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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한 학기 동안 저희가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는 전시회를 기획했고, 전시회에서 박정희를 법정에 세우는 '역사인물 법정'을 준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역사소모임 '사다리'입니다. 역사소모임 '사다리'는 역사의 진실을 공부하고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대학 연합 소모임입니다. 작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건과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졸속합의를 보며 역사의 진실을 찾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뜻을 모아 만든 소모임이고요.

현재 서울과 인천에 있는 6개 대학에서 활동 중입니다. 현재 경희대, 동국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인천대, 한양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12월 3일 '사다리' 친구들이 <정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박정희 신화의 진실을 파헤치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기자 말

사다리 전시회 <정희란 무엇인가?> 포스터
 사다리 전시회 <정희란 무엇인가?> 포스터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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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신화 '박정희'

지난 11월. 박정희 기념재단에서 광화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동상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올해 초부터 구미시에서는 박정희 기념사업에 예산 14억을 확정하였고 경상북도에서도 5억 원 가량의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을 확정했다고 합니다.

그 사업 내용을 보자면. 구미시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진 전시회, 박정희 기념 연극, 박정희 대통령 100돌 기념동산 조성 등이 있었지요.

독재자 혹은 조국 근대화의 영웅

사다리 회원들은 박정희가 모든 국민들이 존경하고 기념할만한 인물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떤 시각에서 박정희는 끔찍한 독재자였습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산업화를 통해 경제를 건설하여 국민들을 먹고살게 해준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였지요.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박정희. 과연 탄신 100주년을 기념할 만한 인물인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사다리 친구들은 독재자와 조국 근대화의 영웅이라는 이 상반된 평가를 주목했습니다. 상반된 평가에는 그가 독재자임은 명백하지만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왜 경제성장을 위해 독재를 해야 했는지? 이 질문을 가지고 박정희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나?

파고들어 보니.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박정희는 경제성장의 주역이 아니었습니다. 박정희의 '영도력'으로 알고 있던, 국가주도 경제개발 계획은 미국이 작성해준 계획이었고. 미국이 작성해준 계획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대신,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경제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나마도 소위 '낙수효과'를 노리기 위해 소수의 재벌들에게 이익과 특권을 몰아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농민들이 몰락하고, 도시의 빈민들이 한 달에 자장면 20그릇도 못 사먹는 저임금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일을 해야 했습니다.

즉, 박정희는 경제성장의 주역이 아니라, 역효과를 불러온 사람이고. 그런 무지막지한 계획 속에서도 희생을 감수하며 일을 해왔던 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던 것입니다.

경제성장을 독식하기 위한 독재

사다리 회원들은, 박정희의 독재의 진실도 깨달았습니다. 희생을 감내하며 이뤄낸 경제성장의 결과를 박정희와 소수의 재벌들이 독식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견딜 수 있었을까? 저희 상식으로는 절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 시기 심심치 않게 벌어졌던 빈민들의 폭동 사건을 떠올리면. 박정희의 독재는 경제건설의 주역이었던 노동자, 농민, 빈민들을 통제하고, 경제성장의 결과를 소수가 독식하기 위해 벌인 범죄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정희란 무엇인가?

저희는 박정희를 독재자와 근대화의 영웅이라는 모순된 평가에서 끄집어 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한 학기 동안 저희가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는 전시회를 기획했고, 전시회에서 박정희를 법정에 세우는 '역사인물 법정'을 준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12월 3일 토요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사다리 전시회 <정희란 무엇인가?>입니다.

박정희 역사인물 법정

박정희를 심문하는 검사
 박정희를 심문하는 검사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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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법정에 선 전태일
 증인으로 법정에 선 전태일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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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변호인
 박정희의 변호인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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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열린 행사 중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바로 박정희 역사인물 법정이었습니다. 사다리 회원들이 직접 대본을 준비해서 만든 모의재판에선 박정희의 죄목을 신랄하게 파헤쳤는데요.

당시 주한 미 대사 버거를 증인으로 내세워, 박정희의 경제개발 계획이 미국의 계획이었단 점을 밝혔고. 소수가 독점하는 경제개발계획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평화시장의 여공과 전태일을 등장시켜, 누가 경제건설의 주역이었는지 증명했습니다. 법정에 참여한 배심원단(전시회 관람자들)은 만장일치로 박정희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경제성장 만능이 불러온 수많은 문제들


한편, 법정이 열리는 곳 주변에는 다양한 부스가 펼쳐져 있었는데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불러온 여러 가지 역사적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경희대학교 사다리에서는 <이런 노동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라는 제목으로, 산업화 시기의 노동문제에 대해 깊게 다루고 있었고요.

동국대학교 사다리에서는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낸 왜곡된 민족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여대 사다리는 박정희가 선포한 '유신'헌법과 유신시대 전반의 사회상에 대해 알차게 준비했고요.

성공회대 사다리는 경제개발 자금을 들여오고자, 베트남 침략전쟁에 파병했던 역사를 엄중하게 전달해줬습니다. 인천대 사다리는 부랑인을 청소한다는 이유로 발표된 내무부 훈령 410호에 대해 알리고,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진행했습니다. 한양대 사다리는 남북관계를 유신선포를 위해 이용했던 7.4 남북공동성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뿌듯한 전시회 마무리

전시회 마무리 단체샷!
 전시회 마무리 단체샷!
ⓒ 이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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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북콘서트와 우수 부스 시상식 등이 있었는데요. 북콘서트는 <공장과 신화>의 저자 이영재 교수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박정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억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 말씀해주셨고. 박정희에 대한 기억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덕분에 저희는 이번 전시회가 박정희에 대한 기억을 극복하는데 의미 있는 일이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지요. 마무리로 우수 부스시상과 6개 지부 새내기 대표들의 행운권 추첨으로 선물을 나눴는데요. 사다리 친구들끼리 포근한 마음도 나누게 되어 뿌듯함이 2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다리는?

내년에도 사다리는 역사를 배우고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저희는 역사가 활자에 갇힌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왜곡된 기억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문제를 일으킨 박근혜 정부를 낳았습니다.

이렇듯 역사에 대한 평가는 현실을 좌지우지 합니다. 그것도 아주 무겁게요. 역사의 엄중함을 기억하며, 저희들은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저희 '사다리'의 활동에 공감하시고, 함께 해보고자 하시는데. 대학생이 아니셔서 곤란하신 분들에게는 약소한 후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뜻 깊은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후원 계좌 국민은행 486802-01-233137 이규랑
문의연락 010-2013-0186 사다리 중앙기획단 기행팀장 이규랑



태그:#정희란 무엇인가?, #사다리, #대학생, #박정희, #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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