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 주도하에 발생 시ㆍ도 정부 합동지원반이 파견되고 필요하면 전국 재래시장과 도축장이 폐쇄될 수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 주도하에 발생 시ㆍ도 정부 합동지원반이 파견되고 필요하면 전국 재래시장과 도축장이 폐쇄될 수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파르게 확산하며 한반도가 가축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위태롭게 버티던 청정지역마저 무너지며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방역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조류인플루엔자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된 지 22일 만에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되고 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했다.

말 그대로 상황이 심각하다. 모든 언론은 그에 따른 기사내용을 연일 쉼 없이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1800만 마리가 이미 살처분 됐고 앞으로 어느 정도의 가늠조차 힘든 추가적인 가금류의 살처분이 잠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는 사상 최악의 역대 살처분을 기록한 2014년 1396만 마리를 이미 훌쩍 넘어섰고 계속해서 그 숫자를 갈아 치우고 있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으로 발생한 후 한달 동안 희생되는 닭과 오리의 개체 수가 이전 4~5개월의 마릿수를 뛰어넘은 것을 볼 때 확산속도 또한 무시무시하고 그에 따른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활동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확산속도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자신의 분신을 복제하여 마구잡이로 퍼져나가 전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속수무책 대한민국

속수무책이다. 대한민국이 무서운 속도로 미물인 한 바이러스에 무참히 짓밟히고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문제 인듯하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센터 내 계란 도매상에서 상인이 농장에서 도착한 계란을 신선실로 옮기고 있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도매상점의 경우 농장에서 수급되는 계란의 양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센터 내 계란 도매상에서 상인이 농장에서 도착한 계란을 신선실로 옮기고 있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도매상점의 경우 농장에서 수급되는 계란의 양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조류인플루엔자란 과연 뭘까?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바이러스는 철새, 닭, 오리 등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전파속도,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HPAI)과 저병원성(LPAI)으로 구분된다. 이 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는 H5N6형으로 고병원성이다. 2003년부터 13년 동안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버린 사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방역당국은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야생 철새라고 발표하고 야생조류에 원인을 돌리며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방역당국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본적인 방역시스템의 오류였다.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이 뚫리자 차례차례 전국적으로 무서운 기세로 조류인플루엔자는 확산하게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무자비하게 살처분을 시행하고 있다. 살처분이 하나의 방역대책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 시행하는 발생 반경 3km내 무조건적 살처분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방식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영국 및 유럽연합의 경우와 같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해당농가만 살처분 처리하고 그 외 3km지역 내의 닭과 오리는 철저한 이동제한 및 이동금지 조치를 하여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역과정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지 않도록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충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살처분을 할 때 1개 농장 당 15-20명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5-6명 정도가 투입되어 적시에 처리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발생 24시간 내에 시행되어야 하지만 일주일이나 늦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골든타임을 놓쳐 방역에 구멍이 뚫리며 차단은 고사하고 확산속도를 힘겹게 뒤따라가는 뒷북행정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만큼 희생되는 가금류의 숫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 채로 자루에 담아 이산화탄소로 질식사시키고 미리 파놓은 커다란 구덩이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어 중장비를 이용해 묻는 방식을 현재까지도 시행하고 있다. 애지중지 공들여 기른 자식 같은 가금류를 무기력하게 폐사시켜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과연 어떻겠는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달걀 코너가 썰렁하다.

마트 관계자는 "최근 조류인플루엔자로 공급에 차질이 생겨 달걀 진열대가 비어 있다"고 설명했다. 2016.12.18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달걀 코너가 썰렁하다. 마트 관계자는 "최근 조류인플루엔자로 공급에 차질이 생겨 달걀 진열대가 비어 있다"고 설명했다. 2016.12.18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물질적인 보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눈앞에서 매몰시켜야 하는 농민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실로 엄청나다.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현 상황을 더욱 부채질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피해로 살처분 하는 현재 방역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전부터 계속해서 제기 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무증상 잠복 가능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재화(연중발생)를 유발할 수 있고 인체 감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방역당국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변이가 심해 최적의 백신 개발이 어렵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은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시 긴급 투입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전 국가적인 재해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 역시 동물의 질병이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차후에 변이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다면 국가적 재앙수준을 넘어 전 세계 인류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개선이 시급하다. 비위생적으로 좁고 열악한 생활환경은 질병 발생의 최적의 조건이다. 외국의 경우에 비해 우리나라는 닭이나 오리 한 마리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도 협소하다.

생산량을 늘리려고 제한된 공간에 과도하게 밀집사육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따라 저항력이 약해져 질병 발병시 대규모의 확산을 불러 온다. 과도한 업무로 현장 전문 인력의 피로도만 높이고 업무 효율을 저하시키는 효과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현재의 방역방식은 분명한 한계점을 나타낸다.

연일 강행군으로 녹초가 된 방역요원의 격무에 따른 피로누적과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으로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국가적인 재해 때마다 항상 되풀이 되는 위기대처 능력과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하루 빨리 조류인플루엔자가 종식되어 동물들도 사람들도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태그:#조류독감, #조류인플루엔자, #조류동물병원, #인수공통전염병, #은평동물병원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수의사회 대의원 서울시 수의사회 특별분과 위원장 서울수의 임상컨퍼런스 위원 지식iN 동물의료상담 수의사 미국 UC Davis 피부학 연수 KBS 2TV아침 출연 MBC 생방송 오늘 아침 출연 SBS 궁금한 이야기 Y 출연 SBS 세상에 이런 일이 출연 YTN 국민신문고 출연 채널A 개밥주는 남자 출연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출연 現새은평동물의료센터장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