개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수선분은 수선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멋진 이름처럼 보입니다.

          도자기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작품입니다. 청자무문수선분(靑磁無紋水仙盆)입니다. 대만 국립박물원에서 처음으로 외국에 나왔다고 합니다.
 도자기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작품입니다. 청자무문수선분(靑磁無紋水仙盆)입니다. 대만 국립박물원에서 처음으로 외국에 나왔다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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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송 때 만들어진 도자기 수선분의 원래 이름은 와식분(猧食盆), 개밥그릇 또는 묘식분(猫食盆) 고양이 밥그릇으로 불렸습니다. 이 그릇은 북송 때 건융제 임금이 좋아하여 몸 가까이에서 사용하였고, 도자기를 칭송하는 시를 직접 베껴서 수선분 바닥에 새겨놓기도 했습니다.

중국 북송 때는 시문화와 차문화가 발달하여 풍류를 즐긴 때였습니다. 이 때 차를 마시는 멋진 도자기도 덩달아 발달하였습니다. 왕족과 귀족층 사이에 사치스러운 차문화가 널리 유행하였습니다. 임금 전용 도자기 가마에서 구운 도자기를 직접 신하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습니다.

오대 때 시세종(柴世宗) 임금은 직접 멋진 도자기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과천청운파처, 제장안색작장래(「雨過天青雲破処、諸将顔色作将来」)

이른바 비가 갠 뒤 물기를 머금은 맑은 하늘과 같은 청자 색깔이 최고라는 뜻입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앞쪽 입구입니다. 들어갈 때는 밝았는데 나올때는 어두워졌습니다. 최근 시내 박물관은 주말에는 밤 7시까지 문을 엽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앞쪽 입구입니다. 들어갈 때는 밝았는데 나올때는 어두워졌습니다. 최근 시내 박물관은 주말에는 밤 7시까지 문을 엽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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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청자를 만든 곳은 시요(柴窯) 가마라고 하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릅니다. 오대에 뒤이어 북송 때 임금이 쓰는 그릇을 만든 곳이 여요(汝窯) 가마라고 했기 때문에 이곳이 시요 가마이거나 시요 가마와 가장 가까운 그릇을 만든 곳이라고 사람들은 여깁니다.

청자를 비롯한 도자기는 흙으로 구워서 말린 다음 초벌구이를 합니다. 그 위에 유약을 발라서 다시 굽습니다. 도자기는 사람이 만든다 하지만 흙의 성질이나 들어있는 성질이나 성분, 유약 성분이나 성질, 가마의 상태, 불의 온도와 조건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시요 가마의 청자 유약에는 마노(瑪瑙)를 넣어서 깊고 푸른 색을 낸다고 합니다

장인들은 비가 갠뒤 물기 머금은 색깔을 만들려 하지만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단 많이 만들어서 원하는 색깔이나 모양이 만들어진 것만 남기고 나머지 것들은 모두 깨서 없애버렸습니다. 지금도 옛가마터 근처에 사금파리가 많이 나오는 게 이런 까닭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청자수선분 가운데 중국 길림성박물원에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수선분에 비교해서 크기는 비슷하지만 높이가 2cm 쯤 낮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청자수선분 가운데 중국 길림성박물원에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수선분에 비교해서 크기는 비슷하지만 높이가 2cm 쯤 낮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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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시세종 임금이 말한 명품 도자기 가마터가 발견되었습니다. 기록에만 나오는 북송 때 여요 가마터가 그곳입니다. 이 가마에서 구운 도자기가 바로 개 밥그릇이나 고양이 밥 그릇으로 쓰인 수선분입니다. 바닥에는 북송때 건융제 임금이 쓴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북송때 여요 가마터에서 구워 만든 도자기는 현재 세계적으로 90점쯤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로 알려진 것이 바로 이 청자 무문수선분입니다. 청자이지만 겉에 유약이 갈라진 금(관입 또는 관유)이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비 갠 뒤 물기 머금은 맑은 하늘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수선분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건융제 임금이 쓴 시에 와식분이나 묘식분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분제용 화분으로 사용된 그림이나 방 안에 장식품으로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서 개 밥그릇으로 쓰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수선분의 크기가 어른 손바닥을 펴면 다 차는 크기라는 점에서 생김새가 개밥그릇과 비슷한 것은 맞습니다. 중국에 남아있는 시 가운데 군자의 덕을 빗대어 수선분의 아름다움으로 노래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수선분을 귀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특별전에 나온 청자수선분 여섯 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특별전에 나온 청자수선분 여섯 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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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처음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불에 구워서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세계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처음 사람들은 그릇의 필요성을 알고, 돌이나 나무를 깎거나 파서 그릇을 만들어서 썼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실용성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 따위가 바뀌어 좀 더 아름답고, 멋진 것을 찾아나섰습니다.

이러한 탐색과 연구의 결과 가장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든 곳은 중국이었습니다. 워낙 나라가 커서 많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도자기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고령토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도자기를 만들었습니다.

고령토는 흙이 아니고 돌입니다. 돌을 깨서 가루로 만들어 불순물을 없애고 고운 흙만 사용합니다. 이 흙에는 대략 장석. 석영, 점토 세 가지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이 세 가지 성분 때문에 그릇을 만들어 섭씨 1300도로 구워도 녹아내리지 않고, 그릇 모양을 지닌채 안에서 녹아 멋진 그릇으로 태어납니다.

고령토에 들어있는 장석은 알카리 토류 금속으로 풀 즉 접착제 구실을 하고, 석영은 유리질로 뼈 구실을 하고, 점토는 살과 같이 몸통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중국 여요 가마에서 만든 청자는 세계적으로 90점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국에는 34점이 남아 있고, 일본에는 세 점이 있습니다. 개밥그릇 수선분은 이번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여섯 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다섯 개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한 점은 동양도자 미술관이 가지고 있습니다. 수선분은 이번에 모인 여섯점 이외에도 도쿄국립박물관에 한 점이 있고, 중국 길림성 박물원(吉林省博物院)에 한 점 씩 남아있다고 합니다. 모두 여덟 점이 있는데 여섯 점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북송 때와 비슷한 12세기 고려 때 전라남도 강진군 사당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비취 청자꽃그릇입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있습니다.
 북송 때와 비슷한 12세기 고려 때 전라남도 강진군 사당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비취 청자꽃그릇입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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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도자기 사랑이 지극합니다. 일찍부터 중국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고, 구입하거나 수집했습니다. 임진왜란을 한반도 도자기 문화를 배우기 위해 일으킨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르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놋그릇 중심으로 스테인리스 따위 금속 그릇을 자주 사용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오로지 지금도 도자기를 먹거리 그릇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도자기에 대한 꾸준한 애착은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도자기의 무거운 점을 개선하여 가벼운 도자기, 최근에는 잘 깨지는 도자기 약점을 보완하여 잘 깨지지 않는 도자기를 개발했다고도 합니다.(http://headlines.yahoo.co.jp/hl?a=20161221-00000089-jij-soci)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도자기를 모아놓은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작품 가운데 일본 국보로 지정된 것도 몇 점 있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일본 사람들의 도자기 사랑이나 도자기 집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연 도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기대와 불안이 있기도 합니다.

이곳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원래 스미토모그룹 회사 21개가 수집한 도자기와 미술관을 1982년 11월 오사카시에 기증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청자수선분 바닥에 쓰인 받침대입니다. 귀한 자단나무로 만들어 금선으로 새긴 무늬가 있고 아래에 서랍을 만들어 왕이 배껴서 쓴 책을 넣어놓았습니다. 아무래도 개밥그릇으로 쓰인 것은 아닙니다.
 청자수선분 바닥에 쓰인 받침대입니다. 귀한 자단나무로 만들어 금선으로 새긴 무늬가 있고 아래에 서랍을 만들어 왕이 배껴서 쓴 책을 넣어놓았습니다. 아무래도 개밥그릇으로 쓰인 것은 아닙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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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윤용이, 아름다운 우리도자기, 학고재 출판사, 1997.

참고누리집>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http://www.moco.or.jp/, 2016.12.24
대만국립고궁박물원,https://www.npm.gov.tw, 2016.12.24
길림성박물원, http://www.weixinnu.com/tag_article/256774440, 2016.12.24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청자무문수선분,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청자수선분, #도자기, #고려 비취 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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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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