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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 비영리 법인 등 3개 이상의 조직이 모인 협동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동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동화사업'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며,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그 걸음을 쫓아가 보았다. [편집자말]
가평군 한 영세 농가의 텃밭.
 가평군 한 영세 농가의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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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설악면 용문마을에 사는 이정국씨는 최근 텃밭에서 생산한 배추와 고추로 김장을 해서 직거래로 팔았다. 서울에 사는 손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소규모 생산이라 자급자족 외에 남은 배추는 따로 처리하기 곤란한 면이 있었는데, 판매할 수 있게 돼서 생각지 않은 수입이 생겼다.

인근 위곡리에 사는 정웅문씨 역시 수확한 쌀을 수매가보다 조금 나은 가격으로 직거래 판매했다. 쌀값이 폭락한 상태라 제 값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비료 값이라도 건질 수 있어서 그나마 근심을 덜 수 있었다. 농사 규모가 크지 않아 평소 다른 판로를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직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 만들어지고 있는 로컬푸드협동조합 도움 덕분이다. 이 협동조합은 올해 설립과 시범사업 준비를 마쳤다. 가평에 있는 협동조합들이 힘을 모아 만들고 있으니 '협동조합연대체'인 셈이다.  

소농들에게 직거래 판로를 열어 주는 게 이 협동조합 목표다. 이 때문에 영세 농가들이 이 협동조합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직거래가 영세 농가에게 꼭 필요하지만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대농이 아닌 소농에 초점 맞춘 로컬푸드협동조합

가평군 협동조합 및 군청 관계자들이 모여 로컬푸드협동조합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가평군 협동조합 및 군청 관계자들이 모여 로컬푸드협동조합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 공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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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협동조합은 이미 여러 곳에 만들어져 있어서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가평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소규모 텃밭 농사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로컬푸드협동조합은 대농들 중심이다. 농사규모가 크고 생산량이 많아야 지역에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농이 아닌 소농들은 생산물량이 적다 보니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 농산물의 질이 각각인데다,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려면 여러 가지 보완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일이 텃밭 생산자들을 교육시켜야 하고, 생산 농작물의 관리까지 해야 한다.

품질 인증도 뒤따라야 한다. 이 일을 협동조합이 힘을 모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섰으니 기대가 커질 수밖에! 작게라도 실질적인 혜택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협동조합 연대체인 로컬푸드협동조합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센타가 추진한 '협동화사업'이다.

가평에서 로컬푸드협동조합을 추진하고 있는 공감21 채성수 대표는 "처음에는 마을과 공공급식을 연계 시킬 생각이었는데, 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센터와 연계되면서 협동화사업으로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마을 만들기 사업과 사회적 기업, 마을 작목반 등이 힘을 합쳐 지역 텃발 생산의 활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채 대표의 '공감21'은 협동조합이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체험마을을 만들고 귀농귀촌학교 설립을 준비하는 단체다. 지역에 도움 되는 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평의 농업인단체협의회와 체험마을협의회, 팜파티슬로우사업단과 함께 로컬푸드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중이다. 농사 규모가 작은 주민들이 대부분인 가평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구상이었다. 소농들은 대부분이 영세해 챙기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일반적인 로컬푸드와는 다른 방향의 협동조합을 구상한 이유가 됐다.

실무적인 준비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역 텃밭을 일구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적은 생산비용으로 안정적인 활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컬푸드협동조합은 매력적이다. 남는 농산물을 팔아 농가 소득이 늘어나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지역의 협동조합들이 협동화사업에 기꺼이 나선 배경이다.

군청이나 군의회의 행정 지원도 필수

가평 로컬푸드협동조합의 초기 운영전략은 영세농의 조직화와 공공급식에 맟줘져 있다.
 가평 로컬푸드협동조합의 초기 운영전략은 영세농의 조직화와 공공급식에 맟줘져 있다.
ⓒ 공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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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협동조합은, 현재 6개면에서 30개 농가를 선정해 '직거래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새해부터 가평군청과 노인복지관에 식재료를 납품하기로 구두 계약을 맺은 상태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학교 급식에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군청도 적극적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던 사람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업무 지원을 하고 있다.

채성수 대표는 "지난 8월부터 추진했는데, 4개월 동안 많은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시간대비 성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협동화사업이 아니었으면 추진이 어려웠는데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치니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로컬푸드협동조합의 유통구조는 텃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마을 작목반의 도움을 받아 창고에 보관하고, 품질 인증을 거쳐 납품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농이 아닌 영세 소농들이다 보니 각자가 생산하는 농산물의 품질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맛이나 질에서 차이가 많이 나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채 대표는 "이를 해소라기 위해서라도 협동조합과 행정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채 대표는 이어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교육이 요구되고, 의회의 조례개정 등도 필요하다. 이는 행정이 담당해줘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또한 채 대표는 "군수의 의지도 중요하다. 군수가 어느 정도의 관심만 가져주면 지역주민들과 연계된 공공급식은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채 대표는 "직거래를 통해 판매해 본 분들은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만족감이 높다. 시범 삼아 남는 농산물을 판매해 본 분들은 그저 생산원가만 나와도 기분 좋게 자식 시집보낸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설립과 시범사업 준비를 마친 가평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새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 참가마을을 확대시키고 공급기관도 늘리고 장기적으로 직매장도 만들 계획이다. 영세한 농민들에게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인 판로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기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협동화사업의 의미가 크다.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채 대표는 "가평이 서울과 가까워 청청 관광지 등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로컬푸드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태그:#가평군, #로컬푸드협동조합, #협동화사업, #따복공동체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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