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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국감 참석한 조훈현 의원 조훈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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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어린 시절 바둑을 배웠고 지금도 바둑을 참 좋아하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 시절 바둑학원에는 항상 국수님과 이창호 9단의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큼지막한 포스터를 올려다보며 프로기사가 되는 꿈을 꿨고, 저에게도 국수님처럼 좋은 스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초, 국수님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셨다는 뉴스를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바둑계에서 오랫동안 쌓은 인연이 그쪽이었나보다, 바둑계 발전을 위해 출마하신다고 하니 그것만큼은 기대해 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국수님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교문위에서 미르재단과 K 스포츠재단 관련 증인 출석을 막았다고 하더군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마음 속의 영웅을 보내야 하나 싶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고수의 생각법>을 읽으면서 역시 바둑의 고수에게는 남다른 지혜가 있다고 느꼈기에, 무거운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명단과 탄핵에 대한 입장이 정리된 자료를 접했습니다. 국수님의 입장은 빈칸으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용기를 내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진심을 다하면 그 칸에 '찬성'이라는 글자가 채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말입니다.

국수님께선 1호 법안으로 바둑진흥법을 발의하셨죠. 더 많은 국민들이 바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국민들 마음이 어떤지는 국수님도 아마 아실 겁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온갖 범죄에 적극 개입한 증거를 접한 후 깊은 상실감과 분노에 빠져 있습니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한 자릿수 지지율, 압도적 탄핵/퇴진 여론이 그런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국수님, 국민들은 이제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매주 새롭게 쓰이는 역사 앞에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국수님은 어느 자리에 서고자 하십니까? 올해 초에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 없으셨겠죠.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믿음을 배신한 대통령 편에 설지,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라는 국민들 편에 설지를 말입니다.

저는 저의 영웅이, 한국 바둑계의 영웅이 국민의 뜻에 따라 올바른 선택을 한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세금이 들어가는 바둑진흥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최고의 바둑기사에게 보내는 특별한 존경심을 거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탄핵소추안에 찬성해 주십시오. 적어도 합법적으로 발의된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표결에 참석해 주십시오. 저에겐 특별한 힘이 없지만 앞으로 한 주간 최선을 다한 후 국수님의 선택을 지켜보고, 또 기억할 것입니다.


태그:#박근혜탄핵, #조훈현, #바둑진흥법, #새누리당, #탄핵소추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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