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의혹투성이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다시 부각

1년 만에 혈세 1000억원을 날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단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해 <경향신문>이 지난 16일 '청와대와 인천시가 애초부터 사기극이었음을 알고도 대통령과 시장의 체면을 위해 추진했다'고 보도하면서, 무산 된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한 숱한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부각했다.

앞서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3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에 맞춰 현재 구속 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 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두바이투자청(ICD) 산하 퓨처시티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고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지난 8일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 때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역 차은택씨가 이 때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안 전 수석과 차씨는 2014년 8월에 두바이를 비밀리에 방문했고, 최순실씨는 '2014년 7월 UAE' 메모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유 시장이 2014년 이 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투자유치 부서가 아닌 시장 비서실 주도로 베일에 싸여 추진되면서 숱한 의혹이 제기 된데다, 안종범 전 수석과 차은택 등이 아랍에미리트 방문에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물론 유 시장은 지난달 17일 사업무산을 선언할 때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사업 성공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수없이 협조를 요청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청와대 수석·장관·LH 사장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게 당연하다"며 "청와대에서 꾸민 일이 아니라 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유 시장이 지난해 3월에 만난 투자자는 '운영 자산만 175조 원에 달하고 두바이 왕족이 운영하는 ICD(=두바이투자청)'이었는데, 지난해 6월에 등장한 실제투자자는 'ICD와 모회사가 다르고 규모가 훨씬 작은 펀드의 손자회사'였다며, 투자유치에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또 '두바이투자청 또한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두바이에 있던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에게 "한국 신문을 보니까 ICD가 검단에 투자하는 걸로 돼 있는데 검단사업은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고 두바이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한국 신문 보도시점은 인천시가 '4조 원 규모의 두바이자본 투자유치가 확정적인 LOI(=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라고 발표한 날로, 지난해 3월 3일이다.

쌍용건설 김 회장은 다음날 안종범 전 수석을 찾아가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지만, 안 수석이 "어, 이거 보도 나갔을 텐데 어떡하지"라면서도 "어제 알았으면 좋았는데 할 수 없다"며 사업 강행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이미 "청와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왔다. 이번 성과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협력의 대표적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며 "경제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통해 초대형 외국인직접투자라는 큰 성과물을 내놓았다"고 발표한 마당에, 사업을 무산시킬 경우 박 대통령과 유 시장이 사기를 당했다는 수모를 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자체추진 하던 중 대통령 순방일정과 맞아 떨어져"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인천시는 발칵 뒤집혔다. 조동암 정무경제부시장은 16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단스마트시티는 퓨처시티 사업이 무산된 이후 추진한 전혀 다른 프로젝트"라며 우선 대통령 순방 시 추진했던 사업과 선을 그었다.

그런 뒤 "대통령 순방은 우연의 일치다", "요즘 사태(=국정농단) 때문에 혹시 그렇지(=연루) 않을까 그러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청와대, 국토부, LH에 도와달라고 요구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시는 우선 2015년 3월 접수한 투자의향서(LOI)에 투자자였던 두바이투자청 산하 두바이퓨처시티가, 6월 29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두바이홀딩 산하 두바이스마트시티로 바뀐 데 대해, 시는 "두바이투자청과 협의가 돼서 퓨처시티를 추진했지만 두바이투자청 의지가 확실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두바이스마트시티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두바이투자청에 비해 두바이스마트시티의 투자여력과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두바이스마트시티의 모회사가 두바이홀딩인데 두바이 국왕이 투자해 지분 99%를 보유한 회사다. 신용평가기관 통해 (신용)확인하고 협상했다"며 "국부펀드(=ICD)가 직접 오면 좋지만 무산된 상황에서, 국왕이 투자한 두바이홀딩이 관장하는 회사라 믿고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핵심 쟁점인 쌍용건설 김석원 회장과 안종범 전 수석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서는 "(신문보고) 처음 알았다. 당시 관련자들한테 확인했는데 쌍용 회장이 얘기한 부분은 처음 듣는 얘기다. 김석원 회장이 지나가다가 얘기했을 수도 있지만, 누구와 그런 얘기했는지 모르겠다"며 "시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 순방에 기간에 맞춰 유 시장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가서 만나진 않았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로, 퓨처시티 사업을 추진하던 중에 대통령 순방 일정이 맞아떨어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지속적으로 협의했다면서 우연의 일치?

하지만 시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 시 해명의 요지는 우선 퓨처시티 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무산될 때까지 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고, 퓨처시티와 스마트시티는 전혀 다른 프로젝트며, 대통령 순방은 우연의 일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시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투자 건은 지난해부터 두바이투자청과 긴밀히 협의해왔던 것으로, 지난 2월초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투자의향을 공식 접수받고 청와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왔다"며, 청와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6월 두바이홀딩 두바이스마트시티사와 MOU를 체결하기 전까지 시는 투자유치부서를 가동하지 않고 비서실에서 이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3월 두바이투자청과 LOI 체결 후 2주안에 MOU를 체결하기로 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비서실에 숱한 의혹이 제기 됐지만 시는 투자유치 진행과정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시는 이번에 퓨처시티와 스마트시티가 전혀 다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시가 지난해 6월 두바이스마트시티와 MOU를 체결할 때 다른 프로젝트라고 설명하지 않은데다, LOI 이후 3개월 넘게 답보상태에 있던 MOU가 체결된 것이라서, 검단지역 주민들은 물론 심지어 기자들 또한 시가 이번에 해명하기 전까지 두바이투자청이 진행한 MOU인줄 알았지, 별도의 회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즉, 시는 두바이투자청에서 두바이스마트시티로 이어진 흐름을 지난해에는 연속적인 투자유치의 과정이라고 하더니, 사업이 무산되고 최순실 세력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이제는 전혀 다른 사업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시 해명과 달리 지난해 3월 이미 스마트시티 접촉

시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는 지난해 두바이투자청 산하 퓨처시티사로부터 LOI를 받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데 대해 "두바이투자청 의지가 확실치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가 접촉했던 두바이퓨처시티는 두바이투자청이 2014년 설립했다가 지난해 청산됐다. 시가 접촉할 땐 이미 청산을 준비하던 시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유치 전담부서를 가동하지 않고 비서실에 의존한 까닭이다.

아울러 두바이와 인천 간 가교역할을 한 에이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유 시장 일행은 지난해 3월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두바이투자청 산하 퓨처시티사만 만난 게 아니라, 두바이스마트시티 쪽 고위 임원도 같이 만났다.

즉, 두바이투자청 퓨처시티와 엠오유가 무산되고 나서 두바이스마트시티와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시의 해명과 달리, 시는 지난해 3월부터 이미 두바이스마트시티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시는 비서실에서 투자유치사업을 같이 추진했던 시 대외경제협력특보는 지난달 사퇴했다. 하지만 2014년 11~12월 무렵부터 시 투자유치부서가 가동되는 2015년 7월까지, 약 8~9개월 동안 어떤 경로를 통해서 투자유치 협의가 시작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 #유정복, #검단스마트시티, #두바이스마트시티, #최순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