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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병원에 근무할 때 회진만 가면 나를 보고 우는 환자가 있었다. 57세 남성, 5년전 뇌출혈이 발생하여 목숨은 건졌지만, 코를 통해 위까지 넣은 관을 통해 식사를 해야 하고 가래가 많아 목에 구멍을 낸 기관절개 부위를 통해 수시로 가래를 빼주어야 한다.

그가 노숙 생활 중 뇌출혈이 발생하였는지, 노숙인 시설에 있다가 병에 걸렸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수없이 입퇴원을 반복했기에 두꺼운 차트가 있었지만 그가 동부병원에 왔을 때는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거짓 복지공약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넘어서 의료계 농단, 의료게이트라고 부를 만한 불법의료, 비선진료 행위를 저지르고 재벌들을 위해 의료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청와대에서 억대에 달하는 헬스장비를 구입하고, 태반주사·감초주사·백옥주사를 대거 사들이고, 면역력을 측정한다고 자신의 피를 몰래 반출시켰다. 재벌들이 병원을 소유해서 돈벌이도 할 수 있고 임상시험도 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시켜 주었다. 결국 국회에서 탄핵이 되었고 이후 "피눈물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노숙자의 의료 간극... 절망스럽다

박근혜, 비선실세 최순실, 공식실세 김기춘 등 권력자들에게 제공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의료는 일반적인 치료·건강상담 정도가 아니라 주름개선·미백 등 피부미용 시술과 최고급 휘트니스센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일명 회춘주사였다.

같은 시간 홈리스 시설입소자들 중 거동이 안되는 뇌신경계 중증 환자는 재활치료는 고사하고 침대에 묶인 상태에서 지내다 여러 가지 감염이 반복되어 시립병원들과 민간안전망병원들을 죽을 때까지 반복해서 입·퇴원하는 이른바 '죽음의 사이클'을 돌고 있었다.

이 양극단의 의료. 그 엄청난 차이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이다. 자국의 경제적 최하층에게는 최소한의 의료를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자신에게 아부하는 의사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은 중동·남미에 한국의료를 수출한다며 돌아다녔다.

간호사가 무릎 꿇고 수액을 놓고 무턱대고 전신 MRI 검사를 하고 각각의 전문의가 고객님이 계신 방을 찾아가 설명을 드린다고 일류의료는 아니다. 반대로 장기적인 재활치료와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에서 요양을 해도 모자를 중증의 시설입소자들을 급성기 질환 치료 위주의 시립병원들과 민간안전망병원에게 떠넘겨 뺑뺑이 돌린다고 의료적으로는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은 탄핵이 되고서야 피눈물을 흘렸다는데 홈리스들은 매일 피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 헬조선의 의자놀이에서 낙오되어서, 돈이 없어서, 집이 없어서, 가족이 없어서 그리고 아픈 만큼 치료받을 수가 없어서…….

국가는 홈리스를 위해 복지예산도 편성하고 시설도 운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도 서울시 노숙인 지원 예산을 들여다보니 실질적인 삭감이라고 한다. 뇌신경계 후유증을 앓는 시설입소자들 이야기를 하니 모 공무원은 병원 보내주면 되지 어떻게 더 잘하냐고 한다.

최상위층을 위한 근거없는 과잉의료와 최하위층에게 시행되는 부당한 과소의료, 그 차이만큼 대한민국의 의료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 모든 의료계의 적폐가 해결되어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다.

2016년 12월 21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립니다.
▲ 2016년 홈리스 추모제 2016년 12월 21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립니다.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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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홈리스추모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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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호흡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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